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무게’ 들어 올려 장애 극복한다···울산 동구청 ‘돌고래 역도단’

백승목 기자 2023. 9. 1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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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구청 돌고래역도단이 지난 6일 전하체육센터 1층 역도 훈련장에서 화이팅을 외치며 전국대회 금메달 석권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왼쪽부터 김현숙, 김형락, 임권일,(중간 앞쪽), 강원호(중간 뒤쪽), 정봉중 선수)/울산 동구 제공

‘돌고래 역도단’에서는 금메달 리스트가 특별하지 않다. ‘한국 신기록’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내세울 만하다.

장애인 선수들로 구성된 울산 동구청 소속 ‘돌고래 역도단’은 창립 10주년을 맞은 올해 경기도지사기 전국역도대회와 제22회 전국장애인역도선수권대회 등 두 차례 전국 단위 대회에서 선수 5명이 29개의 금메달을 땄다.

14개의 금메달을 딴 경기도지사기 역도대회에서 강원호·김형락 선수는 한국 신기록을 세웠고, 전국장애인역도선수권대회에서는 선수들이 ‘금메달 3관왕’을 차지했다. 이는 체급별 종목에서 금메달을 ‘싹쓸이’했다는 의미다. 이 대회에서 역도단은 15개의 ‘금’을 목에 걸었다.

지난 6일 동구 전하체육센터 1층 역도 훈련장에서 임권일(31·85㎏급)·김형락(26·110㎏급)·강원호(24·92㎏급) 등 지적장애인 선수와 김현숙(27·45㎏급)·정봉중(22·54㎏급) 등 지체장애인 선수를 만났다.

사무실과 훈련장의 장식장은 금메달과 상패로 가득 채워져 있다. 선수들에게 전국 대회에서 다른 팀의 추격을 불허하는 비법을 물었다.

우수한 성적은 비장애인 실업팀과 같은 강도 높은 훈련에서 나온다고 했다. 오전에 기초체력 훈련을 2시간하고, 오후에는 특기 종목 훈련을 이어서 3시간 소화한다.

돌고래역도단 강원호 선수가 지난 6일 울산동구 전하체육센터 역도훈련장에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리트핑 자세를 살피며 훈련하고 있다./울산동구 제공

장애인 역도대회는 장애 유형과 성별, 몸무게에 따라 각각 10개의 체급으로 나뉜다. 종목은 지적장애의 경우 스쿼트·데드리프트와 두 종목의 합계 등 3개이고, 지체장애는 파워리프팅·웨이트리프팅과 두 종목의 합계 등 3개이다.

강원호 선수는 “스쿼트 종목이 제일 자신있다”며 “더 나은 기록을 내기 위해 매일 매일 자신과 싸운다”고 말했다. 김형락 선수는 “데드리프트가 제일 적합한 종목”이라면서 “성적이 부진할 땐 마음이 편치 않지만 그걸 극복해냈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고 했다.

김현숙 선수는 “충북에서 현역 선수로 뛰고 있는 신윤기 선배님을 가장 존경한다”며 “같은 여성 선수이고, 50대에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닮고 싶다”고 말했다. 어머니 권유로 역도를 시작한 임권일 선수는 “각종 대회에서 기록을 경신하는 재미가 너무 좋다”고 했다.

매사 신중한 편이라는 정봉중 선수는 “파워리프팅에서 매우 중요한 정지 동작만 훈련 시간의 상당 부분을 할애한다”고 말했다.

역도단은 최소 8년, 최장 20년째 현역인 울산 출신 베테랑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막내 정봉중 선수부터 나이가 제일 많은 임권일 선수까지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그저 좋아서 한다”고 입을 모았다.

돌고래역도단 김형락 선수가 지난 6일 울산동구 전하체육센터내 역도훈련장에서 리프팅 동작에 들어가기 전 잠시 호홉고르기를 하고 있다./울산동구 제공

돌고래 역도단은 세계대회도 석권 중이다. 임권호 선수는 2019년 아랍에미리트 ‘스페셜올림픽’에서 3관왕, 올해 6월 독일에서 열린 대회에서 강원호·김형락 선수가 3관왕을 달성했다. 전 세계 지적·발달장애인의 스포츠제전인 스페셜올림픽은 4년마다 개최된다.

훈련하는 동안 선수들의 눈빛은 매서웠지만, 휴식 시간이 되자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됐다.

역도단의 황희동 감독(52)·최진옥 코치(41)는 선수들의 무한한 신뢰를 받고 있다. 선수 대부분은 초·중학교 시절부터 황 감독의 지도와 진로 상담을 받으며 성장했다. 이 같은 팀워크가 경쟁력이기도 하다.

10년 넘게 국가대표였던 황 감독은 역도단이 창립한 2014년부터 선수들과 함께하고 있다. 창립 당시 김종훈 동구청장(현재 재선)은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장애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자는 뜻을 담아 실업팀 역도단을 만들었다.

황 감독은 “초창기 훈련장이 없어 역도부가 있는 고교 훈련장을 빌려 쓴 적도 있다”면서 “지금은 선수들 모두가 좋은 환경에서 별도의 지도·감독 없이도 훈련준비부터 마감까지 척척 알아서 하는 ‘엘리트’들이 됐다”고 말했다.

최진옥 코치는 ‘큰누님’ 또는 ‘큰언니’ 같은 존재다. 선수들의 몸과 심리 상태를 점검하는 것은 물론 훈련을 마치고 안전하게 귀가할 때까지 신경을 쓴다. 그는 “심리에 따라 기복이 큰 선수의 고민과 불안을 섬세하게 챙기고 안정을 유하게 하는 것이 나의 일”이라고 말했다.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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