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韓·싱가포르 등 '교육열 톱' 국가들 학생부담 완화 노력"

경쟁 치열 아시아 국가들서 시험 스트레스 완화 시도
"사교육 규제 피하거나 학력저하에 시험 복귀 움직임도"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한국과 싱가포르, 중국 등 교육열이 높고 경쟁이 치열한 아시아 국가들이 최근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국가의 학교 시스템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경쟁적이며, 적극적인 접근 방식과 세계 최고 수준의 학업 성적으로 이름이 높다고 WSJ은 전했다.

하지만 동시에 학생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큰 시험에 합격하도록 압박을 받는 등 '스트레스 공장'이 되고 있다. 또 많은 경우 장시간의 숙제나 사교육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각국 정부가 경쟁을 억제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WSJ는 이러한 정책의 사례 중 하나로 한국 교육 당국이 대입 수학능력시험에서 초고난도 문제, 즉 '킬러 문항'을 배제하기로 한 것을 들었다.

싱가포르에서는 초등학교 1∼2학년생을 대상으로 모든 시험을 폐지하고 중학교에는 중간고사를 없앴다. 학생들이 공부를 즐거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시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다.

대만은 대입에서 시험 점수 비중을 줄이고자 학업 외적인 성취를 제출하도록 지원자들에게 요구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초·중학생들의 숙제와 과외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으로 과외 교습소를 금지하는 등 사교육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또 1∼2학년 학생들의 필기시험을 금지하고, 교사가 학부모들과의 채팅방에 시험 점수를 공개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명령했으며, 시험에서 교육과정 이상의 고난도 문제를 없앴다.

이들 국가는 이러한 교육 경쟁 완화 정책이 학생들의 학교생활에서의 불안감을 덜어주고 가정 경제의 부담을 줄이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WSJ은 짚었다.

부모들은 극도로 경쟁적인 교육환경이 사회 계층을 고착시킨다고 보고 있다. 부유한 가정에서는 자녀들을 일류학교에 보내기 위한 사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막대한 교육비 부담은 한국과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국가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WSJ은 "이들 국가의 교육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매우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이를 정비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높은 교육열 덕에 노동자 가정의 자녀들이 의사 등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었으며 그와 함께 나라 경제도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 때문에 학생과 부모들은 정부의 경쟁 완화 정책에도 여전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중국에서는 많은 부모가 자녀를 과외 교습소에 보내는 대신 집으로 방문하는 개인 과외선생을 고용함으로써 규제를 피하고 있다.

일부 싱가포르 학부모들은 정부가 중간고사를 폐지한 이후 자녀를 학원에 보내 모의 중간고사를 보도록 한다.

각국 정부 역시 지나치게 시험경쟁을 늦추는 것은 경계하고 있다. 학생들의 전반적인 학업 성취도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싱가포르에서는 1990년대 일본이 실시했던 '유토리(여유) 교육'을 실패 사례로 보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당시 일본은 학생의 자율성과 종합 인성을 중시하고 암기식 학습을 지양하면서 수업 시간을 축소했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등에서 최고 수준이던 성적이 급락하자 다시 '전국학력조사'를 도입하는 등 탈(脫) 유토리 교육으로 전환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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