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그림자 밀도 있게 그린 대상작 '애도의 방식'
교보문고 브랜드 '북다'서 출간
수상작 등 단편소설 총8편 수록
◆ 이효석 문학상 ◆
이효석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안보윤의 '애도의 방식'은 어떤 소설일까. 심사위원들은 왜 최종 심사에서 만장일치로 '애도의 방식'에 표를 던졌을까. 그 답은 올해 수상작품집에서 확인 가능하다.
지금 이 순간 한국 사회에서 가장 첨예한 문제의식을 갖고 우리 세계를 거울처럼 비추는 소설 모음집 '제24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이 출간됐다.
올해 작품집은 교보문고에서 새롭게 출범한 문학 브랜드 '북다'가 직접 꿰맨 책으로, 안보윤 작가의 '애도의 방식'과 안 작가의 또 다른 단편 '너머의 세계', 이지은 평론가의 '애도의 방식' 작품론, 안 작가 인터뷰, 또 우수작품상을 수상한 강보라·김병운·김인숙·신주희·지혜 작가의 단편, 작년 대상 수상자인 김멜라 작가의 단편 '이응 이응'까지 알차게 실었다. 교보문고 온라인 서점과 전국 43개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된다.
'애도의 방식'은 학교폭력 피해 학생 동주의 이야기로, 가해 학생 승규가 사망한 뒤 이야기다. 폐건물에서 승규가 떨어져 죽던 날, 동주만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 그 후 동주는 찻집 겸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승규 엄마가 매일같이 동주를 찾아와 함박스테이크를 시킨다. '가해 학생 승규의 사망'이란 주제는 죽은 학생에 대한 애도의 불가능성, 살아남은 자들의 가능성을 동시에 묻는다.
'애도의 방식'은 올해 '더 글로리' 등 괴롭힘과 사적 복수라는 주제의식을 마치 예견한 듯한 소재로 심사 과정에서 특히 주목받았다.
시대 흐름을 읽는 단편소설은 이뿐만이 아니다. 우수상을 받은 김인숙 작가의 '자작나무 숲'은 쓰레기가 가득 찬 집에서 살아가는 할머니와 그런 할머니 집을 오가면서 그 집(땅)을 상속받으려는 손녀를 그렸다. 집에는 쓰레기가 가득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치솟으면서 땅값은 절대 쓰레기처럼 무가치하지 않다. 손녀는 주기적으로 등기부등본을 떼고 주택 상속만 기다린다.
신주희 작가의 '작은 방주들'은 코인 문제와 직장 내 험담을 다룬다. 코인으로 대박이 난 진주를 친구로 둔 은재는 후배에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다. 후배는 자신의 직장 내 자리를 지키려 은재를 뒤에서 험담한다. '은재가 코인으로 떼돈을 번 친구를 따라 해외로 갈 예정이고, 그래서 사표를 쓴다고 한다'는 소문을 낸 것이다. 자기만의 방주를 만들어야만 생존이 가능한 현대인의 모습이다.
김병운 작가의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는 소수자 문제를 다룬다. 장희는 오래전 진무 삼촌이 죽었다고 들었지만, 엄마가 떠나고 장례식이 끝날 무렵 진무 삼촌이 살아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진무 삼촌은 에이즈로 인한 합병증을 앓았지만 살아 있던 것이다. 세대를 뛰어넘는 성적 소수자의 대화는 우리 시대의 슬픈 풍경을 전시한다.
지혜 작가의 '북명 너머에서'는 과거 작은 도시에 하나쯤 있었던 백화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성자는 23세 때 북명백화점 양장점에 취직했다. 백화점에서 만난 조옥은 성자에게 돈을 빌려 달라고 했고, 성자는 마지못해 돈을 빌려주지만 시간이 흐르자 조옥은 "응? 무슨 돈?"이라며 오리발을 내민다.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시절'에 대한 절절한 마음이 담긴, 정석 같은 단편이다.
강보라 작가의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은 발리의 한 게스트 하우스로 떠난 재아의 이야기다. 하루 2만원짜리 게스트하우스에는 삶의 가장자리로 밀려난 한국인 여행자들이 몰려 있다. 재아는 그들과 어울리면서도 끊임없이 자신과 저들을 구별하려 한다. '구별 짓기'의 마음은, 그러나 한국에 돌아와 재회한 호경의 몇 마디로 산산조각 난다. 어울릴 수 없을 것만 같은 '뱀과 양배추'는 인간의 표정이 된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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