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박동기 달고 35회 공연 완주... 신구 마지막 말에 모두 웃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9일 저녁 서울 종로구 대학로 티오엠 극장. 연극 ‘라스트 세션’의 세 번째 시즌, 정신분석학자이자 현대 무신론의 태두(泰斗)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 역할로 이날까지 총 35회 공연을 무사히 완주한 배우 신구(86)가 커튼콜 무대에서 관객을 향해 인사를 건네자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첫 시즌부터 호흡을 맞춰 온 상대역, 유신론자 C S 루이스(1898~1963) 역할의 배우 이상윤(42)이 웃으며 그 곁을 지켰다.
노배우가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 말을 잇자, 일순 객석이 고요해졌다. “연극을 시작하면서 상윤군하고 ‘좋은 연극을 만들어보자, 흉하지 않게’, 그렇게 약속을 했죠. 열심히 열심히 노력을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오늘 마지막 공연을 하고 보니까 그전 공연들이 여기저기 듬성듬성 구멍이 뚫린 게 언뜻언뜻 생각이 나요. 몹시 아쉽죠. 그래서 또 연극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곁에 서 있던 배우 이상윤이 웃으며 박수를 쳤다.
신구는 이날도 2시와 5시 두 차례 공연을 각 85분간 모두 거뜬히 해냈다. 급성 심부전으로 심장박동기 수술을 받고도 다시 무대로 돌아온 노배우의 투혼을 모두가 응원했지만, 그만큼 걱정도 컸다. 하지만 신구는 배우 남명렬과 함께 더블 캐스팅으로 맡은 프로이트 역할을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소화했다. 객석을 꽉 채운 매진 관객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모두가 완주를 안도하는 공연 마지막 날, 노배우는 ‘이 작품 다시 한번 하고 싶다,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그 순간, 무대 뒤에 있던 제작진도 모두 함께 웃었다. 친딸처럼 신구 배우를 깍듯이 모시는 제작사 파크컴퍼니 박정미 대표는 “막공(마지막 공연)이라 상윤씨가 분명 펑펑 울 거라고 생각했고, 우리 모두 울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선생님 말씀에 그만 웃음이 터져 버렸다”고 했다.
신구의 카리스마에 밀리지 않으며 무신론과 유신론이 충돌하는 지적 논쟁의 불꽃을 보여줬던 배우 이상윤도 관객들에게 인사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많은 연기자가 여기 계신 선생님과 한마디라도 대사를 나눠보고 싶어 하는데, 저는 한 시간 반 동안 선생님을 온전히 독차지할 수 있는 이 영광스러운 시간을 세 시즌이나 가질 수 있었다는 게 정말 기적 같은 일”이라고 했다. “많은 분이 선생님 연기를 보고 감동을 받잖아요. 제일 가까이 있는 저는 어떻겠어요. 정말 더 큰 감동을 받거든요. 그런 시간을 저에게 주신 선생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분장실로 내려가 만난 신구는 시작 때보다 조금 더 야윈 모습이었다. 건강은 어떠신가 걱정스레 물었더니 “끄떡없다. 다리에도 힘이 더 붙었다”며 활짝 웃었다. 박 대표는 “매회 기립 박수를 받으셔서인지, 무대에 서는 게 행복하셔서인지 시작할 때보다 더 기력이 좋아지셨다”고 했다.
이날 신구는 관객들에게 마지막으로 “막바지 늦더위가 남아 있습니다만 환절기가 됐으니 여러분 몸조심하시고 감기 걸리지 마시라. 내내 건강하시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그건 오히려 관객들이 노배우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한 번 더 뜨거운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무대에서 퇴장하는 노배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굳건히 무대에 선 그의 모습을 오래오래 보고 싶은 마음은 객석 안팎이 모두 하나였다.
연극 ‘라스트 세션’은 10일 프로이트 역 남명렬, 루이스 역 카이 배우의 공연을 끝으로 세 번째 시즌의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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