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초 만에 다 사라졌다"… 모로코 강진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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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밤(현지시간) 모로코 중부 지역을 강타한 지진 생존자들의 증언이 AP와 로이터 등 외신을 통해 속속 전해지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 규모가 6.8이라며, 진앙에서 500㎞ 이내 지역에서 이 정도의 강진이 발생한 건 120여년 만에 처음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모로코는 유라시아판과 아프리카판 사이에 있지만 판의 충돌 속도가 연간 4~6㎜로 무척 느리기 때문에 지진이 자주 발생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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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최후의 날이 온 것처럼 엄청난 진동을 느꼈어요. 그러곤 10초 만에 모든 게 사라졌어요."(모로코 중부 모울라이브라힘 주민 아요브 토우디테)
"발밑에서 땅이 막 흔들리더니 집이 기울어지기 시작했어요. 애들을 데리고 일단 뛰쳐나왔어요. 하지만 우리 옆집은 그러지 못했어요. 아버지와 아들이 시신으로 발견됐고 엄마와 딸은 아직도 못 찾았어요."(아미즈미즈 주민 모하메드 아자우)
8일 밤(현지시간) 모로코 중부 지역을 강타한 지진 생존자들의 증언이 AP와 로이터 등 외신을 통해 속속 전해지고 있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주민들은 여진 공포 속에 거리로 나앉았다. CNN은 "주변 공원, 광장, 주차장이 즉석 캠프장으로 변했다"고 했다. 생존자들은 마땅한 돌봄도 받지 못한 채 길거리에서 담요 몇 장에 의지해 버티고 있다. 사람들은 "무엇보다 음식과 텐트가 필요하다"면서 도움을 호소했다.
사망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현지 당국은 지진 이틀 만에 사망자가 2000명을 넘었다고 집계했다. 아직 구조 및 수색 작업이 초기임을 고려할 때 피해 규모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모로코 정부는 군을 동원해 구조 활동에 나섰지만 순탄치 않다. 지진으로 피해를 본 지역 중 상당수는 외딴 산간 마을인데 이곳으로 진입하는 도로들이 낙석으로 막히면서 초기 구조 활동이 지연됐다. 또 마을의 좁은 골목들은 양쪽에서 무너진 건물 잔해가 쌓여 구조 장비 등의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지진 재난 구조 골든타임은 72시간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간이 지나면 잔해에 갇혀 있거나 다친 사람들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살아남은 주민들과 수색대원들은 맨손으로 잔해를 옮기며 생존자를 찾고 있다. 피해 지역 주민인 몬타시르 이트리는 로이터에 "우리 이웃이 건물 아래 깔려 있다. 주민들은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도구면 뭐라도 가져다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지진은 지난 8일 오후 11시경 발생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 규모가 6.8이라며, 진앙에서 500㎞ 이내 지역에서 이 정도의 강진이 발생한 건 120여년 만에 처음이라고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엔 스페인과 포르투갈 일부 지역에서도 진동을 느꼈다는 글이 공유됐다.
지진 당시 모습을 담은 영상들도 SNS를 통해 확산하고 있다. 마라케시의 한 CCTV에는 땅이 흔들리기 시작하는 순간 당황한 사람들이 안전한 지대를 찾아 이동하는 가운데 건물에서 떨어지는 먼지와 파편에 놀라는 모습이 담겼다.
세계 각국은 애도를 표하고 지원을 약속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깊은 슬픔을 느낀다. 우리의 마음과 기도가 이번 끔찍한 고난으로 피해를 본 모든 이들과 함께한다"며 "미국은 모로코 국민을 위해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도 지원 의사를 표했다. 지난 2월 강진으로 5만명 넘게 사망한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도 동참 의사를 밝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모로코는 유라시아판과 아프리카판 사이에 있지만 판의 충돌 속도가 연간 4~6㎜로 무척 느리기 때문에 지진이 자주 발생하진 않는다. 그러나 느리지만 지난 수년 동안 누적된 압력이 이번에 강한 지진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모로코에선 지난 2004년에도 북동부 알호세이마에서 지진으로 600명 넘게 사망했고, 1960년엔 규모 5.8의 지진으로 1만2000명 넘게 사망한 바 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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