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300조 할랄' 공략…날개 단 K푸드

박홍주 기자(hongju@mk.co.kr) 2023. 9. 1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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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印尼 할랄푸드 협력 MOU
할랄인증 문턱 완화 기대 커져
대상, 김치 등 연 4천억원 판매
농심·삼양 라면 수출도 가속
롯데마트가 인도네시아 할랄 인증인 무이(MUI) 인증을 받아 자체 브랜드로 운영 중인 피자 프랜차이즈 '치즈앤도우' 쿠닝안점에서 손님들이 줄을 서 있다. 롯데마트

국내 식품업계가 인도네시아 '할랄 푸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공들이고 있다. 최근 정부가 인도네시아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이 할랄 푸드 분야에서 협력한다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할랄 푸드 인증 기준 완화 등 현지 진출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부쩍 커지는 모양새다. 인구 2억7700만명의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로, 할랄 푸드 시장이 연간 300조원 규모에 달한다.

10일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의 '할랄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인도네시아 할랄 소비 시장 규모는 1840억달러로 세계 최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도 연평균 13%씩 증가해 2025년에는 3400억달러(45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기업들이 할랄 인증에 애를 먹으면서도 인도네시아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할랄은 '신이 허용한 것'이라는 뜻으로 식품부터 화장품, 약품 등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이슬람권에서 금기시하는 돼지고기와 개고기, 맹금류 등은 물론이고 생산부터 도살·가공·포장 단계에 이르기까지 엄격한 기준과 절차를 거쳐야 할랄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인증이 없어도 판매할 수 있지만, 현지인들이 인증 제품 위주로 소비하기 때문에 업계에선 필수 요소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아직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의 인증서는 인도네시아에서 적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이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려면 무이(MUI·인도네시아 울라마 협회) 인증을 따로 받아야 한다. 문제는 무이 인증을 받으려면 기업들이 주기적으로 인도네시아 담당자들을 생산공장으로 초청해 제품별로 인증을 받는 복잡한 절차가 뒤따른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담당자들의 이동·체류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물론, 절차상 번거로움 때문에 경영 효율이 떨어져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MOU의 구체적인 조치로 양국의 할랄 인증이 연동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1973년부터 50년째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사업을 벌이고 있는 대상은 현재 종가 김치를 비롯해 현지 브랜드 '마마수카'의 대두유, 인스턴트 커피 등을 무이 인증을 받아 판매하고 있다. 대상은 2021년 기준 전체 해외 매출(1조1681억원)에서 37%에 달하는 4360억원이 인도네시아에서 나왔을 정도로 이곳을 해외 사업의 중추 기지로 삼고 있다. 현지 매출 목표를 2030년 1조4000억원으로 높여 잡고 외형 확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농심, 삼양 등 라면업체들도 무이 인증을 받아 인도네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2016년 전후로 동남아시아에서 '불닭볶음면 챌린지'가 유행해 수출길을 넓힌 삼양의 경우 현재 30여 개 제품이 무이 인증을 받았다. 농심은 아랍권 약 40개국에 라면을 수출하는데, 인도네시아 수출을 앞으로 더 늘릴 계획이다.

고피자는 지난 5월 인도네시아에 피자 도우를 개발·생산하는 '파베이크 도우 프로덕션 센터'를 설립한 데 이어 지난달 국내 피자 브랜드 중 최초로 무이 인증을 받았다. 켈빈 시아 고피자 싱가포르 법인장은 "할랄 브랜드로 전환하면 인도네시아, 싱가포르를 비롯해 이슬람교인 비중이 높은 국가에서 매출이 15~25%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반면 일각에서는 내년 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인도네시아 내부의 정치적 일정을 고려할 때 할랄 인증 절차 간소화가 실제 이뤄지기까지 수개월 이상 소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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