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업 앞세워…바이든, 베트남 구애

김인오 기자(mery@mk.co.kr) 2023. 9. 1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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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견제 차원 국빈방문
G20 끝나자마자 하노이행
구글·인텔 등 대표단 동행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
바이든 "엄청난 기회 있어"
11일 반도체·AI 협력회의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할듯

중국을 대체할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나선 미국이 인도에 이어 베트남과 협력을 다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치자마자 베트남을 찾아 미국 주요 반도체·정보기술(IT) 기업 최고경영진이 대거 참석하는 비즈니스 회의에 동참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에 치우친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자국 기업의 인도·베트남 투자를 지원해왔다. 이번 행보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 영향력을 더 키우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베트남을 국빈 방문 중인 바이든 대통령은 11일 하노이에서 열리는 비즈니스 회의에 참석한다고 로이터통신이 소식통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도착 당일 응우옌푸쫑 공산당 서기장 등 베트남 지도부와 회담한 후 다음 날 보반트엉 국가주석, 팜민찐 총리와 만나고 비즈니스 회의에 참석하는 등 광폭 행보에 나선다. 바이든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 앞서 빌 클린턴·조지 부시·버락 오바마·도널드 트럼프 등 전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서 베트남을 방문한 바 있다.

11일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회의에 참석하는 미국 기업으로는 '인공지능(AI) 시장 선도 기업' 구글을 비롯해 미국 4대 반도체 기업 인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글로벌파운드리스, 세계 최대 비행기 제조업체 보잉, 글로벌 반도체 패키징·테스트 기업 앰코 테크놀로지, 반도체칩 설계 기업 마벨 테크놀로지가 포함됐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 밖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베트남 최대 기술 기업 FPT, 베트남 측 관료 등 총 30여 명이 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베트남 정부 측은 이번 회의에 앞서 인텔, 삼성, 퀄컴 등 자국에서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베트남 자체 첫 반도체 생산시설(팹)을 세우는 데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기업 대표단이 대거 베트남을 찾은 것은 올해 3월 미국 기업 50여 곳이 베트남을 찾은 데 이어 불과 6개월 만이다. 특히 이번 회의에 참가하는 미국 측 기업은 반도체·기술 부문 간판 기업이 주를 이루는데 이는 미국과 중국이 화웨이 스마트폰을 둘러싼 최첨단 반도체를 두고 갈등의 골을 키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외신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하노이 국빈 방문에서 가장 큰 화두는 반도체일 것이라고 언급해왔다.

이번 회의에서는 미국과 베트남 간 반도체 산업 협력이 한 단계 더 구체적인 논의를 거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회의에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 상당수가 중국을 피해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했거나 향후 투자 계획을 발표한 곳이기 때문이다. 인텔은 베트남 남부에 반도체를 조립·테스트하는 공장을 두고 있으며, 이를 확장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앰코 테크놀로지도 하노이 인근에 반도체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마벨 테크놀로지는 베트남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반도체 외에 베트남이 보잉의 737 맥스 기종 50대를 사들인다는 내용의 대규모 거래가 발표될 가능성도 작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5월 말 스티브 비건 보잉 글로벌 공공정책 담당 수석부사장은 응우옌홍디엔 베트남 산업무역부 장관과 만나 보잉이 베트남 내 항공기 부품·장비 생산 공장을 확장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10일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베트남을 '중요한 파트너'라고 칭하며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했다. 블룸버그는 하노이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응우옌푸쫑 서기장에게 "우리에게 엄청난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베트남과 미국은 매우 중요한 시기에 중요한 파트너"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베트남은 이날 양국 관계를 중국·인도와 같이 최고 수준인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베트남이 외교 관계를 수립한 지 거의 30년 만에 양국 관계가 격상됐다고 전했다.

미국의 협력 강화 노력에도 베트남은 독자적인 외교 노선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9일 뉴욕타임스(NYT)는 베트남이 20년에 걸쳐 러시아 무기 80억달러(약 10조7000억원)어치를 사들이는 비밀 협상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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