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강진 사망 2000명 넘어…美지질조사국 “인명피해 최대 10만명 넘을 수도”
여진 공포에 시민들 노숙중…마라케시 세계 문화유산도 손상
사상자 크게 늘 듯…국제사회도 지원의사 속속 밝혀와
지난 8일(현지시간) 아프리카 모로코 남서부를 강타한 규모 6.8의 지진으로 숨진 희생자가 10일(〃) 기준 2000명을 넘어섰다. 사상자 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모로코레 지원 의사를 밝힌 국가들도 늘고 있다.
모로코 내무부는 10일(현지시간) 현재까지 이번 강진으로 숨진 이들의 수가 2012명까지 늘었다고 밝혔다. 부상자도 2059명까지 증가했는데, 이들 가운데 심각하게 다쳐 치료받는 중상자들이 1404명으로 집계됐다.
이번 지진은 8일 오후 11시11분경 모로코 의 역사도시 마라케시 남서쪽 약 75㎞ 지점에서 발생했다. 규모 6.8의 강진인데다 진원 깊이도 10㎞ 정도로 얕아 충격이 컸다. 특히 내진설계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벽돌건물이 사람들이 대부분 잠든 심야에 무너지면서 인명피해를 키우는 원인이 됐다.
영국 BBC는 “이번 지진은 120여년 만에 모로코를 강타한 가장 강력한 지진”이라며 “앙을 중심으로 반경 500㎞ 이내에 1900년 이후 진도 6.0 이상의 지진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1960년 모로코 아가디르 근처에서 발생해 수천명의 인명손실을 낸 규모 5.8 지진 이후 가장 강력하다. 이번 지진은 동쪽으로 모로코와 국경을 접한 알제리는 물론 지중해와 대서양 건너 스페인, 포르투갈에서도 감지될 정도였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USGS가 10일(모로코 현지시간) 펴낸 새 보고서를 통해 이번 지진의 인명피해 및 경제 타격 추정 평가를 모두 '적색경보'로 상향조정했다. 지진 직후 인명피해 수준을 ‘황색경보’, 경제타격을 ‘주황색 경보’로 판단했던 것에 비해 각각 두단계, 한단계씩 높아진 것이다
USGS는 이번 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1000∼1만명일 가능성을 35%로 가장 높게 봤다. 그럼에도 사망자가 1만∼10만명일 가능성을 21%, 10만명 이상일 가능성도 6%로 전망하며 우려를 표했다.
경제측면에서도 10억∼100억달러(약 1조3370억∼13조3700억원) 정도의 손실발생 가능성을 37%로 평가했다.
AP·로이터·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역사도시 마라케시부터 수도 라바트까지 곳곳에서 건물이 흔들리거나 파괴됐으며, 구조대의 접근이 어려운 산간 지역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특히 피해가 집중된 아틀라스산맥 지역 고지대에서는 도로가 끊기거나 산사태로 막혀 구급차 통행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모로코 재난당국 요원과 주민들로 구성된 구조대는 진앙 근처 지역에서 무너져 내린 주택 잔해를 맨손으로 뒤져가며 생존자를 수색하고 있다. 모로코 군도 나섰다. 그러나 중환자의 수가 많은 데다가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이 끝나지 않아 사상자가 더 늘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아직도 주민들은 강진에 놀란 데다가 여진 공포에 질려 집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노숙하고 있다. 역사도시인 마라케시의 명소인 ‘제마 엘프나 광장’은 현지 주민들의 피난처가 됐다. 모로코군도 소셜미디어 X(엑스, 옛 ‘트위터’)를 통해 "여진 위험이 있으니 주의하고 안전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민들에게 권고했다.
주민뿐만 아니라 모로코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에도 강진 피해가 발생했다. 중세도시인 마라케시에서는 구시가지인 ‘메디나’의 랜드마크로 잘 알려진 쿠투비아 모스크의 첨탑(미나렛, 약 70ｍ)도 일부 손상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사회에서는 모로코 강진 피해에 대한 애도와 지원의사 표명이 이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모로코와 국교를 단절한 알제리와 이란 정부까지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약 7개월 전 5만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대지진을 겪은 튀르키예는 물론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도 애도를 표했다.
다만 모로코 정부는 무함마드 6세 주재로 9일 재난대책 회의를 연 뒤 사흘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한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외국에 공식 지원요청을 표명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무함마드 6세 국왕은 지진 발생 12시간 동안 참사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주로 군을 통해 발언을 남겼다"면서 분명하지 않은 대응을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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