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도 공무원연금처럼 국고 지원을" 커지는 목소리 [확산되는 연금 불안]
공무원·군인연금 보조금 10조
국민연금 지원은 111억에 불과
기획재정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4대 공적연금 가운데 국민연금은 가장 적은 국가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다. 기금수입 중 정부 보조금은 각각 국민연금 111억원, 공무원연금 6조6000억원, 사학연금 1조원, 군인연금 3조4000억원 수준이다.
공무원연금이 5조6491억원에서 6조6071억원으로 16.9%, 군인연금이 3조1017억원에서 3조4169억원으로 10% 늘었다. 2개 기금 보조금만으로 10조원 넘는 국가보조금을 편성했다. 기금 자체로는 지급이 불가한 수준의 재정적자를 보고 있어서다. 올해에만 4조6927억원의 적자를 본 공무원연금은 내년에도 4조4412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이 뒤로도 연평균 4.3%로 적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군인연금은 적자 증가율이 더 심각하다. 올해 3조789억원, 내년에는 3조2489억원으로 연평균 9.3%씩 적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두 기금의 근본적 적자사유는 고령화다. 은퇴 후 연금을 받는 인구의 증가 속도가 보험료를 내는 인구를 추월한 지 오래다. 공무원연금은 지난해 61만3500명에서 올해 63만5000명, 내년 67만4000명, 2025년이면 71만명으로 매년 증가폭이 커지고 있다. 군인연금도 이미 지난해 수급인원이 10만명을 넘은 데다 수입원인 신규 복무인원도 감소하는 추세다. 국민연금이 마주한 근본적인 문제를 한발 빨리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기재부가 제시한 두 연금의 지속방안도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제시한 시나리오와 유사하다. 수익률을 올리고 기금 내부 경상경비 등을 아껴 가용예산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조차도 국고보조금 부담을 다소 완화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본질적으로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공적연금에 들어가는 의무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보조금을 배제한 상태에서도 당장 내년에 77조6000억원의 예산이 편성돼 있다. 이후로도 매년 7조원가량이 늘어나며 2027년이면 9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공개한 개혁방안에서 국고보조금이 제외된 것에 볼멘소리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연금지출의 25%가량을 국고로 충당하는 독일 등 외국 사례와 같이 국가가 연금수령에 대한 보증을 설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등 단체는 직접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적연금 지출 비중을 언급하며 "주요 선진국 수준인 11%까지 보조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공적연금 지출 비중은 2.8%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7.7%)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다만 국민연금의 보조금 상향이 본연의 취지에 온전히 부합한다고 볼 수만은 없다. 국민연금 특성상 소득 수준별 납입액만큼 수령액의 격차가 벌어져서다. 재정투입을 통해 지급보증을 국가에서 서게 되는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고소득자에게 고수익 상품을 국고로 제공하는 모양새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은석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어떤 방식을 통해서든 젊은 세대의 노후소득을 성실하게 납부한 만큼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고보조는 가입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며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가 초기 보험료를 대납하는 등 가입자 수를 유의미하게 늘리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의 약 30%는 공적연금에 가입돼 있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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