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6936명 '극단적 선택'...작년 상반기보다 8.8%↑
"최근 8년간 자살사망자 중 30%는 가족 자살 경험"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올해 상반기에만 70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8.8% 늘어난 것으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유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사회적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드러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자살예방의 날인 10일 한국생명존중재단에 따르면 올해 1~6월 자살 사망자는 6936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6375명)보다 8.8% 증가했다. 월별로는 1월 976명, 2월 1049명, 3월 1249명, 4월 1154명, 5월 1279명, 6월 1229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화영 순천향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재난 시기에는 모두가 함께 힘들다 보니 동료애와 같은 감정을 공유하면서 자살률이 높지 않지만, 재난이 끝나고 사회적 제약이 풀리면서 취약계층이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며 "코로나19 이후 자살률이 올라갈 것이란 예측은 계속 나왔었다"고 말했다.
연령을 기준으로 보면 40∼60대 자살 사망자가 전체의 절반 이상(54.2%)을 차지했다.
50대(1382명)는 전체 자살 사망자 5명 중 1명꼴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았다. 이중 남성은 75.7%(1046명)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교수는 "자살의 원인에 경제적인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 중장년층에서 자살 사망자가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19세 이하 청소년 자살 사망자는 작년 상반기 167명에서 올해 197명으로 18.0% 증가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여성 청소년 자살 사망자는 108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73명)보다 48.0%가 늘어 전체 집단 중 증가율이 가장 가팔랐다.
배승민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유행이 수년간 이어지면서 아이들이 또래 활동이나 체육과 같은 활동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기회가 장기간 차단됐고 그 후유증이 이제 나타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 취약계층, 그중에서도 여성 청소년이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살사망자의 약 30%는 생전에 가족의 자살이라는 아픔을 겪은 적이 있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956명의 자살사망자를 '심리부검'한 결과 29.7%인 284명이 생전 가족의 자살사망을 경험했다.
2018년 자살 실태조사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동일한 설문을 했을 때 그렇다고 답한 비율인 0.7%의 42배에 달하는 수치다.
심리부검이란 전문가가 관련 기록과 유족의 진술 등을 통해 자살사망자의 심리와 행동을 분석하고 자살의 구체적인 원인을 검증하는 조사 방법이다. 자살예방법에 근거해 효과적인 예방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정부가 유족의 신청을 받아 실시한다.
가족 자살을 경험한 사망자 284명 중 62.7%(178명)는 친인척의 사망을 겪었다. 부모는 18.3%(52명), 형제자매는 13.4%(38명)이었다.
보고서는 "자살사망자 유족이 자살로 사망할 위험이 높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살사망자들의 사망 전 스트레스 사건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가족관계 스트레스가 61.3%(586명)로 가장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60.7%), 직업(59.2%)적 스트레스가 뒤를 이었다. 사망자 대부분은 생전 평균 3.5개의 스트레스 사건을 동시에 겪고 있었다.
가족관계 스트레스 유형 중에서는 부모와의 관계에서 발생한 건이 48.5%(284명)로 가장 많았고 이어 자녀관계(27.5%), 형제자매관계(23.9%)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년기(81.3%)와 장년기(50.9%) 자살사망자 중 부모 관계에서의 스트레스를 경험한 비율이 높았으며 폭력·폭언·방임 등 어린시절 부모의 학대가 지속, 반복된 경우로 인한 사례가 많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중년기 사망자의 46.9%, 노년기의 64.3%는 자녀와의 관계에서 스트레스가 있었다. 고인이 저지른 가정폭력 등으로 갈등을 겪거나 자녀의 사회생활, 건강 문제로 자책과 걱정을 한 경우 등이다.
심리부검 대상 자살사망자의 93.6%는 사망 전 경고신호를 보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66.0%는 감정변화를, 62.3%는 수면변화를 겪었고 자살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경우가 54.9%였다.
그러나 유족이 이를 인식한 비율은 전체의 24.0%에 불과했다. 또 인식하고 나서도 그중 46.0%는 '걱정은 했지만 별다른 대처를 취하지 못했다'고 답했으며, 19.5%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전체 사망자의 대부분이 사망 전 언어·행동·정서적 변화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주변에서 경고신호를 인지하는 비율은 매우 낮은 편으로, 인지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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