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재의 파도를 넘어] 방파제를 쌓는 청소년들

한겨레 2023. 9. 1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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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들이치는 해변 근처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방파제는 퍽 고마운 존재다.

한겹, 또는 여러겹의 테트라포드로 이뤄진 방파제는 주민들이 입을 수 있는 파도의 피해를 막아준다.

멀고 깊은 바다 어딘가에서 시작된 파도가 밀려드는 힘을 맞서기에는 너무 미약할 수 있지만, 그 덕분에 피해는 조금이라도 줄어들게 된다.

청소년들이 첫 벽돌을 놓은 방파제는 당신의 참여와 함께할 때 더욱 견고해지고, 결국 파도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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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재의 파도를 넘어]

청소년기후행동 회원들이 지난해 9월23일 낮 서울 용산구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글로벌 기후파업’에서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오동재 | 기후솔루션 연구원

파도가 들이치는 해변 근처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방파제는 퍽 고마운 존재다. 한겹, 또는 여러겹의 테트라포드로 이뤄진 방파제는 주민들이 입을 수 있는 파도의 피해를 막아준다. 멀고 깊은 바다 어딘가에서 시작된 파도가 밀려드는 힘을 맞서기에는 너무 미약할 수 있지만, 그 덕분에 피해는 조금이라도 줄어들게 된다.

화력발전처럼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대규모 배출원들이 우리 삶에 밀려들어 오는 모습은 일면 파도와 비슷하다.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알기 힘들지만, 우리 눈에 보인 순간에는 너무 늦어 그 파도를 피하거나 막기란 쉽지 않다. 혼자 막으려 하다간 자칫 밀려들어 오는 힘에 휩쓸려 떠내려갈 수도 있다.

그런 파도가 지금 우리 눈앞에도 있다.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건설되고 있는 강원도 삼척 석탄화력발전이다. 내년 완공을 앞둔 삼척 석탄화력발전은 단일 호기 기준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완공된 발전소에서 배출할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300만톤, 우리나라 한해 온실가스 배출량(6억5천만톤)의 2%에 육박한다.

지금은 뚜렷이 보이는 파도가 된 삼척 석탄화력발전소의 시작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0년 전인 2013년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되며 사업이 첫발을 내디뎠다. 5년 뒤 정부로부터 공사계획인가를 받고 금융조달 계약을 마무리한 삼척블루파워는 공사에 돌입해 지금에 이르렀다.

사업 완공을 앞둔 현시점에서 삼척 석탄화력발전을 둘러싼 문제들은 불 보듯 뻔하다. 온실가스 배출은 말할 것도 없고,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낼 대규모 송전선 건설은 아직 첫삽도 뜨지 못했다. 공사 완공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야 하지만 채권시장은 이미 돌아섰다. 지난 2년간 삼척블루파워가 발전소 건설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려던 회사채 7450억원 중 98%가 수요예측서 미매각됐다. 또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기 때문에, 가동 연한이 2053년까지인 이 사업은 어떤 형식으로든 조기 폐쇄를 마주할 운명이다.

하지만 지금 이시간에도 삼척블루파워의 공사는 계속되고 있다. 악조건 속에서도 사업을 지속하는 모습 속엔 ‘큰 말은 절대 죽지 않는다’는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의지가 보이기도 한다.

삼척 석탄화력발전이라는 파도를 막아내려던 방파제들도 있었다. 처음은 사업 계획 단계에서부터 문제를 제기해왔던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다. 지역에서 시작된 반대 활동에 여러 시민사회단체가 합류하고 이들의 노력은 결국 공사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되는 삼척석탄화력발전의 채권을 더는 인수하지 않겠다는 자산운용사들의 약속과 이행으로 이어졌다.

내년 완공을 앞둔 삼척 석탄화력발전소라는 파도를 막기 위해 방파제를 만들려는 노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방파제를 짓는 이들 가운데는 9월15일 기후파업을 준비 중인 청소년기후행동과 함께하는 청소년, 청년들도 있다. 막다른 길로 치닫는 사업 여건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는 정부와 사업자를 향해 사업 중단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이날 모일 청소년 중 상당수는 삼척 석탄발전이 추진됐던 2010년대에 태어났다. 한국 최대 석탄화력발전소를 짓는 계획에 그들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지만, 그 결정에 따른 환경·경제적 피해를 평생 머리에 이고 살아가야 하는 기후위기의 당사자들이다.

청소년들이 첫 벽돌을 놓은 방파제는 당신의 참여와 함께할 때 더욱 견고해지고, 결국 파도를 막을 수 있다. ‘화석연료 시대에 종말을’이라는 구호 아래 치러질 기후정의 파업은 9월15일(금) 오후 2시, 삼척시내에서 진행된다. 참가신청은 청소년기후행동 홈페이지(youth4climateaction.org)에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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