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강진] "120년만에 최대 지진…대비 소홀로 피해 키웠다"(종합)
모로코 내진설계 규제 노력에도 업자들 '비용절감' 우선시
지반공사 없이 증축, 농촌 사망자 많아…"고대건물 구조적 손상 가능성"
(요하네스버그·서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김동호 기자 = 강진으로 2천명 넘는 사망자가 나온 모로코는 규모 6.0 이상의 강진이 흔치 않은 지역으로 지적된다.
규모 6.8의 이번 지진은 120여년 만에 최대 규모로 강진 대비가 소홀해 피해를 키웠다고 영국 BBC 방송,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언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11시 11분 발생한 지진의 진앙은 북위 31.11도, 서경 8.44도로 오우카이메데네 인근 아틀라스산맥 지역이다.
모로코 마라케시 서남쪽 약 71km 지점으로 이 진앙을 중심으로 반경 500㎞ 이내에 1900년 이후 진도 6.0 이상의 지진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BBC는 전했다.
1960년 아가디르 근처에서 발생해 수천 명의 인명을 앗아간 지진의 규모도 당시 5.8로 기록됐다.
BBC는 아프리카판과 유라시아판의 충돌을 주된 원인으로 꼽으며 이번 지진이 아틀라스산맥을 계속 밀어 올리는 힘과 관련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간 강력한 지진 활동의 대부분은 지중해 동쪽의 이탈리아, 그리스, 튀르키예 쪽에 집중됐는데, 모로코는 이에 해당하는 지역이 아니었다면서 "지진에 대한 제한적인 기억과 생소함이 미흡한 대비로 귀결됐다"고 짚었다.
영국 오픈유니버시티의 데이비드 로서리 교수도 일간 가디언에 "당국이나 주민 모두 이런 지진에 잘 대비했을 것 같지 않다"며 "현대적인 건물이라 할지라도 이런 큰 지진을 견딘다면 놀라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서리 교수는 "앞으로 지진으로 흔들린 건물 이외에 산사태가 많은 인명을 앗아갈 가능성이 있어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빌 맥과이어 명예교수도 "파괴적인 지진이 드문 곳에서는 지각의 흔들림을 견딜 만큼 튼튼하게 건물을 짓지 않는 다는 것이 문제이며, 그 때문에 많은 건물이 무너져 인명피해를 야기한다"고 말했다.
실제 전날 지진이 강타한 지역의 건물들은 내진 설계는커녕 지진에 취약한 진흙 벽돌집이 많아 피해가 컸다고 현지 언론매체들은 진단했다.
맥과이어 교수는 "최종적인 인명 피해가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다른 큰 지진과 마찬가지로 여진이 뒤따를 가능성이 크고 이는 더 많은 인명 피해와 구조 작업의 지장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NYT는 이번 지진의 직격탄을 맞은 농촌 지역의 가옥 다수가 흙으로 지어진데다, 최근 수년간 정부가 내진설계 규제를 부과하려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건축업자들이 비용을 절감하고자 이를 무시해왔다고 지적했다.
모로코 북부 도시 카사블랑카의 건축가 아나스 아마지르는 "이 나라의 건축물 상태를 감안하면, 이 정도의 사망자 규모는 예상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현재까지 400명이 넘는 희생자가 나온 마라케시 남부 알하우즈 지역의 경우 건축가를 고용할만한 형편이 못 되는 주민들이 저숙련 석공들의 도움으로 집을 짓곤 하는 탓에 취약성이 더욱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축 과정에서 지반을 제대로 다져놓지 않은 채 세워진 진흙벽 위에 콘크리트 슬라브를 올리곤 한다고 NYT는 전했다.
최소 628명이 숨졌던 2004년 모로코 동북부 알호세이마 지진을 조사했던 오마르 파르카니 전 모로코 국립건축가협회장은 "당시 우리는 희생자들이 도심 지역에 밀집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농촌 지역에 많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같은 지역의 경우 당국의 건축 점검 빈도도 낮은 편이라고 파르카니는 덧붙였다.
그만큼 중세에 건축된 모로코의 역사적 유적들은 더욱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자지라 방송은 "마라케시의 고대 건축물들은 내진설계나 규제를 토대로 지어지지 않았다"며 이번 강진으로 심각한 구조적 손상을 입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모로코는 이날 오후까지 이번 지진으로 최소 2천12명이 숨지고 중상자 1천404명을 포함해 2천59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했다.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이 계속 진행되면서 사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hyunmin623@yna.co.kr,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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