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글로벌 디지털 규범 정립 주도할것"… 녹색기후자금에 3억달러 공여

"우크라 재건 앞장" 의지 표명
다자개발은행 재정립도 제안

윤석열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바라트 만다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세션1 '하나의 지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도 뉴델리 'G20 정상회의'

윤석열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와 과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다자개발은행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한민국이 글로벌 디지털 규범 정립을 주도하겠다고 천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세션3 '하나의 미래'에 참석해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 다자개발은행 역할 강화, 디지털 규범 질서 정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먼저 우크라이나의 평화 회복과 재건에 대한민국이 앞장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우리 정부는 내년에 3억 달러(한화 4000억원 상당), 중장기적으로 2025년 이후 20억 달러(한화 2조6000억원 상당)을 지원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7월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해 가진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서 발표한 '우크라이나 평화연대 이니셔티브'의 구체적 실행 방안 중 하나다.

3억 달러는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무상개발협력,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월드뱅크 등 국제금융기구를 통한 지원이며, 20억 달러는 대외경제협력 기금(EDCF) 등을 통한 지원이다. 통상적 지원 규모의 2배에 달하는 파격적 규모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한국이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우크라이나의 평화 회복에 앞장서는 책임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향후 우크라이나 재건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기반을 조성하는 작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다자개발은행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기후 위기 극복, 식량·에너지 안보 강화 등 새로운 도전 과제에 대한 대응을 위해 다자개발은행의 임무와 비전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가용재원을 확충하고, 그 운용에 관한 개혁작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고 역설했다. 한국은 프랑스와 함께 G20 국제금융체제 워킹그룹 공동의장국으로서, 다자개발은행의 가용 재원 확대를 선도하면서 저소득국을 대상으로 한 채무 재조정 논의를 주도한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기존 개발 재원을 활용해 향후 10년간 2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대출 여력을 창출하고, 중장기적으로 자본금 확충을 위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회원국들을 설득했다.

윤 대통령은 G20 회원국들을 상대로 국제적으로 통용될 글로벌 디지털 규범을 마련하는데 한국이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국제회의 무대에서 디지털 기술로 인한 폐해를 막고, 국가간 디지털 격차를 좁힐 수 있도록 글로벌 디지털 규범을 정립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해왔다.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서 '뉴욕 구상'을 발표하며 새로운 디지털 질서의 필요성을 처음으로 제기했고, 올해 6월 프랑스 소르본대학에서는 디지털 규범 제정을 논의할 국제기구 설립을 제안했다.

이번 G20정상회의에서는 한국이 디지털 권리장전을 마련해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G20은 윤 대통령이 제안한 AI 국제 거버넌스 마련에 협력하는 내용을 공동선언문에 반영했다.

윤 대통령은 G20 첫날인 9일 진행된 세션1(하나의 지구)에서는 기후 변화 대응방안으로 △녹색기후자금(GCF) 3억 달러 기여 및 기술 지원 등 우리 정부의 기여 △청정에너지 전환 주도 △글로벌 녹색 해운 항로 구축 등을 내놨다. 김 차장은 "윤 대통령은 이번 G20정상회의에서 기후 변화 위기 극복을 위한 기여와 규범기반 국제질서 강화 등 대한민국의 외교 지평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글로벌 차원으로 한 차원 더 확대했다"고 평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