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英 해리왕자, “러 포로 풀려난 퇴역 우크라 여군 불굴의 정신에 경의”…獨 인빅터스게임

정충신 기자 2023. 9. 1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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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상이군인체육대회 개막식… 우크라선수단에 기립박수로 환호
인빅터스 게임 창설자 해리 왕자 개막연설서 나형윤 선수 언급도
박민식 장관, 선수단 격려 및 개회식 참석해 참전국 대표들과 보훈외교
대한민국 8개 종목 11명 출전…6·25전쟁 참전국 12개국 대표등과 보훈외교 활동
개회식 앞서 파독 광부기념관 방문, 파독 광부 및 간호사들의 노고에 감사 표해
세계상이군인체육대회(인빅터스게임) 창설자 해리 영국 왕자가 9일(현지시간) 오후 독일 뒤셀도르프 메르쿠르 슈피엘 아레나에서 열린 ‘인빅터스게임 2023’ 개막식에서 지난해 3월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러시아군에 포로로 잡혔고 그해 6월 풀려난, ‘타이라’라는 애칭으로 호명된 퇴역 여군 율리야 파예우스카를 향해 “이처럼 용기 있고 회복력이 뛰어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런 에너지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어 다행”이라며 경의를 표했다. 국방부공동취재단

세계 상이군인 체육대회 ‘2023 인빅터스 게임’ 개막식이 열린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6시 독일 뒤셀도르프 메르쿠르 슈피엘 아레나. 러시아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하는 순간‘꺾이지 않는 정신’을 외치며 한자리에 모인 상이군인 선수들과 관중들이 상기된 얼굴로 환호성을 울렸다.

관중들은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도 대회 참가를 결정한 우크라이나 선수들을 기립박수로 환영했다. 몇몇 우크라이나 선수는 열렬한 환영에 감정이 북받치는 듯 눈시울을 붉혔다.

이 가운데 ‘타이라’라는 애칭으로 호명된 퇴역 여군 율리야 파예우스카는 지난해 3월 참전했다가 러시아군에 포로로 잡혔고, 같은 해 6월 천신만고 끝에 풀려난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으로 화제가 됐다.

인빅터스 게임의 창설자인 영국 해리 왕자는 파예우스카 씨를 향해 "이처럼 용기 있고 회복력이 뛰어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런 에너지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어 다행"이라며 경의를 표했다.

6·25전쟁 정전70주년을 맞아 독일과 네덜란드, 룩셈부르크를 방문 중인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9일(현지시간) 독일 메르쿠어 슈필 아레나에서 열리는 2023독일 인빅터스 게임 개회식에 참석해 주요 내빈들과 관람하고 있다. 국가보훈부 제공

한국 선수단 기수를 맡은 이은주 선수는 전날 환영행사에서 우크라이나 선수들과 인사를 나눴다면서 "전쟁의 현실을 받아들이되 이 순간을 즐긴 뒤 다시 전장으로 돌아가겠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조국을 향한 무한한 애정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단은 ‘K-팝의 나라’ 출신답게 방탄소년단(BTS)의 글로벌 히트곡 ‘버터’(Butter)와 함께 입장했다.

11명의 소규모 선수단이었지만 미국·영국 등 100명이 넘는 대규모 선수단이 입장할 때 못지않은 함성이 터져나왔다. 한태호 선수단장은 "등장음악 선정에 공을 들였다"며 "널리 알려진 K-팝이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 익숙함으로 다가온 듯하다"고 말했다.

해리 왕자는 21개국 선수단 입장을 마친 뒤 개막 연설에서 한국의 나형윤 선수를 언급했다. 나 선수는 지난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인빅터스 게임에서 사이클 남자 3.3㎞ 개인독주 로드 바이크1(총 3단계 장애등급 중 최고 등급) 경기에 출전해 금메달을 수확했다.

그는 2006년 최전방 일반전초(GOP)에서 경계 작업을 서다가 고압전기에 감전되는 사고를 당해 치료 과정에서 양팔을 모두 절단했다. 해리 왕자는 "나 선수는 ‘장애를 극복하기보다 우리의 장애를 향한 사회의 인식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인빅터스 게임은 메달, 기록, 완주에 대한 것뿐 아니라 자신에게 가해진 인식을 극복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2014년 첫 대회가 열린 ‘인빅터스 게임’은 영국의 해리 왕자가 창설한 국제 상이군인 체육대회다. 한국의 출전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다. 대회는 오는 16일까지 계속된다.

박민식 장관은 이날 인빅터스 게임 주경기장에서 대한민국 선수단과 도시락을 함께하며 "국가를 위해 헌신하시다 얻은 신체적 어려움을 뛰어넘어, 불굴의 의지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선수 여러분께 경의를 표한다"며 "승패를 겨루기보다는 강한 의지로 어려움을 이겨낸 서로를 응원하고 존중하며 하나가 되는 것이 바로 인빅터스 게임의 취지인 만큼,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면서도 즐기는 대회가 되길 바란다. 저도 여러분의 도전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김홍균 주 독일대사와 유을상 대한민국상이군경회 회장 등도 함께했으며, 박 장관은 선수단을 격려한 뒤 18시부터 시작하는 개회식에 대한민국 정부 대표로 참석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뒤셀도르프 메르쿠르 슈피엘 아레나에서 개박한 ‘2023 인빅터스 게임’ 참가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국가보훈부 제공

박 장관은 개회식에 참석해 22개국 중 6·25전쟁 참전국인 네덜란드 뉴질랜드, 덴마크, 독일, 미국, 벨기에,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호주, 캐나다 콜롬비아 등 12개국 대표들과 교류하며 보훈외교 활동을 진행했다.

박 장관을 비롯한 출장단은 이에 앞선 이날 오전 독일 에센에 위치한 파독 광부기념관을 찾아 심동간 파독 광부협회 회장과 김옥순 재독한인간호협회 회장 등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조국과 가족에게 외화를 보낸다는 자부심으로 낯선 타국에서 청춘을 바쳤던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한국 선수단은 권현주(양궁·탁구), 김종준(사이클·실내조정), 최승민(사이클·실내조정), 이지익(사이클·수영·육상), 홍미향(사이클·실내조정), 정은창(탁구·양궁), 최일상(탁구·실내조정), 신법기(탁구·휠체어 럭비), 김인희(실내조정·양궁·탁구), 이주은(실내조정·역도), 이은주(육상·실내조정·탁구) 선수 등 11명이 8개 종목에 출전한다.

정충신 선임기자, 뒤셀도르프(독일)=국방부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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