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줄파업 전운..역대급 목표 달성에도 ‘빨간불’

박민 2023. 9. 10. 16: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노조, 13~14일 부분 파업 예고
실제 파업하면 5년만..생산 차질 우려
기아 노조, 찬성 82.5%로 파업 가결
부품사, 타이어사도 줄줄이 파업 예고
'실적 감소는 물론 국가 수출 악화' 우려

[이데일리 박민 기자] 올 들어 매 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국가 경제를 떠받쳐온 완성차 업계가 ‘파업’이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목표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생’을 외치며 무분규로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을 마무리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업황 호조를 명분 삼아 노조가 제 목소리를 내겠다며 파업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당장 오는 12일을 기점으로 사측과의 교섭 최종 결렬 시 13일부터 이틀간 부분 파업을 예고하면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반도체 불황 속에서 수출 1등 공신의 역할을 대체해온 완성차 업계의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국가 수출 악화로 경제 전반에 걸쳐 부담도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5 생산라인.
현대차·기아 12일 파업 중대분수령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지난 주말부터 토요일 특근 거부에 더해 오는 13일과 14일 이틀간 각각 4시간씩 부분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실제 파업으로 이어지면 지난 2019년부터 이어온 4년 간의 무분규 기록을 깨고 올해 5년 만에 파업을 하게 된다.

노조가 부분파업을 결정한 이유는 지난 7일 사측과 진행한 21차 교섭에서도 임금 인상과 정년 연장 등 쟁점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올해 △기본급 18만49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주식 포함) △상여금 900% △각종 수당 인상 및 현실화 △정년 나이 60세→64세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사측은 지난 7일 교섭에서 기본급 10만6000원 인상, 성과급 350%+850만원 지급 등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조합원들이 동의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며 반려한 바 있다. 이에 차기 교섭일인 12일까지 사측에서 제출하기로 한 임금 추가제시안과 핵심 쟁점인 정년연장, 해고자 복직 등의 내용을 지켜보고 파업 강행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파업은 부분 파업만으로도 끝나지 않는다. 노조 만약 13일과 14일 이틀간 부분파업에도 추가 제시안에 진척이 없을 경우 중앙쟁대위를 다시 열어 추가 파업을 확정하기로 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2016년과 2017년에 각각 총 24일간의 파업을 진행하며 14만2000대, 8만9000대의 생산 차질을 낸 바 있다.

지난달 말 ‘교섭 결렬’을 선언한 기아도 오는 12일 쟁의 대책위원회를 열고 향후 투쟁 방침을 결정할 계획이다. 앞서 기아 노조는 지난 8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해 총원 대비 82.5%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앞으로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도 교섭 중지 결정이 내려질 경우 노조는 합법적 파업권을 얻게 된다.

현대차 노조에 소속돼 있는 현대모비스 노조(모비스위원회) 또한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현대모비스 쟁대위는 “사측의 일괄 제시가 없을시 현대차지부 중앙쟁대위 지침에 따라 총파업에 돌입한다”며 “13일 1시간, 14일 7시간 부분 파업하는 일정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 이외에 르노코리아자동차 노사도 힘겨운 교섭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하면서 분위기 반전한 성공한 르노코리아 노사는 지난 7월 국내 5개사 완성차기업 중 처음으로 무분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일부 조합원들의 반대로 원점으로 돌아갔다. 소수 노조인 금속노조 르노코리아자동차지회에서 무더기 반대표가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완성차업계와 함께 성장 가도를 달리던 타이어업계도 마찬가지다.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금호타이어도 노조와 사측이 임금인상과 광주공장 설비투자 등을 놓고 입장차를 보이면서 결국 파업 절차를 밟고 있다. 파업 시 올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 목표(4조2700억원)를 세운 금호타이어의 목표치 달성에도 당장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완성차 파업, 내수 경기에도 악영향

완성차 업계의 파업이 현실화하면 올 들어 고속질주하던 성장세에도 급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월 생산량의 10% 이내인 생산 차질은 임단협 타결 이후 잔업과 특근을 통해 만회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파업이 진행될 경우 사업계획 자체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 이에 각사마다 세운 연간 목표치 달성도 요원해질 수 있다.

특히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 제조사에서 시작된 파업은 경제 전반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니온다. 올 상반기 현대차 생산실적의 절반은 국내 공장이 책임졌다. 따라서 국내 공장에서 생산 차질이 생기면 부품사와 타이어사까지 줄줄이 실적 악화 여파가 이어지면서 내수 경기에도 미칠 악영향이 크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손실 대수는 11.6만대로 가정, 파업으로 인한 대당 매출 손실 금액은 3619만원으로 추정된다”면서“특히 2016년(파업일수 24일·손실액 3조 1000억원)과 2017년(24일·1조 8900억원) 파업 중간수준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영업이익 손실은 1조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고가 많지 않아 이와 같은 피해금액은 3분기 영업손익에 상당부분 반영될 수 있다”면서 “7월 말 기준 현대차의 국내 재고는 0.5개월치, 글로벌 재고는 1.3개월치 수준이어서 국내 공장의 생산차질은 특히 국내를 중심으로 판매에 직접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박민 (parkmin@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