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금지령’ 중국 반격에…‘애플 특수’ 사라질까 위기감

곽도영기자 2023. 9. 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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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상황에서 나온 중국의 강력한 ‘반격 카드’에 국내 기업들까지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중국이 자국 공무원과 국영기업, 공공기관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아이폰 금지령’을 내린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미국 애플의 카메라나 디스플레이 분야 핵심 협력업체들이 예기치 못한 위기를 맞은 것이다.

●중국 반격에 ‘애플 특수’ 사라질까 위기감

10일 재계에 따르면 12일(현지 시간) 애플의 신작 스마트폰 ‘아이폰15’의 출시를 고대해 왔던 국내 다수 협력사들은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애플이 지난해 공개한 공급망 목록에는 국내 주요 기업들이 대거 올라 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을 납품하는 LG이노텍 △D램 등 메모리 반도체를 납품하는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소형 배터리를 공급하는 삼성SDI 등이다.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 7일 블룸버그가 아이폰 금지령을 연이어 보도하면서 애플 매출 비중이 높은 LG이노텍의 주가는 8일 24만4500원으로 이틀 전 종가 대비 2만4500원(9.1%) 하락했다. 장중에는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 주가도 7일 1.57%, 8일 0.38% 내렸다.

카메라 모듈과 전자 기판을 생산하는 LG이노텍은 애플을 제1고객사로 두고 있다. 올해 상반기(1~6월) 반기보고서를 보면 애플로 추정되는 단일 고객의 매출은 6조2215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매출 8조2830억 원의 75.1%에 이른다. 전년 동기(72.1%)와 비교해 봐도 3%포인트 늘어 애플 의존도가 더욱 심화된 상태였다. 아이폰 납품 물량이 많은 삼성디스플레이도 지난해 기준 연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애플 비중이 30~40% 안팎으로 추정된다.

일부 기업은 매년 아이폰 시리즈 신작의 흥행에 따라 하반기(7~12월) 실적이 좌우되기도 한다. 이번 주 출격하는 아이폰15에 기대감이 컸던 관련 업계가 우려 분위기로 돌아선 이유다. LG디스플레이는 올 4분기(10~12월) 아이폰15 효과를 등에 업고 7개 분기 만의 흑자 전환을 기대했는데 예상치 못한 변수에 부딪혔다. 한 부품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갤럭시 시리즈, 하반기 아이폰 시리즈 출시 성적이 업계 풍향계가 돼왔던 만큼 이번 중국 규제 여파가 얼마나 크게 미칠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은 시작일 수도…“안전지대는 없다”

중국은 6월 말 기준 애플의 전체 매출 중 19.6%를 차지하는 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애플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9.9%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중국 진출 30주년을 맞아 웨이보에 직접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중국이 이런 애플을 규제 타깃으로 삼는 것은 미국에 대한 반격 의지가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다. WSJ는 9일 ”이 회사(애플) 투자자들은 오랫동안 급격한 리스크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믿어 왔다”며 “중국의 이번 금지령은 이러한 가정에 대한 시험대”라고 했다. 이어 “애플에 던지는 돌은 테크 연못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애플이 전 세계에서 모바일 반도체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기업 중 하나여서다. 이를 반영하듯 7일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2% 하락했고, 아이폰에 사용되는 핵심 무선 주파수 칩 공급 업체들의 주가도 7% 이상 급락했다.

더 큰 문제는 아이폰 금지령을 시작으로 중국이 화웨이 등 자국 기업 제품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대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애플 생태계’에 포함된 국내 기업들에 미칠 영향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른 산업군의 기업들까지도 미·중 갈등 상황 속에서 안전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도 있다. 테슬라와 엔비디아 등 중국 비중이 높은 미국의 다른 기업들도 다음 타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한국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는 연쇄 피해를 볼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이 희토류나 요소수에 대한 수출통제는 물론 개별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규제에도 나설 수 있다는 게 확인됐다”며 “한국 기업들은 공급망 다변화는 물론 특정 고객사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과제도 안게 됐다”고 말했다.

곽도영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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