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데이비드 이후 첫 무대…尹대통령의 '자신감 외교'
윤석열 대통령의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순방은 '자신감 외교'였다. '캠프 데이비드'로 상징되는 새로운 한미일 협력체계를 구축한 뒤 처음 나선 다자무대에서 윤 대통령의 외교행보는 거침 없었다. 한미일이란 강력한 지렛대를 바탕으로 중국을 끌어내고 러시아를 압박했다.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을 내세워온 만큼 기후 대응과 우크라이나 지원에 과거와는 다른 수준의 기여액을 약속했다. 한미일 협력을 토대로 한 자유민주주의 가치 연대에 뿌리를 내리면서 국제사회에 책임과 기여를 다한다는 취지다. 이는 결국 우리의 외교 지평을 넓히고 신뢰를 축적해 수출시장 확대, 첨단기술 협력으로 이어진다는 판단이다.
5일 출국한 윤 대통령은 8일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아세안 정상회의 관련 일정을 소화하고 인도로 이동해 10일까지 G20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북한의 핵위협에 강경한 입장을 천명하면서 국제사회에 단결된 대응을 촉구했다. 인도에서는 녹색기후기금(GCF)에 3억 달러 추가 공유, 우크라이나에 20억 달러 EDCF(대외경제협력기금) 제공 등 패키지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윤 대통령은 6일과 7일 북러회담을 앞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해 연거푸 경고를 날렸다. "국제사회의 평화를 해치는 북한과의 군사협력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안보리 상임 이사국의 책임은 더욱 무겁다" 등 단호한 표현을 썼다. 당장 북한에 탄약거래 등을 매개로 핵무기 고도화 기술 등을 넘겨주면 우리나라에 직접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에는 팔을 벌렸다. 7일 중국을 대표해 참석한 리창 총리와 '51분' 한중회담이 성사됐다. 다자계기로 열린 회담으로선 긴 시간이다. 우리가 의장국인 한일중 정상회의의 이른 시일 내 개최에 협조를 요청했고 "적절한 시기 개최를 지지한다"는 답을 얻었다. 북한 문제에서는 "북핵이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일 협력 체계는 더욱 공고해질 수밖에 없다"며 "중국이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해 달라. 북한이 한중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협력하자"고 했다. 미국의 고립 정책을 뚫어야하는 중국으로서는 기존 방관자 행태로부터 태도 변화를 고민케 하는 대목이다.
북중러 사이를 파고든 윤 대통령이 한일중에는 연결고리가 됐다. 10일에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도 열었다. 3월 관계개선을 시작으로 벌써 여섯 번째다. 같은 날 리창 총리와도 또 만나 "연내에 리 총리를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란다"며 환담도 나눴다. 탄탄한 한미일이 한일중의 협력 재개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외교무대에서 무게감이 커진 만큼 기여에도 힘을 줬다. GCF에 추가로 내는 3억 달러는 우리나라 지난 공여액의 150% 규모다. 우크라이나 지원 패키지 액수도 통상적인 유사 프로젝트에 비해 2배 이상 많다. 당장은 기여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국익과 직결된다. 수천 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은 우리 기업들에게 엄청난 기회다. 이번에 역설한 녹색기술 협력, 글로벌 디지털 규범 마련 등도 우리가 강점을 지닌 원전과 수소산업을 비롯한 디지털 미래산업의 주도권과 연결된다.
정상회의 일정 중간에 그야말로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양자회담을 가진 점도 특징이다. 무려 20개 나라와 따로 만나 부산엑스포(2030 부산세계박람회) 지지를 부탁하고 국가별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세일즈 외교를 진행했다. 필리핀과는 우리나라 22번째 FTA(자유무역협정)를 맺고 자동차 수출 경쟁력을 확보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순방의 경제적 의미에 대해"신시장 확충과 디지털·개발협력 분야의 글로벌 리더십 강화"라고 했다.
뉴델리(인도)=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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