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명 넘는 비대한 조직LH …전문가들 내놓은 개혁 방향은?
정부는 최근 철근누락 아파트 단지 사태로 부실 문제가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개혁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주택 공급을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여있다. 전문가들은 역할과 조직이 비대하진 LH의 일부 기능을 민간에 이양하고 임대 주택 공급 등 주거복지 역할 등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토교통부는 10일 원희룡 장관 주재로 공공주택 혁신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민간 전문가 7인은 LH 기능과 조직이 비대해졌다는 데 입을 모았다. 2009년 10월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를 합병해서 출범한 LH는 토지 취득·개발·비축·공급·도시 개발 및 정비·주택 건설·공급·관리 업무를 모두 담당하고 있다. 특히 공공주택 공급은 LH가 사실상 전담하고 있다고 과언이 아니다. 2008년부터 2022년까지 공급된 총 124만호 중 72.3%를 LH가 공급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LH가 택지 취득부터 개발 및 관리까지 못하는 게 없다. 다 지은 아파트를 관리하는 것까지 합치면 인력이 1만여명에 달한다”며 “이런 조직이다보니까 어떤 문제가 터지면 사회적 이슈가 되어버린다. (LH에 대한) 규제를 하기 보다는 합리적 관리 능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국토연구원장은 “주택건설은 과감하게 민간에게 넘기고 인프라, 토지 개발은 LH의 코어(핵심) 기능으로 끌고 가는 것은 어떨까. 민간에게 건설을 넘기면 공급 속도가 빨라지고 품질은 높아진다. (공공은)의무발주 비율 탓에 공사비가 20~30% 올라가는 측면이 있는데 그런 점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화순 고려대 세종캠퍼스 국토도시정책 교수도 민간이 맡기 어려운 업무는 LH가 계속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택지개발은 개발 정보를 미리 알아야하고 그걸 통해 발생하는 개발 이익을 국민들에게 혜택이 가도록 해야하는데 민간은 그런 쪽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공공에서 해야하는 건 주거복지다. 영구임대주택 19만호까지 공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복합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공공이 맡아줘야 안정적으로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논란이 많은 LH 공공주택의 품질에 대해서도 의견이 나왔다. 그간 LH는 주택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임대주택 자재를 분양주택 수준으로 상향하고, 평형도 확대했다. 하지만 여전히 저품질 고비용 관급자재 사용 등 품질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공공주택 실적 평가를 양적 중심에서 질적 평가로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날씨가 안좋으면 공기가 한 두달 늦춰질 수 있는데 현재는 양적 목표가 중시되면서 (조정이) 어렵다”며 “성과 지표부터 질적 수준에 대한 검토가 가능하도록 되어야 공공주택 혁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공공주택에 대한 부정적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고 있다. 저소득층 밀집 거주지라는 편견이 여전하고, 입대주택 입주 후에 통행로를 차단하는 사회적 갈등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임대리츠(주택도시기금과 LH 또는 지방공사 등이 출자)를 이용해 이런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 자본을 이용하기 때문에 LH의 재무적 부담을 덜 수 있고 연구에 따르면 일반 공공주택보다 공공임대리츠가 외부에서 볼 때 LH가 공급하는 아파트란 인식이 덜하다”고 말했다.
한편 주택 공급 문제가 지나치게 아파트 위주로 치우쳤다는 지적도 나왔다. 천현숙 고려대 겸임교수는 “오피스텔, 빌라 등이 공급 안되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라며 “2030 청년 세대들의 주택이기 때문에 비아파트 공급이 위축되면 당장 내년부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 장관은 “주택공급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층이 젊은층, 특히 주거사다리에 목 마른 청년이라고 했을 때 비아파트 공급이 민간 부분에서 충분히 돌아가도록 해야한다”면서도 “(비아파트는) 빠른 속도로 공급하다 보니까 주차장, 소방 규제를 완화했는데 이 때문에 규제를 다 받는 아파트랑 형평성 논의가 계속 제기되고 있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이달 말 발표할 부동산 공급 활성화 대책에는 주거용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등 전용면적 85㎡ 미만 중소형을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종합부동산세 합산 때 비아파트가 배제될 수 있어, 투자용 오피스텔을 보유한 다주택자에게 유리한 방향이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