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대일로 탈퇴하려는 이탈리아에 ‘구애’…G20서 양국 총리 회담

이종섭 기자 2023. 9. 1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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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인도를 방문한 리창 중국 총리(오른쪽)가 9일(현지시간) 뉴델리에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리창(李强) 중국 총리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별도 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 안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국은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이탈리아가 사업 참여를 중단할 움직임을 보이자 최근 만류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멜로니 총리는 리창 총리에게 일대일로 사업 탈퇴 계획을 직접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교부는 리 총리가 9일(현지시간)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 뉴델리에서 멜로니 총리를 만나 “건전하고 안정적인 중국과 이탈리아 관계는 양국 공동이익에 부함하며 양국의 더 나은 발전을 위한 요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이어 “내년 양국의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 수립 20주년을 계기로 대화와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함께 발전과 번영을 촉진하기를 희망한다”면서 “양측이 협력 메커니즘을 잘 활용해 협력 수준을 향상시기킬 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멜로니 총리는 “중국과 양자간 틀에서 교류와 대화를 강화하고 양국 협력을 심화하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중국 외교부가 발표한 이날 회담 내용에는 일대일로와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하지만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이날 회담에 앞서 “중국 측이 대면 회담을 요청했다”면서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이탈리아가 탈퇴하지 않도록 설득하기 위한 마지막 시도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탈리아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유일한 G7 국가다. 하지만 2019년 사업 참여 이후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 속에 사업 참여 지속 여부를 저울질 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사업 5년 차인 올해 12월22일까지 사업 갱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결정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최근에는 이탈리아가 사업 탈퇴로 가닥을 잡고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탈리아의 사업 탈퇴는 올해 일대일로 10주년을 맞아 다음달 국제협력 정상포럼을 준비하는 등 다시 일대일로 띄우기에 나서고 있는 중국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왕이(王毅) 중국 공산장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4일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회담을 가진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왕 부장은 당시 회담에서 양국의 일대일로 협력 성과를 강조하며 “중국은 이탈리아와 함께 개방과 상생을 견지하며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가 더 큰 발전을 실현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로이터통신은 10일 이탈리아 매체를 인용해 멜로니 총리가 리창 총리와 회담하며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탈퇴 계획을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멜로니 총리는 일대일로에서 탈퇴하더라도 중국과의 경제 협력 증진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은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리 총리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도 회담을 하고 중국과 유럽 관계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리 총리는 이 자리에서 “중국과 유럽 관계의 주류는 협력이고 본질은 상호 이익”이라며 “다극화된 세계의 양대 세력이자 세계 발전의 양대 엔진으로서 중국과 유럽은 더욱 단결하고 협력해야 하며, 관계의 안정성을 통해 세계 정세의 불확실성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또 이날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는 개혁개방 확대 의지를 밝히며 “중국의 밝은 발전 전망이 세계 경제 회복과 지속 가능한 발전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 넣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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