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이초서 대전까지 이어진 비극… 통곡의 교육계
악성민원·아동학대 신고 사례 봇물…전수조사 여론도
각종 교권대책 불구 국회 아동학대법 개정안 처리 지체
교육 현장에서의 잇단 비극은 서울 서이초에서 끝나지 않고, 대전으로 이어졌다.
수년 동안 악성 민원에 시달려 온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또다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유족과 동료 교사, 제자, 시민들은 통곡과 슬픔으로 무너진 교단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교육계에선 교육부와 교육청, 국회 등에 대한 교권 강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교권 침해 관련 전수조사와 그에 따른 엄정 대응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다.
대전시교육청과 경찰 등에 따르면 대전 유성구 한 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40대 여교사 A 씨가 지난 5일 오후 9시 20분쯤 자택에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만인 7일 사망했다. A 씨는 2019년 근무하던 대전 한 초등학교에서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당시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고소를 당해 정신적 고통을 호소, 오랜 기간 치료를 받아왔다. 이후 아동학대 무혐의 처분을 받았음에도 해당 학부모들은 수년 간 민원을 지속했다는 게 유족과 교육계의 설명이다.
A 씨의 소식이 알려지자, 소속 학교는 8일 "선생님을 향한 추모 시간을 갖고자 오전 수업만 진행한다"고 단축 수업을 결정했다.
이어 학교 앞 정문엔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당일 교문 앞에서 한참을 묵념하던 한 동료 교사는 "사람이 얼마나 더 죽어야 교육부가 움직일지… 교권이 옛날과 참 달라졌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A 씨의 전 학교에서도 시민들과 학생들의 추모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대전에서 10년 넘게 교편을 잡고 있다는 한 교사는 "모두 오랜 꿈을 안고 교사를 시작했을 텐데, 교육부는 교사를 마치 건전지 갈아끼우 듯 소모품처럼 소진하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9일 발인에선 A 씨가 생전 근무했던 초등학교로 운구 차량이 들어서자, 유족들의 오열과 추모객들의 한숨 소리가 학교 운동장을 메웠다.
교육계에선 무너진 교단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더 이상 교권침해로 인한 교사들의 비극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7월 서이초 사태 이후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교사는 최근 5명에 달한다. 지난 3일엔 경기 용인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앞서 지난달 31일엔 서울 양천구와 전북 군산의 초등학교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 씨가 숨진 지난 7일에도 충북 청주에서 한 초등학교 교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교권회복 움직임이 일고 있음에도 잇따른 교사들의 비극을 막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간 교권침해 사례는 꾸준히 누적돼왔다. 대전지역만 해도 교육활동 침해 건수가 2020년도 35건에서 2021년 66건, 지난해 70건으로 늘었으며, 에듀힐링센터 교원 상담도 2020년 910건, 지난해 1543건에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 1267건이 진행됐다.
특히 학부모 악성 민원과 악의적인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실태가 교권추락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A 씨의 경우도 악성민원과 무고성 아동학대 위험에 노출된 교육계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서이초 사태 이후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이 제도 개선을 내놓는 가시적인 성과도 있었다.
교육부가 내놓은 '교권 회복·보호 강화 종합방안'에 따라 각 시도교육청은 저마다 민원 대응 방식 개선을 중심으로 한 대책을 내놨다. 학부모 악성민원으로부터 교원을 보호하고, 교권을 확립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교사들이 매주 대규모 전국 교사 집회를 벌이고 유례 없는 우회파업 등 단체행동이 이어졌음에도 이 같은 비극이 이어지자 교직 사회는 집단 패닉에 빠진 모습이다.
일각에선 교권침해 관련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을 상대로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와 소송, 악성 민원 등으로 고통 받고 있거나 병가·질병 휴직 중인 교사에 대한 전수조사를 촉구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교권추락의 근본적인 방안인 교권보호 법안이 지지부진한 데 대한 비판 목소리도 고조되고 있다.
당초 국회는 7일 법안심사소위원회, 14일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의결한 뒤 이달 21일 열릴 본회의에서 교권보호 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었다. 그러나 7일 교권침해 조치 학생부 기재와 관련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법안 처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하철 대전교원단체총연합회장은 "악성민원 및 아동학대 고소사건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함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교권침해 학부모 처벌·조치 강화 법안을 마련해야 선언적 의미를 넘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은 8일 담화문을 내고, "교육청 차원에서 철저하고 엄정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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