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피하다 일가족 추락' 아파트에 '경량 칸막이' 없어…대피 불가능했던 듯

▲ 10일 오전 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부산의 한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소방당국 등 관계기관이 사고 원인을 조사하기 위한 합동감식을 벌이고 있다. 전날 이 아파트 7층에서는 일가족 3명이 화염을 피해 베란다로 대피했다가 떨어져 2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연합뉴스

부산 부산진구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 불길을 피하려던 일가족 3명이 발코니에 매달렸다가 추락해 2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친 사고와 관련 해당 아파트에 피난시설인 ‘경량 칸막이’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9일 오후 4시 18분쯤 A(45)씨, 아들(4), A씨 장모(57)는 불이 난 아파트에서 현관문으로 나가지 못해 발코니로 피신해 창틀에 매달렸다가 추락해 A씨와 장모는 숨지고 아들만 생명을 건진 상태다.

10일 부산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는 고층 건물 화재 시 발코니를 피난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주택법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노후 아파트로 확인됐다.

해당 아파트의 준공 시점은 31년 전인 1992년 2월로, 주택법상 경량 칸막이 등 피난시설 구비 규정이 신설된 1992년 7월보다 빨랐다.

더군다나 통상 주택법 적용은 아파트 건축 협의 시점부터 적용된다.

 

 

▲ 지난 9일 오후 4시 18분쯤 부산 부산진구 한 아파트 7층에서 불이 나 거주자 1명이 숨지고 2명은 크게 다쳐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은 이날 화재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이 아파트의 건축 협의는 주택법 관련 규정이 신설된 시기보다 훨씬 이른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경량 칸막이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었다.

얇은 두께의 석고보드나 합판으로 제작된 벽인 경량 칸막이는 비상 대피 시 발로 차는 등의 충격만으로도 파괴할 수 있어 옆집으로 대피할 수 있는 피난시설이다.

2016년 2월엔 부산 해운대구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잠을 자던 일가족 3명이 발코니 경량 칸막이를 부수고 탈출해 목숨을 건지기도 했다.

경량 칸막이가 없는 7층 아파트 발코니에서 A씨 등 일가족 3명이 사실상 대피할 수 있는 수단은 없었던 셈이었다.

해당 아파트엔 자동화재탐지설비는 설치돼 있었으나 정상 작동 여부는 현재 소방과 경찰이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