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좁아진 하반기 취업문…기업 65% “채용계획 無-미정”
국내 제조 분야 대기업 경영지원부문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7~12월) 채용 규모를 늘리지 못한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이 기업은 채용뿐만 아니라 각종 교육 프로그램까지 대폭 축소하는 등 긴축경영상태다.
10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매출 기준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 127곳 중 82곳(64.6%)이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아직 세우지 못했거나 채용 계획 자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채용 시장 경쟁률은 81대 1에 달할 전망이다.
● 확연히 좁아진 취업문
올해 대졸 신입 채용 시장은 지난해보다 더 나빠졌다. 지난해 같은 조사를 했을 때 하반기 채용계획이 미정이거나 없는 기업은 62.0%였는데 올해는 2.6% 포인트 늘었다. 채용 계획을 세운 기업들 중에서도 전년 대비 규모를 줄이겠다는 기업이 24.4%로 늘리겠다는 기업의 17.8%보다 많았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채용을 늘리겠다는 기업(37.0%)이 줄이겠다는 기업(13.0%)보다 많았는데 역전됐다.
취업문이 좁아진 탓에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기업들이 예상한 대졸신입 채용 경쟁률은 평균 81대 1로 집계됐다. 지난해 77대 1보다 더 높아졌다. 특히 14.2%의 기업은 올해 하반기 채용 경쟁률이 150대 1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에는 10.4%의 기업만 이 같은 경쟁률을 예상했다.
기업들이 쉽게 채용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국내외 시장의 경기침체 영향이 컸다. 하반기 신규채용이 없거나 늘리지 않는 이유로 ‘기업수익성 악화, 불확실성 대응을 위한 긴축경영에 돌입했다’는 응답이 25.3%로 가장 많았다.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고금리·고환율 등으로 인한 경기 악화(19.0%), 원자재 가격, 인건비 증가 등에 대비해 비용 절감 차원(15.2%) 등도 같은 맥락의 응답이었다.
● 늘어난 중고신입, 인재 못 구하는 기업
기업들이 정기공채 대신 수시채용 중심으로 채용을 늘리는 것과 맞물려 경력을 가진 신입사원인 ‘중고신입’의 비중이 21.9%에 달했다. 이들의 평균 경력 기간은 1.4년으로 나타났다. 1~2년의 경력을 가진 이들이 48.3%였다. 지난해 채용한 신입사원 중 절반 이상이 중고신입이라고 답한 기업도 응답기업 127곳 중 9곳(7.1%)이나 됐다.
재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고도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이 대규모 인재를 뽑아 시간과 비용을 들여 양성하기보다는 검증된 인재를 뽑기 선호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트렌드는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기업들은 올해 하반기 채용시장에 나타날 변화로 경력직 채용 강화(26.2%·복수응답), 수시채용 확대(25.9%), 중고신입 선호 현상 심화(18.6%) 등을 꼽았다.
이는 인재를 찾기 힘들다는 기업들의 애로사항과도 맞물린다는 해석이다. 기업들은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으로 ‘적합한 인재를 찾기 어렵다(30.9%)’, ‘채용 후 조기퇴사자 발생(28.4%)’, ‘채용 과정에서 이탈자 발생(21.7%)’ 등이라고 답했다. 실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상용인원 300인 이상 대기업이 구인을 시도했지만 채용하지 못한 인원이 1만2183명에 달했다. 2021년 상반기(7258명), 지난해 상반기(1만1248명)에 이어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 삼성, 포스코 등 정기공채 나서
하반기 어려워진 채용 시장 속에서 주요 기업들의 정기 채용 시즌은 이미 개막했다.
포스코그룹은 포스코 등 6개 회사의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을 이달 시작했다. 19일까지 지원서를 받고 인적성 검사(PAT), 면접 등을 진행한다. SK이노베이션 계열 6개사, 현대자동차, LG전자·LG화학 등 LG 주요 계열사 등 정기공채 대신 수시채용을 도입한 기업들도 채용공고를 내고 신입사원 모집에 나섰다.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대졸신입 정기공채를 유지 중인 삼성은 11일 채용공고를 내고 하반기 공채에 나선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 관계사 20곳은 18일까지 지원서를 접수한다. 이달 직무적합성평가, 다음달 삼성직무적성검사(GSAT), 11월 면접 등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홍석호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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