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도 과로사하는 일본, 노동시간 더 긴 한국은?"

과로사, 일본어로 옥스포드 사전에 등재
1960년대부터 '과로사' 문제 떠오른 일본
대책 만들었지만 예외 두면서 효과 줄어
대기업 직원·정치인까지 과로사하는 상황
'민폐 끼치지 마' 사회 분위기도 과로 유발
국가-기업 중심 문화, 노동권 희생 당연시
노동시간 일본보다 긴 한국, 통계도 없어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김민하 시사평론가

◇ 채선아> 우리보다 한발 앞서 여러 사회문제를 겪은 일본이라는 오답노트를 들춰보는 시간, 김민하 시사평론가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민하> 안녕하세요.

◇ 채선아> 지난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근로 시간 개편을 언급했습니다. 주 52시간, 주 69시간, 이게 올해 초에 굉장히 뜨거운 논쟁이었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 김민하> 일단 일을 더 시키고 싶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한국의 노동자들에게. 그래서 (탄력적으로 하면) 최대 주 69시간도 될 수 있다는 건데, 기업들이 여러 가지 이미 있는 규제도 안 지키는 판에 정부의 의도대로 가겠느냐. '최대 69시간 하고 나머지는 모르겠다. 라고 되는 거 아니냐?'하는 우려가 있었죠. 그런데 당시에 또 갑자기 대통령이 '주 60시간만 해야 되는 거 아니야?'라고 얘기를 하면서 논의가 헝클어졌는데요. 준비가 없이 추진했던 거 아니냐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논의에서 얼마나 보완이 됐느냐에 대해 저는 부정적으로 봐서 여전히 걱정됩니다.

◇ 채선아> 실제로 어떤 개편안이 나올지 지켜봐야 할 것 같고요. 오늘은 과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올해 3월에 나온 최신 통계를 보니까 우리가 OECD 국가 중에서 노동시간이 2위더라고요. 그래서 과로 사회라는 말이 있는 건데, 우리나라 노동시간이 굉장히 길다는 건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 과로로 인한 사망, '과로사'라는 말이 일본에서 시작됐다는 건 처음 들어봐요.

◆ 김민하> '과로사'를 일본어로 읽으면 '가로시(karoshi/かろうし)'가 되는데요. 2002년에 옥스퍼드 사전에 고유명사로 등재가 됐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일본 말에서 온 거라고 볼 수 있는 건데 고유명사로 등재된 서양 문화권에는 '과로사'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이해가 안 된다는 거거든요. 일을 많이 해서 죽음에 이르렀다는 것에 대해서 이해를 못 하는 거예요. 그런 개념은 한국, 일본 그리고 대만 정도에 있다는 거라 상당히 특이한 일이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처음에 일본에서 문제가 됐던 건 1969년입니다. 일본에서 29살 신문 배급소 사원이 뇌졸중으로 갑자기 사망한 것에 대해서 뇌심혈관계 질환이 최초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게 된 거거든요. 이런 일이 자꾸 일어나니까 '과로사'라는 용어가 1978년에 등장했습니다. 장시간의 과중한 노동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의미로 의학계 일각에서 사용되기 시작했고 계속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니까 일을 많이 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 거 아니겠느냐는 가설을 세우고 접근하면서 이름이 붙은 거거든요.

근데 그때만 해도 일본 정부 그리고 주류 의학계는 과로한다고 해서 사람이 죽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어요. 그리고 그때는 일본의 노동조합도 과로사에 대해서 잘 몰랐어요. 일종의 해프닝성 논란이 아니냐고 생각하던 때도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과로사가 심각한 문제라는 게 이제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 된 거죠.

◇ 채선아> 그럼 과로사가 단순 해프닝 취급을 넘어서 사회적 문제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인가요?

◆ 김민하> 과로사로 사망하신 분들이나 사례를 생각해 보면 정부라든가 연구기관 의학계에서는 이 원인에 대해서 왈가왈부 할 수 있지만 가족들은 대개 알잖아요. 이분이 평소에 건강했는데 지병이 있다고 해도 큰 문제가 아니었는데 일을 과도하게 하다 보니까 돌아가시더라는 걸 느끼게 되고, 그런 분들의 요구를 사회적으로 대변해 주는 사회운동 단체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1987년부터는 정부가 공식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사실상 과로사가 사회적으로 인정받게 된 계기라고 볼 수가 있겠는데요. 그런데 과로사 사회적 문제라고 1980년대 후반에 얘기했으면 여러 가지 대책을 통해서 줄어들었어야 했잖아요.

◇ 채선아> 그렇죠.

◆ 김민하> 그렇지 않습니다. 계속 늘어나게 됐고 사회적 문제가 계속되고 있고요. 우리나라의 경우도 1990년도에 처음으로 신문에 '과로사'라는 용어가 등장했고 1993년 5월에 노동부의 뇌심혈관 질환의 업무상 질병 인증 기준이 처음으로 도입되는 상황이 됐어요. 1993년 10월에 전문가 단체도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문제가 시원하게 해결된 건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가 여러모로 일본에 비해서 뒤처지고 있는데 또 일본의 어려웠던 점들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 채선아> 일본과 우리나라의 '과로사' 단어가 시작된 그 시점을 비교해 보면 10여 년 차이가 나는 건데 일본은 여전히 해결을 못 하고 있고 우리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 그 지점을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 일본에서는 어떤 사례들이 있었나요?

◆ 김민하> '과로사' 사례를 살펴보면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예로 들기가 어려울 정도인데요. 2013년에 NHK 소속의 기자가 한 달 동안 최소 159시간 잔업을 했다고 합니다. 이때 선거도 있어서 거의 집에 안 가고 일을 하다 보니까 울혈성 심부전으로 숨지는 사건이 일어난 거죠.

◇ 채선아> 원래 업무시간 외에 추가근무 시간이 한 달에 159시간이었다는 거죠?

◆ 김민하> 그렇습니다. 거의 모든 직종에서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난다 라고 볼 수가 있는 거고요. 대기업,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습니다. 2020년에 일본 총무성 통계가 있습니다. 2019년 4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월 240시간의 근무 제한, 법정 노동시간 하루 8시간, 월 160시간의 잔업 상한 시간이 있거든요. 다 합쳐서 240시간이 되는 건데 이것을 넘겨서 일한 근로자가 임원을 제외하고 월평균 295만 명, 전체 노동자의 약 5% 정도 된다고 합니다. 이것만 해도 어마어마한 건데 이것에 미달하는 아슬아슬한 노동자도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런 것까지 포함하면 그야말로 과중한 노동이 일반화돼 있는 사회라고 볼 수 있겠고요. 불법 초과 근무를 한 40%가량은 종업원 100명 이상의 대기업 직원이기 때문에 어떤 직종의 문제 또는 어떤 회사의 규모를 가리지 않는 상황이다. 라는 점이 통계로 드러나는 거죠.

◇ 채선아> 대기업이라고 과로 안 하는 건 아니란 사실은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잖아요.

◆ 김민하> 우리도 대기업 다닌다고 휴가를 마음껏 쓰지 않잖아요. 이 통계를 자세히 보면 한 달에 초과 근무 시간이 100시간이 넘어서 '과로사 라인'이라는 게 있어요. 여기서부터 과로사할 수 있는 기준이라는 건데 여기에 도달한 근로자가 월평균 170만 명, 그다음에 영국 BBC 보도를 보면 2018년 기준 연차를 모두 쓴 일본 직장인 비율이 50%를 넘기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건데 1년에 단 하루도 연차를 못 쓰거나 하루, 이틀 정도 쓰는 경우가 대다수란 얘기입니다.

◇ 채선아> 1년에 하루 이틀요?

◆ 김민하> 그렇죠. 거의 연차를 못 쓰는 거죠. 이런 사례가 일반화돼 있다고 일본이 얼마나 일을 많이 했냐면 심지어 총리까지 과로사했을 정도입니다. 일본 총리는 우리나라로 치면 대통령과 같은 국가수반인데, 대표적인 사례가 2000년도에 사망한 오부치 게이조 총리입니다. 총리를 하기 전부터 심장이 안 좋았는데 총리가 된 이후에 계속 사람들 만나고 일을 하면서 건강이 악화가 된 거예요. 그런데 2000년 4월에 당시 자유당 소속이었던 오자와 이치로라는 정치인이 있었습니다. 자유당 당수였는데 원래는 자민당 소속이에요. 자민당이 여러모로 안 좋을 때 탈당해서 살림을 다 따로 꾸린 사람입니다. 이때 자민당이 어려워서 우리 연립정부를 구성하자 여기는 내각제니까 연립정부라는 개념이 있잖아요. 합의하기 직전까지 갔는데 오자와 이치로가 "나는 연립정부를 안 하겠다"라고 발표해요. 굉장한 충격이었습니다. 오부치 게이조 입장에서는.

◇ 채선아> 배신인가요?

◆ 김민하> 그렇죠. 나는 될 걸로 알았는데 깨졌다는 것에 대한 엄청난 충격을 받아서 경색된 표정으로 관저로 복귀했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관저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돼서 사망한 사례거든요. 그러니까 어떤 기준으로 보면 과로사죠.

◇ 채선아> 스트레스도 더해지고요.

◆ 김민하> 그리고 1980년에 오히라 마사요시 총리의 사례도 있습니다. 이때는 선거를 앞두고 연설하다가 급성 부정맥 때문에 쓰러졌는데 깨어났거든요. 근데 자민당 내에 이제 오히라 총리를 반대했던 파벌에서 '건강하지 않기 때문에 총리직 수행이 어렵다. 특히 해외에 나가서 회의에 참석해야 하므로 물러나는 게 좋다'라는 주장을 하기 시작했고 더군다나 파벌이 있지 않습니까? 자민당에는 오히라 마사요시가 소속한 파벌에 있는 의원들까지 가담해서 물러나라 하는 바람에 굉장히 화가 났겠죠. 그러다가 부정맥으로 쓰러지고 심근경색에 의한 심부전으로 사망했습니다.

◇ 채선아> 정말 과로네요.

◆ 김민하> 총리가 2명이나 사망했다는 건 심지어 정치인들도 보통 수준의 일을 하고 있지 않은 걸 보여주는 거죠.

◇ 채선아> 게다가 몸에 무리가 온 상태에서 또 공격하는 의원들까지 있으니 병이 안 생길 수가 없을 것 같은데 이외에도 과로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이 셀 거 아니에요.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자살 사례도 있지 않나요?  

◆ 김민하> 굉장히 많습니다. 과로로 인해서 정신적인 질병을 앓게 되어 자살로 이어졌다는 논리로 보면 이것도 과로사인 거고요. 과로로 인한 자살, 과로 우울증, 이렇게 불리기도 합니다. 굉장히 많은 사례가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 최대 광고회사 덴츠에서 직원이 사망한 사건입니다. 덴츠라는 회사는 세계 5위에 속해요.

◇ 채선아> 세계 5위요? 일본에서 5위가 아니라?

◆ 김민하> 그렇습니다. 일본에서는 당연히 1위인 것이고요. 엄청나게 큰 회사고 일본 모든 광고 회사의 정점에 서 있고 언론을 지배하는 회사다. 이렇게도 불립니다. 여기서 직원이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고 과로사에 의한 우울증 때문에 자살한 사례로 조사됐거든요. 그런데 회사 측은 본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지 과로사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대법원이 '아니다. 만성적이고 과도한 업무로 인한 우울증의 결과이기 때문에 회사에 책임이 있다'고 판결을 한 겁니다.

1991년 사건에 대해 2000년도에 대법원 판결이 났으니까 이후에 좀 상황이 개선됐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2015년에 덴츠에 똑같은 사건이 또 발생해서 논란이 됐던 겁니다. 2015년에 입사한 신입사원이었어요. 다카하시 마쓰리라는 사람인데 사택에서 뛰어내려서 사망했는데 사망하기 1개월 전에 한 달에 105시간 그리고 10월에는 130시간에 달하는 초과 근무를 했다고 보도 됐고요. 53시간 동안 연속으로 회사에 있었다고 합니다.

◇ 채선아> 그럼 연속으로 며칠 있었던 거네요?

◆ 김민하> 그렇죠. 3일 가까이 회사에 있었던 상황이 되는 건데요. 앞서 덴츠에 과로사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달에 잔업을 100시간 넘게 하는 관행이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게 드러난 것이고 장시간 근로 관행이 개선되지 않은 기업이니까 이 기업은 '블랙 기업'이라고 지정됩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2016년 10월 달에 블랙 기업 리스트를 따로 만들게 되는데 덴츠가 이름을 올리면서 상당한 사회적 문제가 되거든요. 아베 신조 정권 당시에 경제 정책의 일환으로서 기업을 압박했어요. '임금도 올려줘야 된다. 일도 많이 시키면 안 된다' 이렇게 기업을 압박하는 정책을 할 때 덴츠가 타겟이 돼서 과로사 방지법이라든가 일하는 방식 개혁의 의제로 이어지기도 했던 거죠.

◇ 채선아> 얘기를 들을수록 비참한데 말 그대로 일을 많이 해서 죽는 사례가 많았다는 거잖아요. 일본에서 과로 문제가 특별히 심각한 이유가 있을까요?

◆ 김민하> 첫째로 사회문화적 측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집단주의적 안정지향적 문화가 팽배하잖아요. 내가 쉬면 남에게는 민폐다. 이런 개념이 있어요.

◇ 채선아> 내 일을 누군가 대신해야 하니까요.

◆ 김민하> 코로나19 때를 생각해 보면 감기 증상이 있으면 무조건 쉬어라. 우리도 많이 했던 얘기잖아요. 일본의 경우에는 회사 다니다가 감기 걸렸다고 하면, 내가 감기 걸린 건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회사의 지배적인 분위기가 '그러게 몸 관리 잘했어야지 왜 병에 걸리고 그래? 민폐를 끼치는 일이야'라는 거예요. 코로나19 초기에 이게 굉장히 문제가 됐다는 보도가 나왔고요. 과로에 의해 우울증을 경험하게 되더라도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병원 진단을 받지 않거나 또는 마지막까지 참다가 결국에 병원에 가는 사례, 병원 치료 과정에서 자살하는 경우도 많아서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참는 문화는 상황을 악화시킨다. 라고 보는 측면이 있는 것 같고요.

◇ 채선아> 두 번째 이유는요?

◆ 김민하> 두 번째로 경제적 측면이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에는 '호송선단 방식'이라고 해서 국가가 금융과 같이 재벌을 밀어주는 형태로 고도성장을 추진해 온 역사가 있습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재벌(chaebol)이 옥스포드 사전에 한국어로 등재돼 있다고 알고 있지 않습니까? 실제 그렇긴 한데 한국의 재벌이란 말은 어디서 왔냐면 일본어가 원조예요.

2차 대전을 일으킨 기업들이 당시에 '자이바츠'라고 해서, 재벌을 일본어로 읽으면 자이바츠(zaibatsu/ざいばつ)거든요. 2차 대전 당시 기업 결합 구조를 '자이바츠'라고 했는데 미군정 때 다 해체됐습니다. 재벌이라는 개념에서 중요한 건 기업은 국가를 위해서 경제를 발전시키고 국가는 금융이란 수단을 통해서 기업을 밀어주고 기업에 소속돼 있는 노동자들은 기업을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 또 일을 하는 거죠.

◇ 채선아> 국가를 위한 하나의 팀인 거네요.

◆ 김민하> 그렇죠. 이런 개념이 일본 기업의 문화의 근본을 이루고 있고, 지금은 많이 없어졌지만 일본은 완전 고용 문화가 있었는데 이것까지 포함해서 보면 노동자가 회사와 자기의 존재를 분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 되고요. 왜냐하면 회식에서 업무 평가를 하거든요. 또 초과근무를 해도 안 한 것처럼 장부를 조작한다든지 나는 자의로 나와서 일을 한 것이라고 조작한다든지 이런 사례가 비일비재하고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 채선아> 그래서 일본에서는 어떤 대책을 내놨는지도 궁금해요.

◆ 김민하> 계속 심각해지다 보니까 법을 만들게 됩니다. 일본 민주당 정권이었던 2008년부터 기본적인 작업이 진행됐고 이후 자민당 정권에서 과로사 방지 대책법이 제정됐는데요. 과로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 그리고 사측의 책임을 명확히 했다는 의의는 있는데 노동시간의 규제가 명목상으로만 존재하고 잘 지켜지지 않는 미비점이 있다는 지적도 같이 받고 있습니다. 2018년도에 일하는 방식 개혁을 통한 노동기준법을 비롯한 8개 법률 개정을 했는데 노동시간이라든가 노동시간의 상한 등을 명시한 법안의 개정이었거든요.

그런데 논란이 되는 게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라는 게 있습니다. 연봉 1,075만 엔 이상 전문직 종사자 중에 몇 가지 요건을 채우는 경우가 아니라면 근로 시간 규제는 예외다. 그러니까 돈 많이 버는 전문직의 경우에는 일을 더 많이 해도 상관없다. 라는 내용이거든요. 앞서 덴츠 같은 사례를 막을 수 있는 거냐는 논란이 벌어져서 이것도 충분치 않다, 오히려 과로사 문제는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평가가 대다수인 거죠.

◇ 채선아> 이런 식으로 예외를 만들면 법을 만드는 게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은데 우리나라 상황도 좀 짚어보고 싶어요.

◆ 김민하> 우리나라의 문제는 뭐냐면 과로사의 정확한 통계조차 없습니다.

◇ 채선아> 일본에 있었잖아요?

◆ 김민하> 그렇죠. 앞서 1987년 이후부터 만들었다고 했지 않습니까? 지난해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과로사 한 노동자가 2,500명이 넘는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냈는데 이것도 다른 자료를 계산해서 추론한 겁니다. 관련 기관들이 집계하고 있는 업무상 재해 인정자 중에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다 더해서 산재 사고 사망자 중에 한 60% 정도가 과로사겠구나 추정한 거거든요. 우리는 정식 통계조차도 없는 거예요. 통계가 없는데 대책이 제대로 나오겠습니까? 아직 우리는 일본보다도 갈 길이 훨씬 먼데 가는 길에 일본의 오답 노트를 또 반복하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점을 알 수 있는 사례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채선아> 제대로 된 자료부터 만들면 좋겠고 근로 시간 규제가 있어도 예외를 만들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일본의 사례에서 우리가 봤으니까 우리 정부도 참고해야 할 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까지 김민하 시사평론가와 함께 일본의 과로사 문제 짚어봤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민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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