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식 50층 건물 어떠세요?”…이미 우리 기술로 가능합니다 [부동산360]
전문가들 “법규·규제 완화해야” 한 목소리
전문가 “정부 규제 풀어야 고층 모듈러 건설 가능”
[헤럴드경제=이준태·서영상 기자]“모듈러(조립식) 건축물 공장은 반도체 공장이나 첨단 공장에 비해 대단한 설비 투자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또, 이미 13층 모듈러 건축물을 준공했습니다. 당장이라도 고층 모듈러 건물 설계와 시공을 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조봉호 아주대학교 교수)
최근 OSC(Off-Site Construction) 공법이 미래 건설업계의 새로운 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OSC 개념은 모듈러·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공법 등 공장 생산 후 건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뜻한다.
현재 건설산업 노동현장은 외국인 근로자가 많아 의사소통 문제가 있으며 고령화되고 있다. ESG경영 추구로 탄소중립이 대두되는 등 건설환경이 변화하고 있는데, 부족한 인력 문제 해결과 공사기간 단축 등 건설업의 생산성을 혁신할 공법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에 국내외 건설업계 전문가들은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건설산업비전포럼 창립 20주년 기념 〈국내 초고층 모듈러 건설 규제와 해결방안〉 세미나를 갖고 건설업의 미래를 논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도 고층·초고층 모듈러(조립식) 건물 건축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단, 법규나 제도를 완화하거나 비용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단 지적이다.
이날 이현수 건설산업비전포럼 공동대표의 개회사와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의 축사로 행사를 시작했다. 이현수 대표는 개회사에서 “국내 모듈러주택은 층간소음이나 내화 성능 등에 적용되는 규제로 모듈러주택 구축에 제한받고 있다”며 “50층 건축실적을 보유한 영국의 사례를 참고해 국내 모듈러 산업의 발전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 경기 용인시 영덕행복주택이 13층으로 모듈러 건물로 지어졌다. 13층 이상의 건물을 고층 건물로 분류돼 내화 기준이 3시간 이상으로 까다롭다. 이에 첫 번째 주제 연사로 나선 이준성 이화여대 교수는 “고층 모듈러 건축물의 변곡점(티핑 포인트)이라 할 수 있는 13층 한계를 뛰어넘었다”며 “이미 사례가 나온 만큼, 우리나라의 건설업 역량과 건설인들의 열정을 볼 때 조만간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에서 최고 50층 높이의 모듈러 사업을 진행한 바 있는 로리 버긴 영국 설계회사 HTA Design LLP 파트너는 두 번째 주제발표에서 공기 단축 효과를 강조했다. 버긴 파트너는 영국 런던 웸블리에 위치한 펠다 하우스의 예를 소개하며 “전통적 공법으로 진행하면 3년 반가량 소요됐을 공사가 모듈러 공법으로 시공해 2년2개월로 공기를 단축했다”며 “공장 노동자는 일을 할수록 숙련도가 높아져 마무리 작업을 할 경우 작업 초기보다 능률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후 가진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모듈러 등 OSC공법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모듈러 건물이 13층 이상될 경우 내화 기준 3시간을 만족해야 하는데, 이에 반해 영국은 2시간이다. 이밖에 내진 설계나 층간소음으로 인한 바닥 두께 기준 등 우리 정부의 규제로 기술력은 있지만 고층 모듈러 건물 건축을 시도조차 하기 어렵단 설명이다.
이진섭 삼표피앤씨 전무는 일본의 예를 참고하며 “지난 1997년 일본에서 아파트 발코니를 용적률 산정에서 제외하자 PC공법의 초고층 아파트 건물이 들어섰다”며 “공장형 건설업에 맞는 제도와 법령을 정비해줬기 때문에 일본에 높고 많은 PC건물이 생겨났다”고 강조했다.
김인한 경희대 교수는 OSC공법이 건설산업의 생산성과 자동화 비율을 높일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김인한 교수는 “건설산업은 앞으로 제조·건설업으로 변모해야 한다”며 “지금이 경쟁력을 가지기 적절한 시점이다. 정부 등 기관이 제도를 마련해 주는 등 산업을 선진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인센티브 부여 등 규제와 제도를 완화해 건설 산업 혁신에 도움이 되겠다고 전했다. 이광우 국토교통부 주거공급관리과 사무관은 “정부는 업계와 학계에서 말하는 걸 계속 듣고 있다. 이를 통해 제도적 개선책을 반영하기 위해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며 “모듈러나 PC 공동주택 활성화하고자 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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