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반상회도 이러진 않는다"···막말·고성만 남긴 대정부질문
"서로 다른 견해가 나오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 초등학교 반상회에 가도 이렇게 시끄럽지는 않다"(김진표 국회의장)
"정말 최악의 대정부질의로 가고 있다"(김영주 국회부의장)
지난 5일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첫날 첫 질의부터 국회 본회의장은 고성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통령 탄핵'을 언급하면서부터였다.
설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채상병 사건'과 관련해 수사 외압 의혹이 있다며 "(의혹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다는 소지가 충분히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통령 탄핵을 직접 언급한 건 설 의원이 처음이다.
설 의원의 발언에 본회의장에 있던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는 "무슨 말을 하는 거냐" "탄핵 발언 취소하시라'는 등 고성이 나왔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이 "조용히 하라"며 맞받아쳤고 설 의원도 질의를 멈추고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발에 항의하기도 했다.
이에 김진표 국회의장은 설 의원의 질의가 끝나자마자 "국민들이 질의 내용과 답변을 듣고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며 "지금 여야 의원들이 방청석에서 보이는 태도는 국민들이 발언자의 말을 못 듣게 방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발 좀 경청해주시길 바란다. 초등학교 반상회에 가도 이렇게 시끄럽지는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쓰레기' '빨갱이' 등 상대 당 의원을 향한 거친 언사가 나오며 여야가 충돌을 빚기도 했다.
지난 6일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정치적 호재로 활용하는 정치 세력은 사실상 북한 노동당, 중국 공산당, 대한민국 민주당뿐"이라고 하자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북한에서 쓰레기가 왔네" 등의 거친 언사가 나왔다. 해당 발언을 한 의원은 박영순 민주당 의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태 의원이 다음날인 7일 단식 농성 중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천막을 방문하면서 소란이 벌어졌다. 태 의원이 "저에게 몇 분 동안 북한에서 온 쓰레기라고 외친 박영순 의원은 가만두면 안 된다. 당에서 출당시키고 국회의원직을 책임지고 박탈시켜야 한다"고 하자 주변에 있던 이 대표 지지자들은 태 의원을 향해 "꺼져라" "빨갱이" 등 폭언과 욕설을 했다. 결국 현장에 있던 민주당 의원들이 이 대표 맞은 편에 앉아있던 태 의원을 끌어내리면서 농성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번 대정부질문에서 눈에 띈 또다른 풍경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한 국무위원들의 태도다. 국회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은 야당의 공세에 사실과 다르다고 생각한 질의에 대해서는 입씨름도 참지 않고 적극적인 반박에 나섰다.
지난 6일 김경협 민주당 의원이 '한미일 동맹의 확장 억제 정책이 북한의 공격 의지를 꺾었냐'고 묻자 한덕수 국무총리는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어버린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이 "착각하고 계신 것 아니냐"고 하자 한 총리는 "의원님이 착각하고 계신 것"이라고 말했고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 항의가 쏟아지자 한 총리는 "정말 공부 좀 하시라"고 했다.
육군 대장 출신의 김병주 민주당 의원이 군과 관련한 질의를 할 때도 한 총리는 적극적으로 반박에 나섰다. 김 의원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를 거론하며 '해군에 방사능 측정 장비가 없다'고 말하자 한 총리는 "해군을 갈라치기 하려는 거냐"고 되물었다.
또 김 의원이 '채상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국방부의 대응을 지적할 때도 한 총리는 "대한민국 군 내부가 엉터리고 운영되고 있다고 믿는 의원님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7일 열린 대정부질문에서도 한 총리의 전투력은 유지됐다.
한 총리는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코로나 사태로) 다른 나라들이 -4% 성장을 할 때 한국은 (2020년) -0.7% 성장했고 2021년 4.3%, 2022년 2.6%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를 잘 살렸으면 됐지 현 정부가 못하는 것을 두고 왜 전 정부 탓을 하냐"는 지적에 "(문재인 정부에서) 재정건전성이 심대하게 타격 받았다"고 답했다
이어 한 총리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기간에 지난 몇 년 동안과 비교해 세출의 증가가 가장 많았다"며 "그런데 (세출이) 많았으니까 잘됐다? 아니, 문제가 없어야 잘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정 의원이 "일방적인 이야기다. 돈 있는 사람한테 세금을 거둬야 재정이 안정되는 것"이라고 하자 한 총리는 "숫자를 갖고 이야기하라. 지금까지 방만한 재정 운용을 했기 때문에 더 이상 그런 정책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두 사람은 이후 서로 "일방적인 얘기"라며 언성을 높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정부질문이 고성으로 가득 찬 것을 두고 각자의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한 판'을 벌였다고 분석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10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지금 시점은 중도 확장보다도 (자당의) 핵심 지지층을 결집해야 될 필요성이 있는 시기"라며 "양측이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2024년) 예산을 통과시킬 때쯤 되면 중도층에 어필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고 서로 주고받는 게 있어야 하므로 그때는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아형' 화사, 파격 브라톱 리폼…교복 맞아? - 머니투데이
- "내 딸이 손해인 거 같다"…'김지민♥' 김준호, 예비 장모 첫 대면 - 머니투데이
- "내가 물도 못 마시게 했다고"…김병만, '똥군기' 소문 억울 호소 - 머니투데이
- 한혜진 "친구도, 돈도 잃었다…믿었는데 거액 못 돌려받아" - 머니투데이
- 서동주 "父서세원과 10년간 연락 안 해…밉고 그리워" - 머니투데이
- "마약했다" 아나운서 출신 김나정 급히 지운 글…누리꾼이 고발 - 머니투데이
- "계속 카운팅해서 나와"…'200억 건물주' 유재석, 저작권 수입도 - 머니투데이
- "일본보다 비싼데 굳이"…제주 외면하는 사람들, 상가도 '텅텅'[르포] - 머니투데이
- 사강, 남편 사별 후 근황…"남편 일하던 회사 근무" 유품 그대로 - 머니투데이
- '미성년자 성폭행' 고영욱, 이상민 저격…"인간으로 도리 안해" 무슨 일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