쇤브룬궁처럼 야외공연장 변신한 청와대
시민 3000여명 무료 공연 관람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
스타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개방된 청와대서 연주 뜻깊어"
러시아 작곡가 라흐마니노프의 화려하고 서정적인 걸작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이 청와대의 밤을 깨웠다. 초가을 산바람이 불어와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홍석원이 지휘하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하모니를 사방으로 실어 날랐다.
지난 9일 밤 서울 종로구 청와대 헬기장에서 열린 '2023 블루 하우스 콘서트'에 온 관람객 1300여 명은 평생 기억에 남을 '선물'을 받았다. 2017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 밴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선우예권과 홍석원 지휘자는 이마에 땀방울이 맺힐 만큼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했다.
열정적인 피아노 선율로 객석을 뒤흔든 선우예권은 "청와대에서 선보인 야외 공연은 실내 공연장 연주와 달리 풍성하고도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있었다"며 "청와대 환경과 배경이 음악과 어우러졌고 모든 시민에게 열린 공연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달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콘서트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국립오페라단과 함께 청와대를 복합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모시키겠다는 계획에서 마련됐다. 지난달 23일 인터넷 사전 예약 시작 10분 만에 티켓 3000여 장이 매진됐을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음악회는 홍석원 지휘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차이콥스키의 '예브게니 오네긴' 중 '폴로네즈'를 연주하며 시작됐다. 이어 브람스의 '헝가리 춤곡 5번'이 흥겹게 연주됐고, '빠키' 작가의 미디어아트가 무대를 보는 재미를 더했다. 아티스트 윤제호의 레이저 쇼도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뒤를 이은 하모니시스트 박종성과의 '새야 새야' 협연은 청와대 춘추문 풍경과 가장 잘 어우러졌다. '새야 새야'의 슬픈 가락은 청와대 춘추관 고각에 그림자가 드리워지며 깊어지는 초가을밤 민요의 매력에 빠져들게 했다. 소리꾼 고영열은 작곡가 우효원의 '북' '아리랑' 등을 노래하며 관객 호응을 끌어냈다. K팝과 협연도 시도됐다. 마마무가 신곡 '댕댕'을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 노래했다.
마지막 곡으로 라벨의 '볼레로' 선율이 이어지고 드론 쇼가 시작됐다. 드론은 하늘을 수놓으면서도 폭죽 소리가 나는 불꽃과 달리 소음이 약간만 발생해 클래식 음악에 큰 방해를 주지 않았다. 관객들은 음악과 함께 드론 쇼가 펼쳐진 밤하늘을 만끽했다.
시민 1700여 명이 관람한 10일 무대에는 사무엘 윤, 이아경, 양준모, 임세경 등 한국을 대표하는 성악가가 총출동했다.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 푸치니 '나비부인' 등 유명 오페라 아리아와 함께 '산촌' '신고산 타령' 등 우리 가곡이 청와대에 울려 퍼졌다.
청와대처럼 역사적 공간이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사례는 유럽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오스트리아 쇤브룬 궁이 대표적이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 별궁인 쇤브룬 궁은 2004년부터 여름이면 궁전 앞마당에서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축제를 열어왔다. 빈 필하모닉이 책임지는 이 축제는 매년 10만명 넘는 관객을 기록하며 유럽 내 대표 여름 축제로 자리 잡았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발트뷔네 페스티벌도 떠오른다. 고대 원형 극장에 '숲의 무대'라는 뜻을 품은 2만석 규모 무대로 텐트 지붕이 인상적인 공간이다. 매년 6월 베를린 필하모닉 연주로 그 공간이 채워진다.
최정숙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는 "청와대 본관, 영빈관을 비롯해 사계절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녹지원, 상춘재 공간이 예술을 품게 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청와대가 복합 문화예술 공간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고 변모할 채비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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