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빼앗기면 미친 듯 싸워…北·中, 우크라戰서 실감했을 것"

한예경 기자(yeaky@mk.co.kr) 2023. 9. 1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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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첫 국방장관 매티스 인터뷰
서방 하이테크 전력 우위
우크라이나 결국 열세 극복
北도발 억제하기 위해선
中 '강대국 의무' 깨우쳐줘야
굳건한 한미동맹 뒷받침되면
핵 없이 더 강해질 수 있다

◆ 세계지식포럼 ◆

AP연합뉴스

해병대 사병 출신으로 국방장관까지 오른 전설의 군인, 걸프전·아프가니스탄전·이라크전에 모두 참전했던 제임스 매티스 전 미국 국방장관(73·사진). 그의 군 시절 기록만 보고 적들을 향해 거친 언어를 내뱉을 것이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현역 시절 매티스 전 장관의 별명은 '수도승 전사(warrior monk)'. 전장으로 향할 때 더플백에 책을 한 권이라도 더 넣기 위해 개인 짐을 최소화했을 정도로 책을 좋아하는 그는 기자의 질문에도 전략가다운 답을 줄줄이 쏟아냈다.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 군사적 해법은 없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그는 "중국을 움직이라"는 외교적 해법을 내놨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매티스 전 장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북한이 과연 무엇을 배웠을까를 먼저 분석했다. 그는 "우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북한은 전쟁이란 게 생각보다 그렇게 쉽지 않다는 걸 배웠을 것"이라며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러시아 군인들이 2주 정도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군장을 꾸렸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북한은 한국의 하이테크 장비들이 북한에 예상보다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는 전력이나 장비 면에서 모두 수적으로 열세였지만 서방이 공급한 전자장비와 무인항공기(UAV) 등 덕분에 민간인들도 전쟁에 참여해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얘기였다. 매티스 전 장관은 "특히 가장 중요한 건 자유세계의 시민을 건드리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군인이 아니라 민간인이라고 해도 자유라는 것을 빼앗겼을 때 사람들은 미친 듯이 싸운다"며 "나는 지금 중국도 우크라이나전을 보면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보면서 대만 통일 계획을 다시 짜고 있다는 얘기인가. 매티스 전 장관은 기자의 질문에 "군에서 신병들에게 '적군이 1번부터 4번까지 중 어떤 작전을 취할 것 같으냐'고 사지선다 질문을 던지는데 정답은 5번"이라면서 웃었다. 그는 "전쟁은 근본적으로 예측 불가하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며, 군은 모든 가능성에 대해 준비하는 것일 뿐"이란 게 그의 철학이다.

매티스 전 장관은 2017년 국방장관이 되고 나서 2주 만에 첫 해외 순방을 나서며 맨 먼저 한국을 찾았다. 그만큼 한미동맹을 최우선시하는 군인이었다는 게 그를 겪어본 국내 외교안보 인사들의 증언이다. 하지만 한미 확장억제 강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 내에서 독자 핵 보유에 대한 여론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핵 없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그는 "현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핵무기가 아니라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한 김정은이 허튼짓을 할 경우 상상 이상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주지시키는 것"이라며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특히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해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국을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며 "러시아는 몰라도 중국에는 '강대국들은 문제를 이렇게 해결한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우리는 북한 김정은을 상대해야 하고, 그가 유엔 제재를 어기고 만들어낸 핵무기들을 상대해야 한다"며 "북한의 이런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고 광기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북한에 경제적·외교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중국을 나서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그가 국방장관으로 재임할 당시인 2017년 6차 핵실험을 단행했고 지난해부터는 7차 핵실험을 실시하겠다고 호언하고 있다. 매티스 전 장관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해야 한다"며 "특히 시급성을 가지고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지식포럼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주요 세션·연사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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