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 괴롭다…고문 받는 기분" '서현역 난동' 피의자의 편지

원다라 2023. 9. 1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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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으로 2명을 숨지게 하고 12명을 다치게 한 최원종(22)이 한 언론사에 "구치소 생활이 너무 힘들다"는 내용이 담긴 장문의 자필 편지를 보냈다.

최원종은 이 편지에서 "몇 달 전부터 지역주민들을 포함해 살고 활동하는 지역, 가게, 인터넷 커뮤니티, 게임 등 모든 곳에서 저를 향한 조직 스토킹이 시작됐다"며 "언제든지 살해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장 많은 스토커를 목격한 서현AK플라자 사람들을 죽이기로 생각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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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명 사상자 낸 서현역 사건 피의자
대인기피증·사회부적응 어려움 토로
"피해자분들 스토커였을 수도" 주장
전문가 "심신미약 인정 가능성 없다"
'분당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최원종이 지난달 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성남수정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으로 2명을 숨지게 하고 12명을 다치게 한 최원종(22)이 한 언론사에 "구치소 생활이 너무 힘들다"는 내용이 담긴 장문의 자필 편지를 보냈다. 최원종은 범행 동기로 "조직 스토킹으로 살해당할까 두려웠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최원종이 지난 1일 '피해를 입은 모든 분께 드리는 사과문'이라는 제목의 5장짜리 자필 편지를 보내왔다고 9일 보도했다.

최원종은 이 편지에서 "몇 달 전부터 지역주민들을 포함해 살고 활동하는 지역, 가게, 인터넷 커뮤니티, 게임 등 모든 곳에서 저를 향한 조직 스토킹이 시작됐다"며 "언제든지 살해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장 많은 스토커를 목격한 서현AK플라자 사람들을 죽이기로 생각했다"고 했다. 또 "피해자분들이 스토커였을 수도 있고 아니었을 수도 있다"며 "피해자분들을 스토커라고 의심하지 않고 전부 무고한 피해자라고 생각하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자신이 학창시절부터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중학교 시절부터 소심한 성격으로 대인관계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말이 잘 나오지 않고 사고가 흐려지며 심한 불안감을 느끼는 증상을 가지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사회 자체에 대해 증오심과 반발심을 갖게 됐다"며 "인터넷 커뮤니티로 세상과 소통하며 고립감을 해소했다"고 했다.

최원종은 "구치소에 한 달만 있었는데도 힘들고 괴롭다"며 "이런 생활을 앞으로 몇십 년 더 해야 할 것을 생각하면 정신이 무너지는 것 같고 고문을 받는 기분이다"고 적었다. 이같은 편지를 보내는 이유에 대해선 "저의 범행으로 흉기를 이용한 범죄가 증가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며 "사람들이 저의 반성문을 읽고 흉기를 이용하여 범죄를 저지를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 한 번 더 고민해 보고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고 김혜빈씨의 영정이 걸려 있다. 김씨는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 최원종(22)이 몰던 차량에 치인 피해자로 뇌사상태에 빠져 연명치료를 받다 전날(28일) 숨졌다. 뉴스1

전문가들은 최원종이 심신미약 감형 등을 노리고 이러한 반성문 형식의 편지를 썼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편지 내용에 대해 "어떤 내용을 적는 게 본인에게 유리한지 분명하게 알고 자기 방어를 분명하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승재현 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편지 내용으로 법원이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줄 가능성도 없고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종이 쓴 편지가 재판부에도 제출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최원종을 살인, 살인미수, 살인예비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최원종이 비록 망상 상태이긴 하나 상당한 학업능력을 갖췄고, 가상화폐·주식투자를 하거나 컴퓨터 프로그래밍 능력을 보유했다"며 범행 전 '심신미약 감경' 등 감형을 의도하는 내용을 인터넷으로 검색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심신미약 상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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