군부실세가 무릎 꿇고 ‘귓속말’… 김주애 위상 더 높아졌다

열병식서 김정은 옆자리
金과 밀착대화… 김여정 안 보여
일각 “후계자로 단정하긴 일러”

북한 정권 수립일(‘9·9절’)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김 위원장 바로 옆 오른편에 자리해 그 위상이 더 높아진 것으로 통일부가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9일 0시쯤부터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민방위 무력 열병식에 딸 김주애와 동행했다. 조선중앙통신 등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김주애는 특별석에서도 정중앙에 배치된 2개 좌석 중 오른편에 김 위원장과 나란히 앉았다. 특별석에는 김 위원장 부녀 외에 리병철 노동당 비서, 박정천 군정지도부장, 리영길 총참모장, 강순남 국방상, 정경택 총정치국장, 김정식 군수공업부 부부장이 자리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앞줄 오른쪽)이 9일 0시를 기해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민방위 무력 열병식을 참관하고 있다. 딸 김주애가 김 위원장 바로 옆에 나란히 앉아 눈길을 끈다. 통일부는 “김주애의 위상이 더 높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평양=AP뉴시스

김주애는 올해 2월 북한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식 열병식에서는 김 위원장 뒤편 귀빈석에 김 위원장의 아내 리설주 등과 함께 앉아 있었다. 불과 7개월여 만에 지위가 급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중앙TV가 방영한 열병식 녹화방송을 보면 김주애가 김 위원장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아버지와 대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지난 8일 관영매체에 직책이 군정지도부장으로 처음 소개된 군부 핵심 박정천조차 김주애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귓속말을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2월 열병식과 비교하면 딸의 위치가 김정은 쪽으로 더 가까워져 의식에서 예우가 격상된 것”이라면서도 “그러한 변화의 의미나 의도를 현재로선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통화에서 “권력 투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후계자를 늦게 정하는 북한 체제의 속성을 볼 때 김주애의 위상이 상승한다고 하더라도 후계자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김주애는 지난해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 발사 현장에 아버지와 동행하며 처음 공식석상에 등장했다.

조선중앙TV 영상에는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도 등장한다는 것이 통일부의 분석이다. 다만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보도 사진에선 김 부부장이 보이지 않는다. 김주애에 비해 현재 김 부부장의 위상이 높지 않은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리설주는 이번 열병식에 동행하지 않았다.

열병식에는 류궈중(劉國中) 국무원 부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중국 당·정부 대표단과 ‘알렉산드로브’라는 명칭의 러시아 군대 아카데미 협주단 단원들, 북한 주재 중국·러시아 외교 대표들이 초대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김 위원장 앞으로 축전을 보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