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은행·해외사업 초점… KB, 리딩금융 자리 굳힌다 [KB금융 양종희 회장시대 개막]

비은행장 출신 금융지주 회장
손보 경영 맡아 그룹 실적 견인 등 은행·비은행 아우르는 '재무통'
성장동력 '해외사업 확대' 등 과제

"KB금융그룹이 시장과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금융산업의 스탠더드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

50일간의 치열한 레이스 끝에 차기 KB금융 회장 최종후보에 양종희 KB금융 부회장이 내정됐다. 양 내정자는 지난 1989년 KB국민은행으로 입사해 KB금융 전략기획부 부장, 전략기획 담당 상무, 부사장을 차례로 지낸 대표적인 '전략·재무통'이다. 양 내정자는 은행장을 거치지 않은 내부 출신 최고경영자(CEO)이지만 KB손해보험 대표, KB금융 보험부문장 등을 거치면서 은행과 비은행 경험을 풍부하게 갖춘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양 내정자가 회장으로 정식 취임하면 비은행 경쟁력 강화에 더욱 힘을 쏟으면서 업계 1위 '리딩그룹' 수성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미래 성장동력인 글로벌 사업을 키워가는 것이 차기 회장이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로 꼽힌다.

■리딩그룹 수성 위해 '非은행·글로벌' 초점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양 내정자가 마주한 가장 큰 과제는 KB금융의 '리딩그룹 수성'으로 꼽힌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취임 후 지난 2014년 1조4007억원이던 그룹 순이익을 지난해 4조3948억원까지 약 3배 끌어올렸다. 올 연말 순이익 추정치는 4조9989억원에 달한다. 은행 외에 증권·카드·보험 등 조화로운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실적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양 내정자는 '비은행 CEO 출신 금융지주 회장'이라는 단점을 오히려 강점으로 살려 비은행 확장에 특히 속도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양 내정자는 지주 임원 시절 매물로 나온 LIG(현 KB손해보험) 인수업무를 맡아 성사했고, 2016년부터는 KB손해보험 대표로서 순이익을 끌어올렸다. 부회장에 선임되고는 3년간 글로벌, 보험, 디지털, 개인고객, 자산관리, SME 등의 부문장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또 다른 수익 성장기반으로 주목받는 해외사업의 경우 KB금융은 아직 미진한 편이다.

중장기적으로 수익 40%를 글로벌 사업에서 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으나 동남아 지역에만 진출한 '후발주자'로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KB금융의 글로벌사업 수익비중은 11%로,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평균치인 14%를 밑돈다.

금융권의 한 임원은 "내부인사가 발탁된 만큼 조직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그동안 은행을 중심으로 했다면 이제는 비은행 계열사도 그룹 차원에서 봤을 때 중요하다는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KB금융, 모범적 경영승계 시스템 안착

한편 내부 출신인 양 내정자가 차기 회장 최종후보로 선정되면서 KB금융이 모범적 경영승계 시스템을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회장은 취임 후 부회장직을 신설하고 'CEO 내부 후보자군 육성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등 오랜 기간 차기 회장 육성에 공을 들여 왔다.

김경호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장은 "소통하고 공감하며 솔선수범하는 리더십과 함께 양종희 후보가 제시한 KB금융의 미래에 대한 차별화된 전략과 가치경영 그리고 강력한 실행의지와 경영철학이 높이 평가됐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