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다음 뉴스 개편과 저널리즘 가치 찾기

김경훈 기자 2023. 9. 1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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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뉴스 서비스 전격 개편으로
이용자 선택권·언론사 편집권 강화
뉴스 노출 알고리즘 불투명성 개선
'저널리즘 가치 구현' 다음 행보 기대
[서울경제]

이용자가 직접 선택한 언론사의 뉴스를 모아볼 수 있는 ‘마이뉴스’부터 1분 내외 분량의 ‘숏폼’, 국내 20여 개 언론상 수상작을 모아 놓은 ‘탐사뉴스’까지.

포털 사이트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가 지난해 8월 25일 뉴스 서비스를 전격 개편하면서 내놓은 다양한 내용 중 일부다.

가장 강조한 것은 이용자의 선택권과 언론사의 편집권 강화다. 새 다음 모바일 뉴스 서비스는 맞춤형 추천 뉴스를 보여주던 과거와 달리 ‘최신순’ ‘개인화순’ ‘탐독순’ 등 다양한 배열 형태 가운데 이용자가 원하는 방식을 고를 수 있게 했다. 또 네이버와 비슷한 언론사 구독판인 마이뉴스를 통해 이용자 선택권을 부여했다.

언론사 편집권도 크게 늘었다. 마이뉴스에 노출되는 뉴스를 직접 편집할 수 있고 이용자가 뉴스를 클릭하면 포털 안에서 보게 하는 인링크, 언론사 웹사이트로 이동하게 하는 아웃링크 방식도 정할 수 있는 점도 눈에 띄는 변화였다. 뉴스 탭에는 ‘오늘의 숏’ ‘탐사뉴스’ ‘팩트체크 뉴스’ 등 새로운 섹션이 추가됐다. 특히 팩트체크 뉴스는 언론사가 이슈의 사실관계를 검증한 뉴스만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네이버보다 이슈 기사에 대한 대응과 양질의 기사 노출에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이뿐만 아니라 카카오는 뉴스 서비스 개편과 함께 그동안 영업 비밀이라고 숨겨왔던 뉴스 노출 알고리즘을 설명하는 ‘다음 뉴스 배열 설명서’를 공개했다. 한국언론학회로부터 추천받은 외부 미디어 전문가와 함께 ‘뉴스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위한 워킹 그룹’을 구성해 함께 만든 자료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그동안 보수 진영에서는 다음을 진보 편향으로 보고 기사 노출 편향성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하지만 정작 더불어민주당 일각과 야권 지지 성향의 이용자들은 다음이 보수 언론의 뉴스를 적극 배열한다고 반발해왔다.

이 같은 논란 속에 다음은 지난해 초만 해도 사실상 뉴스 서비스를 포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이후 재논의 과정을 거쳐 개편안을 내놓았다.

뉴스 생산자와 소비자 등 여러 주체들의 이해관계와 요구를 반영한 다양한 요구의 접점 찾기로 요약될 수 있는 다음의 도전은 성공했을까.

카카오는 6월 7일 자사의 인공지능(AI) 기술과 정책을 소개하는 ‘테크 에틱스(Tech Ethics)’ 매거진 1호를 통해 다음 뉴스 서비스 개편 결과를 소개했다.

카카오는 개편 이후 노출되는 언론사·이슈·카테고리별 다양성 등을 측정하는 ‘다양성 지수’가 개선됐다고 밝혔다.

평균 다양성 지수(2022년 6월부터 2023년 2월까지 평일 측정)는 개편 전 대비 0.048에서 0.083으로 73%가량 늘었다. 이용자들이 더욱 다양한 이슈의 뉴스를 소비하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언론사별 기사 노출 다양성 지수는 개편 전 0.264에서 개편 후 0.370으로 40% 이상 개선됐다. 전보다 다양한 언론사들이 이용자에게 노출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 카카오는 “최적의 다양성 지수는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 고민했다”며 “모두가 알아야 하는 뉴스와 내가 알고 싶은 (원하는) 뉴스 사이의 균형을 수치화하는 것은 우리에게 새롭게 주어진 과제”라고 강조했다.

카카오가 뉴스 배열에 적용된 기술과 정책을 상세히 소개한 것은 뉴스 서비스 투명성 강화를 향한 강한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기술과 사람이 만드는 더 나은 세상’이라는 미션 아래 모든 기술이 이용자에게 도움이 되도록 혁신을 지속하고 있다”는 선언 역시 같은 맥락이다.

정치권이 포털 뉴스 알고리즘 공개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에 선제 대응한 것이라는 정치적 시각도 있지만 알고리즘 뉴스 배열의 불투명성에 대한 학계와 시민사회의 지적을 수용하고 개선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자치(self governing)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저널리즘 본연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적 대안을 고민합니다.”

카카오는 뉴스 배열 설명서를 통해 저널리즘을 강조했다. 카카오가 내디딜 다음 행보에 많은 이들의 눈길이 쏠린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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