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보충제 통에 필로폰 담아 반입…필로폰 623억원어치 압수

3개국 조직이 공모한 마약 유통 시도가 경찰에 포착돼 일당이 모두 검거됐다. [사진 출처 = 서울경찰청, 연합뉴스]

헬스보충제 통 안에 대량의 필로폰을 담아 국내로 들여온 뒤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수사 결과, 무려 3개국 조직이 합심한 범죄 행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중국과 캄보디아, 나이지리아에 거점을 두고 서로 공모해 국내에 대량의 필로폰을 유통한 일당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향정 등 혐의로 조사 중이다.

검거된 김모씨(49) 등 35명(구속 13명)은 작년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해외 총책의 지시에 따라 필로폰을 국내로 들여온 혐의를 받는다. 이들의 윗선에는 캄보디아 총책 송모씨(52), 중국 총책 K씨(42·중국 국적), 나이지리아 총책 I씨(35·나이지리아 국적)가 있다.

김씨는 송씨의 지시에 따라 올해 3월 부산에서 나이지리아 마약조직이 헬스보충제로 위장해 밀반입한 필로폰 20㎏을 손에 넣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서울·대구·창원·오산 등지의 유통책에게, 나머지는 K씨의 국내 유통책에게 전달했다.

김씨는 또 같은 달 송씨의 지시로 대전에서 비대면으로 필로폰 1㎏을 받아 한 달여 뒤 I씨의 국내 유통책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경찰은 올해 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나이지리아 마약상이 국내에 필로폰을 유통한다는 정보를 입수해 수사에 나섰다. 지난 4월 김씨와 국내 유통책을 차례로 붙잡은 경찰은 해외에 있는 송씨, K씨, I씨의 신원도 곧 파악했다.

경찰은 국정원과 공조, 올해 7월 송씨를 캄보디아 현지에서 검거했다. 외국인인 K씨와 I씨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에 요청, 적색수배를 내렸다.

3개국 조직이 공모한 마약 유통 시도가 경찰에 포착돼 일당이 모두 검거됐다. [사진 출처 = 서울경찰청, 연합뉴스]

경찰은 또 국내 유통책들에게서 필로폰 18.7kg을 압수했다. 이는 62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인데 시가로 623억원 어치다. 송씨와 K씨, I씨는 모두 국내에서 처벌받거나 추방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송씨의 경우 지난 2016년 1월 필로폰 2.5㎏을 필리핀에서 국내로 밀수한 혐의로 4년 6개월간 복역한 후 지난해 7월 캄보디아로 출국했다. 교도소 동기 등과 공모해 국내에 마약을 유통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총책인 K씨는 올해 4월 조직원을 통해 인천국제공항으로 필로폰 5㎏을 밀반입하려다 세관에 적발됐다. 나이지리아 총책인 I씨도 지난 2021년 6월 향신료로 위장한 대마 6.3㎏을 가나에서 국내로 발송하는 등 여러 마약류 밀수·유통에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교도소 동기, 캄보디아에 있는 또 다른 마약상 등을 통해 서로 협력하는 사이가 됐다. 세 사람 모두 국내 사정에 밝아 한국을 범행 대상으로 정한 뒤 각각 유통책을 뒀다.

경찰 관계자는 “오로지 국내 유통을 목적으로 해외 여러 조직이 연계한 것은 과거에는 보기 드문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이들로부터 필로폰 등을 사서 투약한 38명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