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바둑의 ‘천재 소녀’ 나카무라, 한국기원에 객원기사 신청

나카무라 스미레 3단. 한국기원 제공

일본 바둑계가 자랑하는 ‘천재 소녀’ 나카무라 스미레 3단(14)이 한국에서 프로기사 활동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바둑계 소식에 따르면 나카무라는 최근 한국기원에 객원기사 신청서를 공식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프로기사협회는 13일 열리는 대의원 회의에서 나카무라의 객원기사 활동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대의원 회의에서 승인되면 한국기원에 정식 안건으로 제출되고, 한국기원은 운영위원회와 이사회를 거쳐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다만, 지금껏 프로기사협회에서 제출한 안건이 이사회에서 거부당한 적이 거의 없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나카무라의 객원기사 활동 여부는 대의원 회의에서 사실상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어린 나이에도 출중한 기량을 보이고 있는 나카무라는 3살 때 처음으로 바둑을 배운 뒤 2015년 한국으로 건너와 4년 가까이 바둑 공부를 했다. 나카무라가 한국에서 열리는 어린이 바둑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내자 이에 고무된 일본기원은 2019년 4월 영재 특별전형으로 입단시켰다. 만 10세 입단은 일본기원 역사상 최연소였다. 나카무라는 올해 2월 열린 여자기성전에서 우승,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까지 세웠다. 나카무라는 이번 시즌 한국여자바둑리그에서 순천만국가정원 팀 소속 외국인 기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나카무라가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활동을 하려하는 이유는 국제 경쟁력이 크게 약해진 일본 바둑계의 현실과도 연관이 있다. 최근 한국과 중국이 세계대회에 큰 신경을 쏟음과 동시에 세계 바둑이 추구하는 흐름에 적응하려고 하는 것과는 달리, 일본은 세계대회보다 국내대회에 집중하는 경향이 짙다. 국내대회 상금 규모가 어지간한 세계대회보다 커 일본 기사들이 굳이 세계대회에 힘을 기울일 이유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한국기원에는 알렉산더 디너스타인 3단과 스베틀라나 쉭시나 3단(이상 러시아)이 객원기사로 등록되어 있다. 나카무라가 내년부터 한국기원의 객원기사로 나서게 되면 두살 더 많은 ‘한국의 천재 소녀’ 김은지 6단(16)과도 좋은 라이벌 구도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