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 美유펜 석학과 꿈의 항암제 만든다

강민호 기자(minhokang@mk.co.kr) 2023. 9. 1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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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양곤 HLB그룹 회장 인터뷰
칼 준 박사 등 교수진과 협력
세포치료제 CAR-T 개발 나서
3상 성공 간암약 리보세라닙은
내년 상반기 美FDA 통과 기대
2025년부터 매출 본격화
주주 위해 코스피 이전 고민

"리보세라닙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만큼 신개념 표적 항암제 등 후속 파이프라인 상용화에 속도를 내겠다."

진양곤 HLB 회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내년 봄 리보세라닙을 시작으로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뇌종양 교모세포종 치료제, 백신 플랫폼 기술 등 신사업 가시화에 나설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리보세라닙은 암세포 성장을 이끄는 수용체를 억제하는 치료제다.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사업권을 HLB의 미국 자회사인 엘레바가 갖고 있다. 중국 내 권리는 현지 최대 제약사인 항서제약에 넘겼고, 이미 치료현장에 공급되고 있다.

HLB는 엘레바를 통해 미국 시장 허가 획득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진 회장은 올해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리보세라닙에 대한 '정식 허가심사(NDA)' 개시를 통보받았다"고 발표했다. 15년간의 대장정을 거쳐 마지막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FDA가 심사를 시작함에 따라 늦어도 내년 5월까지 신약 허가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가 HLB를 주목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항암제로 FDA 본심사 단계에 진입한 것이 리보세라닙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진 회장은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믿고 기다려준 주주들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리보세라닙은 검증된 신약이라는 점이 중요했다"며 "중국 내 파트너인 항서제약이 먼저 임상을 해 2014년부터 수십만의 환자에게 처방된 점이 주주들이 믿고 기다릴 수 있었던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알약 형태인 리보세라닙은 항서제약이 개발한 면역항암제(캄렐리주맙)와 병용 요법으로 투여된다. 전 세계 13개국 543명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임상 3상에서 환자의 생존 기간이 획기적으로 늘어나는 등 성공적인 결과를 받아들였다. 진 회장은 "리보세라닙이 병용하는 면역항암제의 부작용을 크게 줄여준다는 것도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HLB는 리보세라닙을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 진 회장은 "지난 1월부터 다국적 제약사 출신의 마케팅·영업 인력을 영입했다"며 "이미 6개주에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허가까지 받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 봄 FDA 허가 이후 전 세계 유통망을 갖추기까지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리보세라닙이 내년 초 미국에서 허가를 획득하면 2025년부터 J커브를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HLB는 리보세라닙 외에도 다양한 파이프라인 확보에 나선 상태다.

진 회장은 "지난 4년간 인수·합병(M&A)을 적극 진행해 다수의 파이프라인을 갖추게 됐다"고 밝혔다. 예컨대 2020년 이뮤노믹테라퓨틱스에 이어 이듬해 베리스모테라퓨틱스를 인수했다. 이뮤노믹테라퓨틱스는 면역 세포 및 백신 치료제를, 베리스모테라퓨틱스는 CAR-T 치료제를 중점으로 개발하는 곳이다. 특히 베리스모테라퓨틱스는 노바티스의 CAR-T 치료제 '킴리아'를 개발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을 주축으로 설립한 바이오벤처로, 킴리아 원천 기술을 개발한 칼 준 박사가 기술자문으로 참여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진 회장은 "CAR-T는 백혈병 등 액체 형태 암 질환에 효과가 높지만, 우리는 간·대장 등 고형암에 적용되는 CAR-T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약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HLB의 주가는 기대감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진 회장은 "성공적인 임상 3상, FDA 심사 돌입 등 소식이 나오면 오히려 주가가 급락하곤 했다"며 "공매도로 인한 주주 이익 침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주주들이 코스피 이전 상장에 대해 강력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코스피 이전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 중인 것은 맞는다"며 "내년 신약 허가를 기점으로 제대로 평가받게 될 날이 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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