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부러진 ‘녹색 사다리’···국내 매출 반 토막 ‘도산 위기’ 태양광

박상영 기자 2023. 9. 1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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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 자라도에 위치한 24㎿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신안군 제공.

한화큐셀(한화솔루션의 태양광 부문)은 최근 국내 태양광 수요가 부진하자 충북 음성공장의 태양광 모듈 생산량을 축소했다. 음성공장은 진천공장과 더불어 이 회사가 운영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태양광 제품 생산시설이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사업환경 변화로 생산량을 일부 축소한 것”이라며 “추가적인 생산량 조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생산 감축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어느 정도 예견됐다. 정부가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사업 전반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면서다. 한화솔루션의 올해 반기보고서를 보면 한화큐셀의 1~6월 내수 매출액은 12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838억원)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

반면 올해 상반기 한화큐셀의 수출액은 9066억원에서 1조3765억원으로 1.5배 늘었다. 대미 수출뿐 아니라 미국 현지 사업이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한화큐셀은 지난달부터 미국 조지아주 돌튼공장에서 늘어난 수요를 맞추기 위해 애초 계획보다 4개월가량 앞당겨 제품을 생산 중이다.

2019년부터 돌튼에서 1.7기가와트(GW) 규모의 태양광 모듈 공장을 운영 중인 한화큐셀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현지 정부의 강력한 지원 정책에 힘입어 생산 규모를 순차적으로 늘려 5.1GW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원자력발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국내 태양광 산업이 빠르게 침체하고 있다. 10일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올해 국내 태양광 신규 설비 규모는 전년 대비 약 17% 감소한 2.5GW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광 신규 설비는 2020년 4.12GW로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해외 사업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이런 여력이 없는 중소·중견기업들은 그야말로 존폐 기로에 서있다. 중견기업인 신성이엔지는 최근 태양광 모듈 생산량을 축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573억원에 달했던 태양광 제품 국내 매출액은 올해 상반기 318억원으로 줄었다. 신성이엔지 관계자는 “국내 태양광 시장이 위축되다보니 지난해부터 가동률이 50% 이하로 줄었다”며 “대안으로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중에 태양광 산업에 부정적인 정부의 정책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월 ‘소형태양광 고정가격계약 제도’ 종료가 대표적이다. 이 제도는 소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자의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20년간 고정가격으로 계약을 맺는 정책이다. 그간 수익성 보장을 기반으로 태양광 산업이 국내에 빠르게 정착하는데 기여했다.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사업 예산은 해마다 줄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 산업통상자원부 예산안을 보면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재생에너지 지원’ 항목 예산은 6054억원으로 올해(1조490억원)보다 42.3% 감소했다. 2022년 예산(1조2657억원)에 비해서는 52.2% 줄었다.

세부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이나 관련 설비를 제작하는 사업자에 필요한 자금을 융자하는 사업 예산이 올해에 비해 27.5% 삭감됐다. 주택이나 건물 등에 신재생에너지 설비 설치를 직접 지원하는 사업은 35.4%, 청정에너지원을 사용해 생산하는 전력을 우선 구매하는 사업은 65.1% 깎였다.

국내 재생에너지 정책은 빠르게 후퇴하고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대외적으로 탄소 중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대한민국은 기후변화에 취약한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녹색 사다리’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며 “녹색기후기금(GCF)에 3억 달러를 추가로 공여해 개도국들의 기후변화 적응과 온실가스 감축을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이는 우리나라 역대 최대 규모일 뿐 아니라 공여 의무가 없는 국가 중 가장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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