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왜 고위층 대신 군 협주단 보냈나···군사협력 알리는 팡파르?
북·러 정상회의 앞두고 우호 분위기 띄우기 관측
북한과 밀착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는 러시아가 북한 정권 수립 75주년(9일) 기념행사에 정부 대표단이 아닌 군 협주단만 파견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0일 주 북한 러시아대사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방북한 ‘알렉산드로브 명칭 러시아 군대 아카데미 협주단’이 지난 9일 평양에 있는 동평양대극장에서 북한 정권 수립(9·9절) 75주년 축하 공연을 열었다고 밝혔다. 공연 내용과 관련해서는 “옛 소련과 러시아 가요들은 연주했고 북한에서도 널리 알려진 ‘전승의 날’ ‘깔린까’ ‘모스크바 교외의 밤’ 등이 연주됐다”고 전했다.
북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종합하면 7일 평양에 도착한 협주단은 지난 8일 밤 늦게부터 열린 북한 정권 수립일(9·9절) 기념 민방위 무력 열병식과 9일 열린 9·9절 경축 대공연에도 참석했다.
중국은 이번 9·9절 행사에 류궈중 국무원 부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당·정부 대표단을 파견했다. 북한과 군사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는 러시아는 최근 행보로 볼 때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부나 군 고위급이 아닌 군 협주단만 파견했다. 5년 전 9·9절 70주년 때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상원의장이 이끄는 러시아 대표단이 방북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지난 7월 북한이 ‘전승절’로 기념하는 6·25 정전기념일에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참석한 것과도 대조된다.
이를 두고 북·러가 정상외교를 앞두고 있어 군 협주단을 보내 사전에 우호 분위기를 띄운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대사관은 “군 협주단이 지난 한달 간 공연을 준비했다”면서 “이번 공연이 상호 인도주의 협조의 새로운 시작일 뿐 아니라 두 나라의 군대 간 관계 강화”라고 군사 협력에 의미를 부여했다. 앞서 7일 김민섭 국방성 부상이 평양국제공항(순안공항)에서 이들은 맞았고, 이날 저녁 환영 연회도 국방성이 주최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10~13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을 계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무기 거래 문제 등 국방 협력을 논의한 거란 관측이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전을 위한 포탄 등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인공위성 및 핵 추진 잠수함 등 핵 개발 기술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쇼이구 국방장관 방북을 계기로 급속페달을 밟은 양국 간 국방 협력이 구체적 속도를 내기 전 ‘팡파르’ 성격으로 군 협주단을 보냈다는 분석이다.
10일 노동신문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9·9절 계기 축전을 보내 “앞으로도 우리들이 공동의 노력으로 모든 방면에서의 쌍무적 연계를 계획적으로 확대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것은 우리 두 나라 인민들의 이익에 전적으로 부합되며 조선반도(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안전과 안정을 보장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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