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일자리가 사라진다니”···전장연이 다시 지하철로 나온 이유

김세훈 기자 2023. 9. 1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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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전 서울 중구 시청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연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현수막을 들고 있다. 김세훈 기자

동료지원가로 활동하는 중증장애인 문석영씨(31)는 지난해 3월부터 서울의 한 중증장애인지원센터에서 주 25시간을 일한다. 지체장애와 시각장애 1급을 앓고 있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문씨에게는 소중한 일자리다. 그러나 최근 “정부 지원이 끊겨 내년부터는 일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문씨는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지난 5일 서울지하철 1호선 시청역으로 나섰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은 지난 5일 서울 시청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2024년 예산안에 장애인권리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매주 월요일마다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23일 지하철 탑승 시위를 중단한 지 약 160일 만이다. 그간 전장연은 서울시·기획재정부에 대화를 촉구하며 지하철 탑승 시위를 유보해왔다.

문씨가 지원받은 중증장애인 지역취업 맞춤형 일자리 사업은 작년 23억원의 예산이 배정됐으나 올해는 전액 삭감됐다. 일자리를 잃을 처지에 놓인 중증장애인들은 한숨이 깊다. 경기도의 한 장애인자립지원센터에서 중증장애인 상담 활동을 하는 정해근씨(59)는 얼마전 회사로부터 “내년도 예산 지원이 없어지면 일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정씨가 주 15시간 일해 받은 월급은 70여만원. 여기에 장애 연금을 더한 100여만원으로 한 달을 산다.

정씨는 지난 9일 통화에서 “장애 연금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65세까지는 일을 계속하고 싶었는데 일한 지 2년도 안 돼 일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고 하니 걱정이 크다”며 “정부가 열심히 일하고 싶어하는 장애인이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장애인이동권 예산도 ‘제자리걸음’이다. 전장연은 특별교통수단으로 24시간 광역이동지원을 보장하려면 차량 1대당 2명 분의 인건비가 보장돼야 한다며 3350억원의 예산을 요구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차량 1대당 1명분의 인건비를 책정해 총 47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전장연은 정부가 중증장애인 예산을 늘렸다고 말하지만 체감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형숙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10일 “정부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복지예산을 12% 늘렸다고 자화자찬하지만 실제로는 거주시설 관련 예산이 350억 증가할 때 탈시설 예산 증가는 11억에 불과했다”며 “탈시설을 요구하는 유엔의 권고와 반대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전장연은 정부가 장애인의 재정 자율성을 높이겠다며 도입한 ‘장애인개인예산제’도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개인 예산제에 따로 예산을 편성한 게 아니라 기존의 활동지원예산을 개인지원 예산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사용할 수 있는 총액은 달라진 게 없다”며 “오히려 서울시는 활동지원예산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며 이를 삭감했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셈”이라고 했다.

박경석 전장연 공동상임대표는 “고용노동부도 특별교통수단 인건비 지원 조항을 담은 시행령을 내놨고, 종교계와의 만남에서도 증액 약속이 있었지만 기재부는 내부 지침을 이유로 예산을 주지 않았다”며 “헌법에 명시된 권리인 이동권 보장도 기재부는 무시할 수 있는 것이냐”고 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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