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러시아 침략’ 비판 없이 “우크라 고통 강조”

정의길 2023. 9. 1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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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에 대한 비판을 약화한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고 10일 폐막했다.

주요 20개국은 정상회의 첫날인 지난 9일 발표한 '주요 20개국 뉴델리 지도자 선언'에서 러시아의 침략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으로 인한 인간적 고통과 부정적 영향을 강조한다"고 지적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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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G20 정상선언, 러시아 언급 않고 우크라이나 전쟁 고통 강조
지난해 발리 선언에서 후퇴…정상선언 채택 자체가 성과라는 지적도
미국, 우크라이나 전쟁보다는 인도 등과의 관계 증진에 초점
10일 인도 뉴델리 간디 추모공원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함께 헌화하고 있다. 뉴델리/연합뉴스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에 대한 비판을 약화한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고 10일 폐막했다.

주요 20개국은 정상회의 첫날인 지난 9일 발표한 ‘주요 20개국 뉴델리 지도자 선언’에서 러시아의 침략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으로 인한 인간적 고통과 부정적 영향을 강조한다”고 지적하는 데 그쳤다. 다만, 정상들은 유엔 헌장을 인용해 “모든 국가는 어떠한 국가의 영토 보전과 주권, 정치적 독립을 침해하는 영토 획득을 위한 위협이나 무력 사용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언문에는 우크라이나가 곡물 및 비료 수출을 할 수 있게 하라고 러시아에 촉구하며 “포괄적이고, 공정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지지한다”고 적혔다. 러시아의 이탈로 중단된 흑해곡물협정을 재개하라는 요구다. “핵무기 위협 및 사용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는 표현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동선언문에 포함됐다.

주요 20개국 정상들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발리 정상회의 때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을 비난하는 유엔 결의안을 인용한 뒤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무조건적이고 완전한 철수”를 요구하는 공동선언문을 채택한 바 있다.

올해 주요 20개국 회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판 비판 표현이 후퇴한 선언이라도 채택된 것조차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회의에도 불참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참석했으나 올해 회의에는 불참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서방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첨예하게 의견이 대립돼서, 공동선언이 채택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주최국 인도가 서방과 중·러 사이에서 균형을 취하며 선언문 채택을 주도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현지 외교 당국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공동선언문을 정상회의 첫날에 발표한 것은 이례적인데, 인도가 선언문 채택 자체를 우선시한 것이 엿보인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인도 외교의 성공”이라며,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언급한 선언에 대해 러시아가 결국 저항을 포기한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평했다. 미국도 이번 선언은 지난해 발리 선언에 입각한 것이라며 옹호했다. 우크라이나 외교부는 러시아 침략을 언급하지 않은 선언은 “자랑할 것이 없다”고 비난하며 반발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회의에 초청받기를 원했으나 거부됐다.

미국과 서방은 이번 회의에서 빈국 지원과 관련된 부채 및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 개혁, 아프리카연합(AU) 가입, 기후변화 대책 등에 집중했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 미국은 인도와 중동을 잇는 철도·해운 회랑 건설 프로젝트를 유럽연합, 인도, 중동 국가들과 함께 합의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 2년 동안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지지를 구하는 데 시간을 보내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서방 지도자들의 러시아에 대한 비판 표현이 완화됐음을 드러낸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회원국 사이의 깊은 분열을 의식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았고,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참석했다면 “좋았을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신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인도와의 관계를 증진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쏟았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과 중·러 진영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펼치는 인도를 서방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인도가 중재한 공동선언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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