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아동·청소년도 ‘카르텔’인가…‘취약층’ 보조금 대폭 깎았다
노인요양시설확충 사업 예산은 332억원이나 깎여
“취약층 사업을 효율성 잣대로만 평가 안돼” 지적
노인·아동·청소년의 돌봄과 보육,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는 보조금 예산이 대거 삭감됐다. 어린이 재활병원 사업 등 공공 의료 지원을 위한 보조금도 전보다 쪼그라들었다. 10년간이어온 청소년 성 인권 교육 사업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삭감 이유로는 주로 ‘성과 평가를 할 수 없다’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복지· 취약계층 지원 예산 중에는 정량적인 성과평가가 어려운 예산이 많아 예산 삭감을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권 카르텔을 겨냥한다던 정부의 칼날이 취약 계층과 공공 인프라로 향하고 있다.
10일 기획재정부의 ‘2023년 국고보조사업 연장평가 보고서’를 보면 올해 547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던 노인요양시설확충 사업 예산은 547억6000만원에서 215억5000만원으로 반토막 났다.
해당 사업을 두고 평가단은 “사업의 법적 근거가 명확하고 현 정부 국정과제에도 해당된다”며 실질적 수혜자가 요양시설을 이용하는 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포함된다는 점에서 필요성은 인정된다”고 긍정 평가했다.
그럼에도 평가단이 삭감을 단행한 이유는 ‘사업의 효과성을 평가할 수 없다’였다. 특히 장기요양요원 지원센터 확충 등 일부 세부 사업 예산은 ‘사업 성과와 무관한 요양보호사의 권리 보호를 위해 쓰인다’고 밝혔다.
2004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노인보호전문기관 사업 예산 역시 ‘사업 성과를 평가할 지표가 미흡하다’며 삭감했다.
어린이·돌봄 사업 예산도 삭감 리스트에 올랐다. 학교 내 돌봄공간 조성과 아침·저녁 틈새 돌봄서비스 제공하는 다함께돌봄센터 사업 예산은 올해 22억7000만원에서 전액 삭감됐다. 평가단은 해당 사업이 성과·실집행률이 미흡하고 유사 중복 등이 있다고 밝혔다.
청소년 사회안전망에 확대에 쓸 예산도 축소됐다. 청소년 사회안전망 구축은 청소년상담 1388, 내일이룸학교,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구성된 사업이다. 올해 720억7000만원이었던 사업 예산은 679억8000만원으로 줄었다. 각 보조사업별 수혜자의 범위가 다양한 환경의 청소년을 포함하고 있어지원이 필요하다면서도 일부 사업의 효과성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장애인 시설 예산에도 손을 댔다. 장애인 복지시설을 늘리고 시설 환경 개선을 위한에 쓰는 장애인복지시설기능보강 사업 예산은 263억3000만원에서 236억으로 축소됐다. 정부는 성과를 보여줄 지표 관리와 집행 실적에 대한 관리를 문제 삼았다.
공공의료 사업 예산도 깎였다. 보건복지부의 공공 어린이재활병원건립 사업은 올해 25억4000만원에서 24억6000만원으로 삭감됐다. 평가단은 “아동·장애인에 대한 보건의료는 수익성이 낮아국가적 지원이 필요한 분야라는 점에서 국가적 지원이 필요한 사업”이라며 “소아 대상 재활치료 사업은 민간이나 개별 지자체의 자발적인 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운사업으로 보조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 적정한 사업”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성과를 점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예산을 줄였다.
올해 491억4000만원이 편성된 어린이집 확충 사업 예산도 416억2000만원으로 감축됐다. 2021년 보육실태조사에서 영유아 부모의 육아 지원 정책선호도 1위는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이었다. 실제 국공립어린이집 시설 수(2022년 기준)는 전체 어린이집 시설의 18.7%에 그쳐 지속적인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 정부 역시 “국공립어린이집에 대한 실수혜자 및 잡재적 수혜자가 명확하고 국가의 지원이 필요한 사업”이라고 평가했지만 예산은 감액됐다.
정부는 초·중·고교 학생의 성 인권 교육 예산 5억5600만원도 전액 삭감했다. 2013년에 시작한 성 인권 교육 사업은 성 인권 교육을 희망하는 학교에 교육 강사를 파견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성 인권 교육이 학교보건법에 따른 폭력 예방 교육과 중복된다며 내년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정부의 보조사업 연장평가는 국고보조금 투입된 사업의 실효성을 판단하기 위해 마련한 절차다. 평가 대상은 28개 부처 278개 사업(세부사업 기준)으로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 연장 여부와 지원 규모가 결정된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람의 삶에 영향을 주는 사회 서비스에 대한 평가는 일반적인 효율성 잣대로만 성과를 평가해선 안된다”며 “특히 노인, 아동과 같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에 대한 성과 평가는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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