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유가 잔인한 9월이라고? 뒤집어서 보면 싸게 살 기회 왔다
유가 상승·경기둔화 우려 커지고
고금리 장기화에 주식 매력도 뚝
조정 마무리후 반등 시작 의견도
9~10월 강한 업종은 반도체·보험
경기 개선 노리면 정유·화학 주목
'9월은 잔인한 달이 될 것인가.'
15년 만에 최고 수준인 4%대에 올라선 미국 국채금리, 10개월 만에 최대 수준인 80달러 선으로 올라선 유가, 중국발 우려에 올해 들어 최저치인 1340원대까지 떨어진 달러당 원화값. 녹록지 않은 대내외 금융환경에 9월 위기설까지 더해진 가운데 연중 증시가 가장 부진한 달, 9월을 맞았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코스피와 나스닥의 9월 월간 주가 등락률은 각각 -0.8%, -2.1%로 연중 가장 부진하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계절성을 띠는 이유로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의 인간 감정 변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연휴 등 여러 요인이 지목된다"며 "9월 19일 FOMC 이전에 고용과 인플레이션 지표가 증시 친화적으로 나와야 안도감 그 이상의 투자심리 개선을 도모할 수 있는 만큼, 9월도 증시에서 기민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9월 첫날 삼성전자가 올해 들어 가장 높은 6%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가을 랠리를 여는 달이 될 것이란 기대도 상존하는 가운데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에게 향후 증시 투자전략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상당수 증권사의 투자전략 담당 애널리스트는 고금리, 고유가 등 현재 증시를 둘러싼 대외 금융 상황이 우호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금융시장이 최근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를 배드 뉴스(Bad news)보다는 골디락스(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호황)로 해석하고 있는 반면에 현시점에서 유가 상승 추가 리스크가 가장 큰 배드 뉴스"라며 "경기 리스크가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경제지표와 관련된 배드 뉴스는 더 이상 굿 뉴스(Good News)가 아닌 배드 뉴스로 금융시장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발표된 미국 7월 구인 건수의 큰 폭 감소, 예상보다 높은 8월 실업률 등 고용지표 부진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종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현재까지는 증시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앞으로는 경기 불확실성이 증시에 부정적으로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소연 신영증권 투자전략부장은 "투자자들은 올해 말과 내년 상반기 즈음 금리 인하가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최근 정책 당국의 반응으로 미뤄보면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경기 둔화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재평가할 필요가 있어 위험자산에 대해 아직은 경계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한국 등 주요 국가 중앙은행이 보여준 모습으로 볼 때 현재 고금리 수준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고 이때 경기가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장은 "미국 10년 국채금리가 4%를 넘어갈 때마다 미국 등 글로벌 주식시장은 조정 국면을 나타냈다"며 "금리가 추가로 더 높아질 여력은 제한적이지만 금리가 떨어지려면 유가가 하락하든지 미국 경기가 둔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유가 하락과 미국 경기 둔화 시점을 올해 4분기 후반으로 보며 금리가 이때부터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9월이 반등장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9월 국내 주식시장은 반등을 전망한다"며 "9월부터는 미국 경제와 금리의 탄력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재고 재축적 사이클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6월 미국 제조업 재고 증가율과 중국 산업 재고 증가율은 각 -0.4%, 0.4%다. 미국 경제가 연착륙하고 중국 정부가 소비 진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요 2개국(G2)이 재고를 쌓기 위한 활동에 나서고 추가로 금리가 오르지 않으면 4분기부터 국내 기업이익이 개선되며 국내 증시가 반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은택 KB증권 주식전략팀장은 "'1차 조정'이 진행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지만 그동안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이 13.5배에서 10.8배까지 하락하면서 주가 부담은 경감된 상태"라며 "1차 조정이 9월에 마무리된 뒤 주식시장은 가을 랠리로 넘어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증시 상황이 기업의 실적 개선 상승에 따른 '실적 장세'가 시작되고 2~3개월 후에 나타난 기간 조정을 거치고 있을 뿐 기업 이익의 함수라고 볼 수 있는 주가의 매력은 오히려 커졌다는 설명이다.
부진한 계절성이 이번 9월 증시에 반복되지 않을 수 있고 국내 증시는 미국과 다른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까지 누적 수익률이 플러스였던 경우 9월 하락 확률은 평균보다 낮아진다"며 "한국은 미국과 달리 9월이 아닌 8월에 부진한 계절성이 있으며, 8~9월에 부진한 계절성 이후에는 4분기에 미국과 한국 모두 주식이 긍정적인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1930년 이후 미국 S&P500지수 월별 수익률 기준으로 1~8월 누적 수익률이 상승하면 9월에 0.15% 오르고, 1~8월 누적 수익률이 마이너스이면 9월에 3.61% 내렸다. 특히 1~8월 누적 수익률이 10% 이상이면 9월에 0.44% 상승했다. 올해 S&P500지수는 8월까지 17.1% 올랐다.
주목할 업종으로는 반도체를 꼽는 의견이 많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9월 미국 시장금리 피크아웃 전환 가능성은 과도한 쏠림과 장기금리 상승을 이유로 최근 숨 고르기에 나섰던 중대형, 우량 성장주의 9월 반격 가능성을 시사하는 명징한 긍정 요인"이라며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2차전지, 조선·기계·방산, 바이오, 소프트웨어, 미디어 대표주가 9월 반격의 선봉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2010년·2015년·2020년 이후 전 기간에 걸쳐 9~10월 두 달간 코스피 등락률을 앞섰던 업종은 반도체와 보험이다. 삼성증권은 올해 3분기와 연간 실적 개선 가능성 등을 감안해 코스피200 내에서 삼성전자, 삼성화재, DB손해보험, NH투자증권, LS, 제일기획, 에스엘, 삼양식품, 한세실업을, 코스닥150 내에서 JYP엔터, 에스엠, 리노공업, 동진쎄미켐, 모두투어를 관심 종목으로 꼽았다.
대신증권은 관심 업종으로 기계, 자동차, 반도체를 꼽았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8월에도 외국인의 차별적 순매수가 유입되고 있어 이들 업종이 9~10월 코스피 반등의 중심에 설 것으로 예상한다"며 "중국 국경절 재고 축적 수요 확대 시 정보기술(IT) 기기 판매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IT, 반도체가 9월 수출 개선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하나증권은 글로벌 경기 개선에 주목하며 업종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글로벌분석팀장은 "미국과 중국 제조업 재고순환지표 상승 시 영업이익 추정치 상향 조정폭이 크고,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 시 영업이익률 개선폭이 큰 반도체, 화학, 정유업종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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