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재명, 질문과 무관한 답변으로 조사 비협조… 12일 재소환”

박진영 2023. 9. 10.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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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수사
李 “혐의 증거 김성태·이화영 진술뿐”
조서 서명 거부… 건강상 이유 조사 중단
檢 “12일 재소환… 남은 조사 종결 방침”
李, 단식으로 건강 악화에 출석 미지수
법조계 “이르면 주중 영장 청구할 듯”
쌍방울그룹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12일 재소환을 통보했다. 이 대표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면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중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에 다섯 번째 소환돼 조사받은 이 대표는 지난 9일 검찰 조사 직후 취재진에게 혐의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정치 검찰에 연민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서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 관련 조사를 마친 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검찰은 이 대표를 상대로 쌍방울이 경기도를 대신해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달러와 도지사 방북 비용 300만달러를 북한에 건넨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그 과정에 관여했는지 등 제3자 뇌물 혐의를 조사했다. 이 대표가 단식 중인 점을 감안해 150쪽 분량 질문지 중 핵심만 추려 조사를 진행했다.

이 대표는 혐의를 부인하는 8쪽짜리 서면 진술서를 내고, 진술서로 답변을 대부분 갈음했다고 한다. 일부 질문에 대해서만 A4 2장 분량에 달할 정도로 길게 답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건강상 이유로 더 이상 조사받지 않겠다”고 해 이날 조사는 8시간 만에 끝났다.

이 대표는 “진술 취지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조서 열람을 중단하고 서명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청사를 나서며 “증거라고는 단 하나도 제시받지 못했다”며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내용으로 범죄를 조작해 보겠다는 정치 검찰에 연민을 느낀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검찰은 언론에 보낸 문자를 통해 “이 대표가 질문과 무관한 반복적이고 장황한 답변, 말꼬리 잡기 답변으로 일관하는 등 조사에 협조하지 않았다”며 “12일 나머지 조사를 종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쌍방울로부터 대북 사업 지원 등 부정한 청탁을 받고, 김성태 전 회장이 800만달러를 북한에 대납하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북측에 금품을 제공하도록 부탁하거나 쌍방울 관계자에게 부정한 청탁을 받은 적 없다”며 “100억원이란 거액의 불법 대북 송금을 대납하게 했다면, 이는 정치 인생뿐 아니라 개인적인 삶도 망칠 중대 범죄로, 그런 범행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혐의에 대한 증거로는 김성태와 이화영의 진술뿐”이라며 “일관성과 신빙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또 “스마트팜 사업은 남경필 전 지사 때부터 해 왔던 인도적 지원 사업”이라며 검찰이 김 전 회장 공소장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공소장에 방북 비용 300만달러 송금 시점을 달리 기재한 점 등도 문제 삼았다.

이 대표는 이날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그는 강기정 광주시장 등 자신을 찾은 인사들에게 “(전날 검찰 조사에서) ‘당신들 같으면 부패 사업가한테 수십억 원을 내라고 하겠냐, 내가 얻는 게 뭐냐, 북한 가서 사진 한 번 찍는 거겠냐, 당신 같으면 그렇게 하겠냐’고 하니깐 그냥 웃더라. 이런 무례한 인간들이 어디 있냐”고 말했다.
단식농성 천막 찾은 이낙연 무기한 단식 11일째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가 10일 국회 본청 앞 농성 천막에 찾아온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이 대표에게 “단식을 거두시고 건강을 챙기셨으면 한다”고 했고, 이 대표는 “어떻든 (현 정부) 폭주를 막아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서상배 선임기자
민주당은 이 대표의 조서 서명 날인 거부에 “검찰의 ‘답정너’ 수사에 대응한 정당한 권리 행사”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검찰이 12일 재출석을 통보한 데 대해 “(조사 일정을) 검찰과 협의 중”이라며 “검찰의 추가 소환 언급 자체가 혐의 입증에 실패했다는 걸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 측은 검찰에 다시 출석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조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대표 단식이 장기화하며 건강이 악화하고 있어서다. 이 대표는 단식 11일째인 이날 오전 국회 본청 앞 천막 농성장에 모습을 드러내 앉았다가, 부축을 받아 뒤편에 누웠다. 오후에도 농성장에 앉아 있다가 재차 누웠다.

법조계에선 12일 수원지검 조사가 끝나면 검찰이 서울중앙지검의 ‘백현동 개발 비리’ 사건과 묶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본다. 검사 출신인 안영림 법무법인 선승 변호사는 “12일에 조사가 마무리된다면 이번 주 중 구속영장 청구도 가능하다”면서도 “이 대표가 이번 조사에서 적극 소명하고 있어 부인하는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영장 청구가) 지연될 가능성은 있다”고 지적했다. 최진녕 법무법인 씨케이 변호사도 “이 대표를 12일 조사하면 검찰이 일주일 안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박진영·김승환·안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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