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는 왜 日에 경고 보냈나…‘군함도 결정문’ 2년 만에 나온다
유네스코, 2021년에도 ‘강한 유감’ 표시…한국 등 관련국과 지속적 대화 독려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일본 나가사키현 하시마섬(군함도) 탄광 등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과 관련해 한국 등 관련국과 지속적인 대화를 할 것을 일본에 거듭 권고하는 결정문을 조만간 채택한다.
10일 세계유산위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결정문이 10일부터 25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개최되는 제45차 세계유산위 회의에 상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21개국으로 구성된 세계유산위는 이번 회의를 통해 일본이 지난해 12월 제출한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 보존 현황 보고서'를 평가하고, 결정문을 채택할 예정이다.
일본이 군함도 등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에서 조선인 강제노역 역사를 제대로 알리고 있는지를 두고 세계유산위가 결정문을 채택하는 것은 2년여 만이다. 2015년 일본 정부는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과정에서 강제노역 피해자들을 기억하는 전시 시설을 마련하겠다고 국제 사회에 공언했다. 당시 일본은 수많은 한국인들이 강제노역을 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는 조치를 할 것,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인포메이션센터를 설립할 것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일본은 2017년과 2019년 제출한 이행경과 보고서에 약속했던 후속 조치 내용을 포함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의 대화 요청에도 일본과의 실질적인 대화는 이뤄지지 못했다. 산업유산정보센터를 만들기 전에도 우리 정부가 객관적인 건립을 위한 공동조사단을 운영하자고 제안했으나 일본은 이를 거부했다. 일본은 2020년 산업유산정보센터라는 이름의 인포메이션센터를 개관했지만, 센터는 실제 유산이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도쿄에 설립돼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았다. 산업유산정보센터에서는 강제노역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전시도 이뤄지지 않았다.
2021년 유네스코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공동조사단이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일본은 강제노역 역사를 제대로 알리라는 세계유산위의 권고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동조사단은 보고서를 통해 '일본 정부의 조치 불충분·불이행'이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1940년대 한국인 등이 본인 의사에 반해 강제로 노역한 사실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조치가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세계유산위는 2021년 7월 공식 홈페이지에 "당사국(일본)이 관련 결정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례적인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2017년 이행경과 보고서 제출 이후인 2018년에 나온 결정문의 '강력 촉구'보다 높은 수위의 경고였다.
당시 세계유산위는 일본에 보고서를 낼 것을 요청했는데, 이 보고서를 다시 세계유산위가 공식 평가한 결과가 이번에 결정문 형태로 나오는 것이다. 공개된 결정문 초안에 따르면, 세계유산위는 일본에 '시설의 해석 전략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증언 검토 등 추가 연구와 자료 수집, 검증뿐 아니라 관련국들과 대화를 지속할 것을 독려한다'고 했다. 또 관련국과의 지속적 대화와 추가 조치에 대한 내용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와 그 자문기구에 내년 12월1일까지 제출해 검토를 받도록 했다.
이번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에 대한 세계유산위의 중간평가는 또 다른 강제노역 현장인 일본 사도광산에 대한 세계유산 등재 절차가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일본은 니가타현에 있는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대상 기간을 16~19세기 중반으로 한정해 조선인 강제노역 사실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유산이 지닌 전체 역사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2월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를 냈으나, 서류상 미비점이 확인돼 올해 1월에 보완 신청서를 다시 제출했다. 지난달 말 유네스코 자문기관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는 사도광산을 찾아 유적의 상태와 보존 상황 등을 확인한 바 있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내년 봄 유네스코에 등재 여부에 대해 권고하면, 내년 여름에 세계유산위원회가 등재 결정을 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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