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잠든 밤 순식간에 와르르… “사망자 1만명 달할 수도” [모로코 120년 만의 강진]
대부분 지진 취약한 진흙 벽돌집
고지대 산악 지역… 구조도 난항
맨손으로 잔해 뒤지며 수색나서
주민들은 여진 우려에 ‘광장 노숙’
美·튀르키예 등 G20 지원 의사
국교 단절한 알제리도 동참 밝혀
“10초 만에 모든 것이 사라졌다.”
망연자실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9일(현지시간) 한 여성이 지진으로 파괴된 자신의 집 옆에서 오열하고 있다. 마라케시에서 남서쪽으로 약 71㎞ 떨어진 지점에서 전날 밤늦게 규모 6.8의 강진이 발생해 마라케시부터 수도 라바트까지 곳곳에서 피해가 잇따랐다. 마라케시=AFP연합뉴스 |
이날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의 인명·경제 피해 규모가 애초 예상보다 훨씬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 추정치 평가를 ‘적색경보’로 조정하고, 이번 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1만명 미만일 가능성이 35%로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1만명을 넘어 10만명에 이를 가능성도 21%에 이르며, 10만명 이상이 될 확률은 6%라고 전망했다. 경제 손실 규모의 경우 10억∼100억달러(약 1조3370억∼13조3700억원)에 이를 가능성이 37%로 가장 높았고, 100억∼1000억달러에 이를 확률도 24%로 추산됐다.
인명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인 72시간 내의 구조가 시급하지만, 이들 산간 지역은 교통 접근성도 낮아 구급차 통행마저 어려운 상황이라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진앙 인근 지역의 구조대는 장비 부족으로 무너져 내린 주택 잔해를 맨손으로 뒤지며 수색 작업에 나서고 있다.
마라케시 등 시내에서는 마찬가지로 지진에 취약한 석재 건물들이 우르르 무너졌다. 현지 주민들과 마라케시를 방문한 관광객들은 두려움에 떨며 집이나 숙소로 돌아가지 못하고 길거리와 광장에서 밤을 새웠다. 마라케시의 관광명소였던 제마 엘프나 광장은 순식간에 이들의 피난처가 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9일 성명을 통해 “우리 행정부는 모로코 당국자들과 접촉하고 있다”며 “우리는 모로코 국민을 위해 필요한 어떤 지원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올해 초 5만명이 사망한 강진 참사를 겪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도 “모든 수단을 다해 모로코 형제들을 지원하겠다”는 연대의 뜻을 밝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메시지를 전했다.
모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나 서사하라 지역 영토 분쟁 문제로 2021년 국교를 단절한 알제리는 폐쇄 상태였던 영공을 개방해 인도적 지원과 의료 목적의 비행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지진의 진동은 알제리와 바다 건너 스페인·포르투갈에서까지 감지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모로코 정부는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지원 의사에 사의를 전했으나 아직 필요한 공식 지원 요청은 하지 않고 있다. 모로코 국왕 모하메드 6세는 9일 사흘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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