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 나와 밤을 지새워요"…'2000명 사망' 모로코 지진 공포 여전(종합)

김민수 기자 2023. 9. 1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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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코로 지진] 마라케시 문화유산 훼손…산악 지역 피해 극심
여진 공포에 불안한 주민들…국제사회는 애도 표명
9일(현지시간) 모로코에서 규모 6.8 지진 발생 후 마라케시 거리의 한 파손된 건물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2023.09.09/뉴스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규모 6.8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 2000명을 넘어섰다.

모로코 당국은 사흘간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하는 등 전역이 슬픔에 잠겼으며, 수색·구조 작업이 진행됨에 따라 총 사상자 수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외신들을 종합하면 10일(현지시간) 모로코 내무부는 성명을 통해 현재까지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2012명이라고 발표했다.

부상자 수는 2059명이며, 이 중 위독한 인원은 1404명이라고 내무부는 덧붙였다.

이번 지진은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8일 오후 11시11분쯤 마라케시에서 남서쪽으로 약 70km 떨어진 아틀라스산맥의 산악 지역에서 발생했다.

이번 지진으로 모로코의 대표적인 '역사 도시'로 꼽히는 마라케시에서 피해가 다수 발생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시가지 메디나에는 오래된 문화유산들이 다수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마라케시의 지붕'이라 불리는 높이 69m에 달하는 쿠투비아 모스크 첨탑이 지진의 여파로 일부 파손됐다. 마라케시 메디나를 둘러싼 붉은 성벽에도 균열이 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라바트, 카사블랑카, 에사우이라 등 해안 도시에서도 강한 진동이 감지됐으며, 한밤중에 주민과 관광객들이 서둘러 대피했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마라케시를 방문 중이던 80대 카사블랑카 주민 가누 나젬은 "문과 셔터가 쾅하는 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잠 들기 직전이었다"며 "(지진 발생 후) 나는 당황해서 밖으로 뛰쳐나갔다. 혼자 죽는 줄 알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특히 진앙지와 가까운 알 하우자와 타루단트 지역이 직격탄을 맞았다. 알하우즈주에서 1293명으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고, 타루단트주가 452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9일(현지시간) 모로코 알하우즈 주의 작은 산악 마을인 '물레이 브라힘'에서 주민들이 지진 희생자들의 시신을 지켜보며 애도하고 있다. 2023.09.09/뉴스1 ⓒ AFP=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산악 지역 피해 극심…정부, 사흘간 국가애도기간 선포

산악 지역의 피해가 특히 심각하다. 지난 1960년 모로코 남서부 아가디르 부근에서 규모 5.8의 지진 발생으로 수천 명이 사망하면서 건축법이 변경되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골 지역과 오래된 도시의 건물은 이처럼 강한 진동을 견딜 수 있도록 지어지지 않았다.

지진 진앙지 인근의 한 마을 이장은 모로코 뉴스 사이트 2M에 인근 마을의 여러 집이 부분적으로 또는 완전히 무너졌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전기와 도로가 끊겼다고 말했다.

지진 진앙지 인근의 산악 마을 타페그하테에는 거의 모든 건물이 무너졌다. 전통적인 점토 벽돌이 갑작스러운 지진에 버티지 못한 것이다. 전날 오후 늦은 시각에도 군인들은 잔해를 계속 수색했으며, 생존자들은 사망한 이를 묻으며 슬픔에 잠겼다.

모로코 당국은 알하우즈주에서 구급차 통행과 피해 주민 지원을 위해 도로를 정리하고 있지만 산간 마을 간 거리가 멀어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진앙지 주변의 산악 지역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차량으로 꽉 막히고 무너진 바위로 막혀 구조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모하메드 6세 모로코 국왕은 재난 상황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주재한 후 성명을 통해 사흘간의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다.

9일(현지시간) 규모 6.8 강진이 강타한 모로코 마라케시의 주민들이 광장으로 나와 대피를 하고 있다. 2023.9.9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여진 위험에 거리로 나온 사람들

갑작스러운 강진에 놀란 주민들은 여진 우려에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거리에서 밤을 지새웠다.

마라케시에 거주하는 파이살 바두르는 "이번 지진의 위력이 너무 무서워 아직도 밖에서 자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며 "비명과 울음 소리가 참을 수 없을 정도였다"고 묘사했다.

소셜미디어(SNS) 영상에는 역사적인 도시의 제마 엘프나 광장에 있는 첨탑의 일부가 무너진 모습이 담겼다.

수많은 주민들은 여진 공포에 떨며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주민들은 담요를 덮거나, 아니면 맨바닥에서 잠을 청해야 했다.

지역 주민인 후다 우타사프는 "내 가족 중 적어도 10명이 사망했다"며 "불과 이틀 전에 그들과 함께 있었기 때문에 믿기지 않는다"며 충격감을 드러냈다.

마라케시의 지역 수혈 센터는 부상자들을 위해 주민들에게 헌혈을 당부했다.

왕립 모로코 축구 연맹은 9일 해안 도시 아가디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라이베리아와의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예선이 무기한 연기되었다고 발표했다.

모로코 군인들이 9일(현지시간) 마라케시 남서쪽의 산악 마을 타페가그테에서 희생자 시신을 옮기고 있다. 2023.09.09/뉴스1 ⓒ AFP=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피해 규모 엄청날 듯…국제사회 애도 표명

국제적십자사·적신월사연맹(IFRC)은 올해 초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때도 겪었듯이, 이번 사태는 1~2주 만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최소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간 차파게인 IFRC 사무총장은 'X'(옛 트위터)를 통해 재난 대응 긴급 기금을 통해 100만 스위스프랑(약 14억9700만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모로코 지진으로 인한 인명 손실과 참화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면서 "이 끔찍한 어려움에 영향을 받은 모든 사람들을 애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필요한 어떤 지원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시진핑 주석도 모로코에 애도문을 보냈다고 관영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밖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독일, 스페인, 프랑스 등 세계 지도자들이 모로코에 조전을 보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호적인 모로코 국민들의 경험과 슬픔을 공유하고 있다"면서 "이번 재해로 인해 피해를 입은 모든 사람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며, 희생자 가족과 친지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해달라"고 덧붙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성명을 내고 "마라케시 지역에서 발생한 끔찍한 지진으로 희생된 모로코인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부상자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면서 "우크라이나는 이 비극적인 시기에 모로코와 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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