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중국 반도체 '병목' 잡기
"중국 반도체 산업의 지난 10년간 발전을 보면 병목현상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베스트셀러 '칩워'의 저자 크리스 밀러 교수가 주장한 내용이다.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의 병목을 규제로 틀어쥐고 있지만 결국 우회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 같은 예언은 실제로 들어맞았다. 최근 중국 화웨이가 최신형 스마트폰에 7㎚급 반도체를 탑재한 것이 드러나면서 미·중 반도체 전쟁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여기에 화웨이 폰에서 한국 기업 SK하이닉스의 최신 메모리 반도체까지 나오면서 국내 업계도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오는 10월 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금지 규제 유예 연장을 앞두고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중국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불확실성 때문에 지난 8일 SK하이닉스 주가는 4% 넘게 떨어졌다.
하지만 밀러 교수 등 전문가들의 충분한 경고가 있었음에도 예정된 리스크에 또다시 우리 반도체 산업이 발목을 잡힌 건 아쉬운 부분이다. 애초 지난해 수출 규제 발표 당시부터 SK와 삼성이 노력하더라도 우회 유입을 막긴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미국의 당황한 반응과 투자자들의 우려 심리를 보면 한미 양국 간 사전 대비와 교감은 충분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남은 과제는 미국의 추가 규제 화살이 엉뚱한 우리 기업으로 향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필두로 길었던 불황을 벗어날 조짐을 보이던 중이었다. 어렵게 피워낸 희망의 불씨가 패권 다툼으로 꺼지면 반도체 겨울은 빙하기로 접어들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선 SK하이닉스 등 개별 사기업뿐 아니라 정부도 '원팀'으로 힘을 합쳐 각국 당국에 대응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강한 규제 압박 사이에서 추가 규제를 막아 기술 초격차를 위한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제 반도체는 단순 산업을 넘어 글로벌 패권 다툼의 핵심 카드다. 생존을 위해 초미세 공정 기술뿐 아니라 초미세 외교 전략까지 필수인 때다.
[오찬종 산업부 ocj2123@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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