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규모 늘렸다는데…은행 공채의 '그림자'

이경남 2023. 9. 10. 15: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5대 은행, 올해 약 2400명 공개채용
채용규모 다시 늘었지만…줄어드는 '신입' 자리
2018년 은행 채용비리 결정타…검증된 경력 선호 가속

올해 하반기 은행권이 본격적인 채용을 시작했다.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를 대폭 늘리면서 청년 취업난 해소를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전체적인 채용규모는 늘린 것이 분명하지만 어두운 측면도 있다.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딛기 시작한 '신입' 행원의 규모는 좀처럼 늘리지 않으면서다. 

은행들은 신입 행원 규모를 늘리지 못하는 데에는 은행업 환경 변화와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난 2018년 본격적으로 불거진 은행권 채용비리 이후 논란을 최소화하고 검증된 인원만 선발하려는 풍토가 자리잡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5대 시중은행 채용규모 추이. /그래프=김용민 기자 kym5380@

다시 열리는 은행권 취업 문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올해 약 2200명 가량을 채용할 예정이다. 이중 절반 가량은 올해 상반기 채용을 통해 채워졌으며 나머지는 하반기 공개채용을 통해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18년 정점을 찍고 점차 줄어들던 채용규모는 올해는 회복된 모습이다. 각 은행 채용 계획을 살펴보면 지난 2017년 5대 시중은행은 2153명을 채용했고 2018년에는 3121명을 채용하며 정점을 찍었다. 그랬던 것이 2019년 2301명, 2020년 1077명, 2021년 1248명, 2022년 1662명으로 2018년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

은행권은 올해 채용규모를 전년대비 35%가량 확대하면서 청년 취업난 해소에 앞장선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대유행과 은행업의 디지털화로 인해 대면 영업이 줄어든 만큼 채용 규모를 확대할 필요는 없지만 은행의 사회적 역할을 다하겠다는 얘기다.

은행 관계자는 "필요인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최근 청년 취업난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만큼 은행권이 나설 필요가 있다고 보고 규모를 늘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늘어난 채용규모 속 착시효과

은행들이 채용 규모를 전년 대비 확대한다고는 하지만 착시효과도 분명히 있다. 바로 '신입' 행원 채용 규모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8년까지만 하더라도 은행들의 상·하반기 공개채용 계획을 살펴보면 신입직원과 경력직 행원의 채용 비율은 신입직원이 약 70%, 경력직 직원이 30%가량으로 신입직원의 비율이 더 높았다.

반면 2019년 들어서는 점점 신입행원의 채용 규모가 줄어들더니 올해는 일부 은행의 경우 100명도 채 되지 않는 신입직원을 채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경력직 우대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한 은행 인사부서 관계자는 "과거 전체 인력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영업점 필요 인력이 은행업 디지털화로 인한 점포 통폐합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반면 디지털 부서의 경우 은행은 상대적으로 전문 인력이 적다보니 계속 경력직 채용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입행원 채용 규모 축소의 숨겨진 이유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신입행원 채용 규모를 줄이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 대유행, 은행업의 디지털화 영향도 있지만 지난 2018년 본격적으로 불거진 은행권 대규모 채용비리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17년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우리은행에서 대규모 채용비리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고 이어 KB국민, 신한, 하나은행 등 주요 은행에서 모두 채용비리가 있었다는 사실이 적발됐다. 

이후 은행들은 채용 절차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기관의 검증, 블라인드 채용 등 채용과정을 최대한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은행업 환경변화와 함께 이러한 과정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신입행원을 채용하는 규모가 줄었다는게 은행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양한 수단 도입에도 불구, 능력 검증이 어려워진 신입행원을 채용하기 보다 이미 경험이 있는 인력을 뽑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 한 관계자는 "채용비리로 인해 도입된 시스템들이 신입행원들의 사전 능력을 확실하게 검증하는 것이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며 "채용비리라는 은행의 흑역사가 신입행원 채용을 줄이는 요인중 하나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