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만 사냐, 나도 산다”…개미가 올해에만 9조원 산 ‘이것’
개인투자자 올해 국채 9조원 순매수
낮은 표면금리 부자들에게 매력적
일반 투자자들도 매매차익 겨냥
‘고금리 당분간 지속될 것’ 전망에
투자자들 3~5년 만기 국채도 관심
10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개인의 국채 순매수액은 지난 8일 기준 8조9527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4조2067억원에서 지난 6일 기준 개인의 국채 보유액은 14조3766억원으로 폭증했다. 주식 시장이 좋았던 2021년 개인의 국채 보유 잔액은 9145억원에 불과했다. 2년새 개인의 국채 보유 규모는 무려 16배나 늘어났다.
국내 대형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부자들의 자산관리를 돕는 프라이빗 뱅커(PB)들이 저투폰 장기 국채를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며 “국채 19-6은 그 중에서도 표면금리가 가장 낮아 아직도 찾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부자들은 물론이고 소액을 투자하는 일반 개인 투자자들도 국채 19-6, 국채 20-2, 국채 20-8 등을 주로 매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6일 기준으로 개인이 가장 많이 보유한 국채는 19-6으로 잔액은 2조7580억원에 달한다. 개인 투자자가 많이 보유한 국채 5종의 보유 잔액은 거의 9조원에 육박한다. 개인의 전체 국채 보유 중 62%가 상위 5개 국채에 집중되고 있다는 뜻이다.
국채 20-2는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 연속 개인 순매수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개인이 보유한 잔액은 2조5570원으로 170억원이던 작년 말과 비교하면 증가율이 무려 1만4900%에 달한다. 20-2의 표면금리는 1.5%로 19-6보다는 다소 높지만 만기가 훨씬 길어 금리가 조금만 움직여도 더 많은 자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장기국채 가격은 단기국채보다 금리 움직임에 더 크게 반응하기 떄문이다.
김희경 KB증권 청담스타PB센터 센터장은 “자산가들이 국채 투자를 선호하는 이유로는 절세, 안정성, 유동성 세 가지 요인 때문”이라며 “국가가 보증한 국채는 안정적인 데다 자본 차익이 비과세라는 점을 활용해 절세 효과를 낼 수 있고, 유동성이 풍부해 수십억 원 규모라도 시장에서 충분히 매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연규 삼성증권 SNI삼성타운금융센터 센터장은 “절세 효과가 좋은 저쿠폰채권은 은행 금리 대비 세후 수익률이 좋아서 인기가 있다”며 “단기채, 장기채를 동시에 가져가는 바벨 전략도 주목받고 있는데, 만기가 짧은 단기채는 원리금을 쉽게 회수할 수 있어 장기채 리스크를 낮추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조언했다.
국채 투자 붐이 일고 있지만 내려올 것만 같았던 금리가 좀처럼 내려오지 않아 수익 실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월 7420원까지 올랐던 국채 19-6 장내 가격은 지난주 7050원까지 떨어졌다. 이자를 무시하고 단순 매매차익 수익률을 계산하면 -4.98%다. 1000만원 투자했다면 50만원 가까이 손실을 보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 금리가 당분간 내려가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다시 꿈틀하는 물가를 잡고 뜨거운 고용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추가 금리 인상이 나오면 장기 국채 투자자의 손실은 지금보다 더 불어나게 된다.
고금리가 내년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에 일부 증권사에서는 장기물 대신 단기물 투자를 권유하는 모습이다. 장기물도 만기까지 보유하면 원금을 지킬 수 있지만 20~30년 만기까지 돈이 묶인다. 반면 3년, 5년 만기 국채는 금리가 올라도 만기까지 보유하면 원금을 지키고 이자도 꼬박꼬박 받을 수 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너무 빠르게 반영했던 상반기 대비 채권을 매수하기 훨씬 좋은 상황”이라며 “연말이 되면 계절적으로 채권매수 규모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겠으나 적어도 10월까지는 개인의 채권 매수세가 꺾이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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