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스를 동경했던 고프, 진정한 윌리엄스의 후계자가 되다
오랫동안 미국 테니스는 세리나 윌리엄스(은퇴)라는 걸출한 선수로 인해 자존심을 지켜왔다. 남자 테니스에서 유럽의 강세가 이어진 것과는 달리, 여자 테니스에서는 윌리엄스의 ‘1인 천하’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2017년 호주오픈 우승으로 통산 23회 메이저대회 우승을 기록한 윌리엄스가 지난해 US오픈을 끝으로 은퇴하면서 윌리엄스의 후계자를 찾는 것은 미국 테니스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그리고 불과 1년 만에 그 후계자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신성’ 코코 고프(6위·미국)가 올해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오픈 정상에 올랐다. 고프는 1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US포은 여자 단식 결승에서 아리나 사발렌카(2위·벨라루스)를 2시간6분 만에 2-1(2-6 6-3 6-2)로 꺾고 생애 첫 메이저대회 정상에 올랐다. 미국 선수가 US오픈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17년 슬론 스티븐스(36위) 이후 6년 만이다.
2004년생인 고프는 올해 19세다. 고프는 10대에 US오픈 우승을 차지한 역대 10번째 선수가 됐다. 윌리엄스도 1999년 18세의 나이로 US오픈 정상에 올랐는데, 고프가 24년 만에 이를 달성한 미국 선수가 됐다.
결승에 대한 긴장감 탓인지, 고프는 1세트에서 제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여기에 사발렌카가 강력한 공격을 연거푸 퍼부으며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허무하게 1세트를 내줬다.
고프는 2세트에서 자신의 페이스를 되찾았다.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고프는 강력한 서브를 앞세워 사발렌카를 흔들었다. 여기에 강력한 수비까지 살아나 오히려 사발렌카가 연거푸 실책을 범하며 흔들렸고, 결국 2세트를 쉽게 가져오며 균형을 맞췄다. 기세를 탄 고프는 3세트에서 사발렌카의 첫 2번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해 4-0으로 앞서며 승기를 잡았고, 이후 끝까지 놓치지 않으며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고프는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2018년 14세 나이에 프랑스오픈 주니어 여자 단식을 우승하고 역대 최연소 주니어 랭킹 1위에 올라 화제를 모은 고프는 이듬해 윔블던에서는 15세122일의 나이로 예선을 통과, 역대 최연소 기록을 세우더니 그 기세를 몰아 16강까지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해 10월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대회에서 우승하며 ‘윌리엄스의 후계자’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너무나 어린 나이에 무거운 짐을 짊어졌음에도 고프는 꾸준히 성장했다. 지난해 프랑스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대회 결승에 올라 준우승을 차지한 고프는 올해는 이상하게도 메이저대회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호주오픈에서 16강, 프랑스오픈에서 8강에 그쳤고 윔블던에서는 1회전에서 탈락했다.
그럼에도 고프는 윔블던 이후 북미 하드코트 시즌을 맞아 경기력이 급상승했다. 워싱턴오픈에서 첫 WTA 500 대회 정상을, 이어진 신시내티오픈에서 첫 WTA 1000 대회 우승을 거푸 차지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마침내 첫 메이저대회 정상에 오르며 ‘윌리엄스의 후계자’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선수가 됐다.
많은 미국 여자 테니스 선수들이 그런 것처럼 고프 또한 윌리엄스의 팬이다. 고프가 테니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5살이던 2009년 호주오픈 TV 중계에서 우연히 윌리엄스의 경기를 보고 나서다. 고프는 경기 후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이 대회에 데려왔던 기억이 난다. 바로 저기에서 비너스 윌리엄스와 세리나의 경기를 봤다”며 “내가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것이 너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15일 전 WTA 1000 대회를 우승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게 내 정점이라고 했다. 하지만 난 US오픈 우승 트로피를 우아하게 들고 있다. 그들이 나에게 끼얹었다고 생각한 건 물이 아니라 기름이었다. 난 지금 불타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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