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초 강진에 '천년고도' 아비규환···산악 지형에 구조 난항
아스니 마을은 대부분 가옥 훼손
軍까지 동원 수색·구조 나섰지만
산사태로 구급차 진입조차 쉽잖아
사망자 최대 10만명 달할 가능성도
美·中 등 조의···도움 손길 내밀어
북아프리카의 모로코가 8일 밤(현지 시간) 120년 만의 최대 규모 지진에 휩싸인 뒤 어둠이 걷히며 그 참상이 드러나고 있다. 생존자들은 흔들리는 건물에서 필사적으로 탈출해 광장에서 밤을 지새웠고 한편에서는 빠져나오지 못한 실종자들을 찾기 위한 ‘필사의 구조’가 진행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피해 지역이 대부분 구조대의 진입이 어려운 산악 지대인 데다 부상자도 2000명을 넘어 사망자 증가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된다. 당국의 대비와 대응이 소홀했다는 지적 속에 각국은 모로코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나섰다.
AP통신·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은 규모 6.8의 지진이 강타한 모로코 남서부 현지의 비극적인 모습을 9일 일제히 보도했다. 온라인에 공개된 진앙지 인근 지역들의 CCTV 영상에는 전날 밤 건물이 흔들리고 무너지자 주민들이 혼비백산해 거리로 질주하는 모습이 담겼다. ‘천년 고도’ 마라케시를 포함한 남서부 지역 주민들은 여진에 대한 공포에 질린 채 도심 광장에서 밤을 지새웠다. 아스니 마을은 대부분의 가옥이 훼손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마라케시와 수도 라바트의 건물도 일부 파괴됐다. 주민들은 언론에 “땅이 20초 정도 흔들렸다” “잠들기 전 벽에 금이 가길래 뒤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같은 생존담을 전하며 잔해에 깔린 이웃들을 걱정했다.
모로코 당국은 군까지 동원해 수색·구조에 나섰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이번 지진은 아틀라스산맥이 진앙이어서 피해가 산악 지대에 집중됐다. 지형 특성상 도로가 끊기거나 산사태가 발생한 곳들이 많아 구급차 진입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마을 내부에서는 쏟아진 벽돌들이 골목을 가득 채운 탓에 구조대원들이 맨손으로 벽돌과 잔해를 뒤지고 있다.
모로코 내무부가 집계한 사망자는 9일 밤 기준 최소 2012명이다. 모로코에서 발생한 지진 중에서는 1960년 아가디르 지진(1만 2000~1만 5000명 사망 추정) 이후 최다 사망이다. 하지만 이제 막 구조가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사망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10일 새 보고서를 내고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1000~1만 명, 1만~10만 명일 가능성을 각각 35%, 21%로 전망했다. 경제적으로는 10억~10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확률을 37%로 가장 높게 봤다. 특히 모로코 관광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마라케시의 피해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모로코의 관광산업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7%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피해가 커진 이유에 대해 모로코 서부 지역의 경우 비교적 지진이 드물어 대비에 소홀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USGS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모로코에서 발생한 지진은 대부분 북부에 집중됐다. 빌 맥과이어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명예교수는 가디언에 “파괴적인 지진이 드문 곳에서는 지각의 흔들림을 견딜 만큼 튼튼하게 건물을 짓지 않는다”며 “그 때문에 많은 건물이 무너져 인명 피해를 야기한다”고 설명했다. NYT도 정부가 최근 내진 설계 기준을 강화하고는 있지만 주민들과 건축가들이 비용 문제로 규제를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진앙이 얕은 데다 늦은 시간에 지진이 일어난 점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꼽힌다.
각국은 모로코에 애도를 전하는 한편 지원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미국·중국은 물론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7개월 전 대지진을 겪은 튀르키예도 잇따라 조의를 표했다. 모로코와 2021년 국교를 단절한 알제리도 의료진의 항공편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영공을 개방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모하메드 6세 모로코 국왕은 이 제안들에 사의를 전하면서도 공식 지원 요청은 하지 않았다. 이에 정부의 대응이 미진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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