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에 탄소배출 반영한다더니···감축사업만 넣고 측정도 모호
내년 10.9조로 전체예산의 1.7%
배출증가사업은 빼고 반영한 탓
계량 까다로워 기여도 산정 한계
佛처럼 '긍정·부정 방식' 개편 필요
‘국가 예산이 온실가스 감축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다’는 취지로 정부가 지난해부터 시행한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제도가 오히려 예산 사업의 탄소 감축 기여도를 왜곡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작 탄소 배출을 부추기는 사업은 제외하고 온실가스를 줄이는 사업만 감축 인지 대상에 포함하다 보니 ‘반쪽짜리 제도’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산정한 온실가스 감축 사업의 예상 탄소 감축 기여도마저 계산 방식이 부정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도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서·기금운용계획서’에 따르면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은 전년보다 8.5% 감소한 10조 8776억 원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제도는 우리나라 예산이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그 결과를 향후 예산 편성에 반영하는 제도다. 10조 8766억 원은 내년도 전체 예산액의 1.7% 규모로 전체 예산 중 1.7%에 대해서만 온실가스 감축 기여도를 판단하겠다는 뜻이다. 비중이 이처럼 낮은 것은 ‘온실가스 감축 사업’ 중심의 편성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이번 예산서와 기금운용계획서에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 중 실제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내역 사업(각 예산 사업 내에 있는 세부 사업)만 따로 합산해 ‘감축 예산’ 항목을 새로 만들었다. 감축 예산 기준으로 보면 2024년도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은 10조 887억 원으로 전년보다 1.8% 증가했다. 정부는 감축 예산을 통해 내년에만 436만 톤(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의 저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추산했다.
이를 두고 관가 안팎에서는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탄소 다배출 사업을 인지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줄인 온실가스만 부각되고 예산 사업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는 사실상 지워버린 셈이라고 꼬집는다.
‘감축 예산’의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판단하기 쉽지 않은 점도 문제다.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은 크게 △정량 사업(감축량 계산이 가능한 사업) △정성 사업(감축량 계량이 곤란한 사업) △연구개발(R&D) 사업(연구 성과가 상용화될 경우의 감축 효과를 추정해야 하는 사업)으로 나뉜다.
그러나 일단 감축량 계량화가 어려운 정성 사업이나 R&D 사업에서부터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따지기 모호하다. 윤지로 사단법인넥스트 미디어총괄은 “애매하면 ‘감축할 것 같다’고 하고 정성 사업 등에 넣어버리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의 정성 사업에는 교육부의 ‘그린스마트스쿨’처럼 감축 효과가 모호한 사업이 포함돼 있다. 정성 사업과 R&D 사업이 전체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2.6%다.
정량 사업에서도 감축 효과 산정 방식이 애매한 것은 마찬가지다. 정석대로는 스코프3(공급망 등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고려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게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태양광 설치 지원 사업의 경우 현행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제도에서는 태양광 설치 후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계산한다. 그러나 이론적으로는 태양광 모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발생량도 따져야 한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도 스코프3까지 고려한 탄소 배출량을 산정하는 방법론이 미비한 실정이다.
금융 레버리지가 높은 사업일수록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높게 나타나는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신용보증기금이 저탄소 사업에 보증을 지원하는 ‘기후 대응 보증’의 경우 예산액 1억 원당 연간 5.88톤의 온실가스를 저감할 것으로 기대돼 산업통상자원부 ‘신재생에너지 금융 지원 사업(0.51톤)’보다 투입 정부 지출당 감축 효과가 약 11배 높다.
그러나 이는 기후 대응 보증이 ‘보증 공급액(예산액에 보증 운용 계수를 곱한 값)’을 기준으로 온실가스 감축량을 산출했기 때문이다. 기후 대응 보증의 보증 운용 계수는 11.8배에 달한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보증은 융자보다 레버리지가 더 커 둘을 동일하게 평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예산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에 집착하는 현행 제도 설계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관가의 한 관계자는 “친환경 예산 사업의 탄소 저감 효과 계산에 매달리는 대신 프랑스처럼 환경에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사업에 대해 각각 코멘트를 다는 식으로 개편해 예산 전체의 기후 대응 영향을 효율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심우일 기자 vita@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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